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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542g | 140*200*20mm
ISBN13 9788954686501
ISBN10 895468650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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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격했고, 배역도 맡았으며 그 끝과 시작이 내게서 뻗어나가는 이 사소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것이 고결한 충동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전하고 싶어 안달할 만큼 위대한 진실을 깨달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처한 상황과 시대에 빛을 드리울 만큼 모범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다는 거다. 나는 살아왔지만, 살아버린 것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삶은 너무나도 달라서, 마치 하나의 삶을 끝내고 이제 또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 p.12~13

대체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목숨이 아깝지 않게 되는 거지? 혹은 언제가 돼야 두려움 없이 살기를 바라지 않게 되는 거지? 내 목숨이 자신들이 들여보내주는 젊은이들의 목숨보다 덜 위협받는지는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더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의 어디가 부도덕하단 말인가?
--- p.27

지도가 있기 전에 세상은 무한했다. 세상에 형상을 부여하고, 그것을 어떤 영역처럼, 단지 파괴되고 약탈당하는 것이 아닌 소유할 수 있는 무언가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바로 지도였다. 지도는 상상력의 끄트머리에 있던 장소들을 손으로 쥘 수 있고 특정 자리에 위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주었다.
--- p.64

그로 인해 나는 미움받고 있다는 기분, 그러한 연상에서 오는 일종의 공포에 갑자기 나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모퉁이를 세 번 돌면 꼭 한 번은 내 뒤에서 나를 향해 짖고 나를 멸시하는 언어.
--- p.124

네가 미래에 우리에게로 돌아오면, 우리도 너를 알아볼 수 있겠지?
--- p.209

“삶은 우리를 그렇게 끌고 다니지.” 한번은 엘레케가 말했다. “우리를 이렇게 끌고 가다가, 우리를 뒤집어서는 또 저렇게 끌고 가지.” 그녀가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합리적인 무언가에 매달리게 된다는 말이었다.
--- p.222

나에게는 들려줘야 할 이야기가 있었고, 나의 고해를 들어줄 사람으로 그보다 더 적절한 사람은 있을 수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 또한 내가 알던 것을 알 필요가, 이 외딴 삶의 빈칸을 완전히 채우고 그 삶의 침묵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p.239

해안으로 돌아오니 집에 온 듯한 기분이, 혹은 그 이상으로, 세상에서 내가 속한 자리가 바로 이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캄팔라에서 배운 것의 대부분은 과거를 짓밟아버리는 것, 내가 얼마나 무지한 존재인지,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자신감 속에 살았는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어요. 해안으로 돌아오니 내가 결국에는 너그럽고 고귀한 무언가의 일부임을, 나의 일부였으며 내가 너무 성급하게 헛되고 조잡한 것으로 치부해버린 그 삶의 방식을 느낄 수 있었어요.
--- p.286

그 이야기를 듣자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우리는 사람들을 기억하게 하려고, 그들이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게 하려고 애쓸 때가 정말 많죠. 그리고 만일 그들이 기억해내지 못하면 우리끼리 그것을 지어내야만 해요. 사라진 그 이야기들을 다른 누군가가 완성해준다고 한번 상상해보세요. 마치 부모가 예전에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주는데 당신은 그 기억이 전혀 없는, 그런 아이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 p.331~332

저는 이 모든 세월이 흐른 뒤에 그 시절 그 장소에 대해 생각하느라 녹초가 된 기분이에요. 그리고 적의와 경멸과 깔보는 시선을 겪으며 제 삶의 모든 이런저런 일들을 껴안고 이곳에서 살아가느라.
--- p.336

당신은 명예니 예의니 용서니 하는 말들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그것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저 말일 뿐이죠.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약간의 친철함이 전부라고, 그것도 운이 좋을 때나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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