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게놈(genome)이 합쳐진 말입니다. 유전자(genome)를 통해 미생물의 정체를 밝힌다는 개념이지요. 20세기에는 배양(culture)과 현미경에만 의존해 관찰 연구해온 미생물 분야는 유전자 분석기술을 적용하면서 혁명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과거 관찰되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미생물들이 인체 곳곳에, 지구 곳곳에 훨씬 더 많은 수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구강미생물(oral microbiome) 역시 그런 혁명적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론_입속세균과 구강유해균」중에서
입속에는 구강은 물론 우리 몸 전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세균들이 살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잇몸 아래, 치주포켓(periodontal pocket) 속의 치은연하 플라크에 살고 있는 세균들이죠. 이들은 서로 뭉쳐 자신들의 공동체인 바이오필름(biofilm)을 만들고, 항생제를 포함해 외부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력을 높입니다. 관리되지 않아 계속 쌓이는 플라크(바이오필름)는 치주염을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죠. 또 이들 구강세균들은 잇몸누수(leaky gum)를 통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향해 암, 심혈관질환, 류머티즘을 비롯한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요소(risk factor)로 작용합니다.
---「서론_입속세균과 구강유해균」중에서
이후 20세기 내내 인류는 항생제와 백신 개발에 몰두하여 천연두를 비롯한 많은 감염병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 미국의 의료책임자는, 21세기에 들어서면 인류는 모든 감염병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 호언장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류는 여전히 감염병에 취약합니다. 구강만 보아도 수많은 치약과 가글액과 항생제에도 불구하고 충치와 치주질환은 여전히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다빈도상병의 상위에 랭크됩니다. 심지어 메티실린 내성황색포도구균(MRSA: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을 비롯해 갈수록 증가하는 항생제 저항성은 인간의 삶이 항생제 개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습니다.
---「Q1_플라크와 바이오필름은 어떻게 다른가요?」중에서
치매나 인지기능 감퇴를 뇌의 만성염증으로 본다면, 전 장내세균의 개선도 좋지만 구강세균의 개선이 훨씬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주목하고 있어요. 제가 치과의사로서 늘 구강세균을 의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내세균은 구강세균과 달리 직접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어요. 또 잇몸누수증후군, 뇌에서 발견되는 구강세균, 치아의 개수와 인지기능이 연관성 등등이 근거가 되죠. 그래서 코르텍심의 임상결과에 주목하고, 어머니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병원을 찾아 주시는 어르신들을 비롯한 여러 분의 데이터들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Q8_입속세균과 치매가 관련이 있다고요?」중에서
그래서 유익균, 유해균을 따지기보다는 우리 몸을 잘 돌보는 전체적인 위생활동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생활동은 우리 몸 미생물의 전체적인 부담(microbial burden)을 줄여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미생물을 남기려는 활동입니다. 잘 싸서 장내세균의 양을 줄이고, 잘 씻어서 피부 세균의 양을 줄이는 활동 등입니다. 그 중에서도 자칫 평생 쌓일 수 있는 치주포켓 내의 세균의 양을 줄이는 구강위생은 위생활동의 으뜸이 아닐 수 없습니다.
---「Q4_유익균과 유해균은 어떻게 구분되나요?」중에서
이렇게 20세기 전반에 포착된 균혈증이 조금씩 더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패혈증의 전조증상으로 다가오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항생제내성(항생제저항성, antibiotics resistance)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죠. 항생제내성의 대표격인 MRSA는 항성제 내성을 획득한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을 말하는데, 황색포도상구균은 원래 우리 피부에 흔히 살고 있는 세균입니다. 피부만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에 살고 있기도 하죠. 피부에 상처가 생겼거나, 장누수나 잇몸누수가 생긴다면, 피부나 점막에 살고 있던 황색포도상구균이 혈관을 침투합니다. 만약 이 녀석들이 약해진 우리 몸의 면역을 뚫고 패혈증으로 가려하면 항생제로 잡아야겠죠. 그런데 그 녀석이 마침 항생제 내성을 획득한 MRSA이라면, 약발이 안 먹힐 것이고 그러면 패혈증쇼크로 갈 기능성이 커지겠죠.
---「Q5_균혈증은 얼마나 위험한 건가요?」중에서
그 중에서도 특히 진지발리스는 심혈관염증을 일으키는 문제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심혈관에서100% 진지발리스가 검출되거든요. 동물실험에서도 진지발리스를 접종해 균혈증을 유발한 돼지의 혈관에서 염증이 생기고 동맥이 막히는 것이 확인되었죠.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칫솔질 같은 일상적인 활동으로도 생길 수 있는 균혈증에 의해 동맥경화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전자의학논문 사이트인 펍메드(PubMed)에 치주질환(periodontitis)과 심혈관질환(cardiovascular)을 연관시키는 연구를 검색해보면 폭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Q7_입속세균과 염증, 만성질환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중에서
입속세균이 이런저런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정황은 많은 문헌들에서 확인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확립되고 있는 곳은 대장암 분야로 보입니다. 모든 암이 그렇듯, 대장암 역시 유전자나 생활습관을 포함해 여러 요인들이 위험요소로 지적되어 왔죠. 그런데 좀 더 구체적인 원인자로 입속세균인 푸소박테리움(Fusobacterium)이 지목되고 있다는 겁니다.
---「Q9_입속세균이 암의 원인도 된다고요?」중에서
최근 들어 SLS에 주의를 기울이는 움직임이 커진 것은 바로 미생물 때문입니다. 과거 미생물 혹은 세균 하면 병을 일으키는 녀석들로만 생각하다가 지금은 우리 몸의 상주미생물이 우리 몸을 지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니까요. 피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부에 사는 상주미생물이 오히려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 저항세균으로 유명한 황색포도상구균은 우리 피부에 많이 사는 녀석인데, 피부에 살고 있는 다른 세균들과 상호 소통하고 작용하면서 독성이 낮아지면서 온순해진다는 보고도 있으니까요.
---「Q11_치약의 합성 계면활성제가 위험한 이유는 뭔가요?」중에서
주로 장 건강에 쓰였던 프로바이오틱스가 구강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21세기 벽두부터 서서히 치과계에 탐색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음료를 먹였더니 치아우식증을 가져오는 구강세균의 수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21세에 들어서자마자 나왔습니다. 또 프로바이오틱스와 치주질환의 관계를 정리한 최근의 리뷰논문은 구강 내 바이오필름 제거의 최적표준인 스케일링과 치면세마와 함께 프로바이오틱스를 보조적으로 투여한다면, 임상적·미생물학적 효과가 매우 일관되고 더 좋아졌음을 보여줍니다.
---「Q13_프로바이오틱스은 구강건강에 좋을까요?」중에서
이 글에서는 21세기 들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미생물학의 혁명적 변화가 가져온 치과진료와 구강위생관리의 의미 변화에 대해 기술하였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호모사피엔스인 내 몸과, 내 몸을 서식처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미생물의 통합체인 통생명체(holobiont)입니다. 그리고 구강은 수많은 내 몸 미생물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입구이자 병적 미생물의 음험한 저장소이기도 합니다. 미생물의 양을 줄이는 적절한 구강위생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건강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에 의해 행해지는 전문적 구강위생 관리 역시 그 의미와 방법이 대폭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_21세기 미생물학의 혁명과 구강위생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