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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 읽는 것만으로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리뷰 총점9.3 리뷰 119건 | 판매지수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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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610g | 145*220*22mm
ISBN13 9791191825404
ISBN10 11918254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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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쉽고 재밌게 한국사를 알려준다는 책은 많았다. 이 책은 진짜다.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에 출연하여 화제를 모은 역사학자 김재원이 한국사 결정적 순간과 인물을 소개했다. 단순히 재미만 추구한 게 아니라 균형잡힌 시선으로 한국사를 볼 수 있게끔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 손민규 역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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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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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간단히 언급돼 있고 시험 문제로도 종종 나오지만, 우리가 부여에 대해 기억하는 사실은 가축의 이름을 붙인 귀족 세력이 있었다는 것, ‘영고’라고 불리는 제천 행사를 치렀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안다면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과 백제의 시조 온조가 부여에서 왔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이 사실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꽤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고구려와 백제가 만들어지던 때에도 부여는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멀쩡히 존속하는 나라의 주민들이 굳이 남쪽으로, 더 남쪽으로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심지어는 “난 부여에서 온 사람이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니. 그들이 진짜 부여에서 왔는지와는 상관없이 당시 고구려인과 백제인들이 ‘부여에서 왔음’을 권력의 상징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이후 한반도 인근을 주름잡게 되는 두 나라는 왜 서로 “내 뿌리는 부여”라고 외치게 된 걸까?
---「‘부여’ 출신이라는 게 권력의 상징이던 시절」중에서

조선의 성리학자들에게 천추태후는 이상한 존재였다. 강력한(가까운) 근친혼으로 태어났고, 이후로도 근친혼으로 자식을 낳은 괴이한 존재였다. 게다가 태후로서 사통을 통해 자식까지 낳았고, 왕씨가 아닌 김씨를 왕위에 앉히려고까지 했다. 감히 여인 주제에 말이다. (…) 우리는 그녀를 평가한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고려의 시선에서 천추태후의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천추태후의 근친혼은 전혀 이상할 것 없던 고려 왕실의 전통이다. 왕씨가 아닌 김씨를 왕으로 앉히려던 행위도 마찬가지다. 고려는 부계 못지않게 모계도 중요했다. 결정적으로 그녀의 사통도 크게 문제 될 것 없었다. 고려에서 남편을 잃은 젊은 여성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왕실이라는 이유로 좀 더 엄격할 수는 있었겠지만, 천추태후의 영향력을 보았을 때 연애 자체가 흠일 수는 없었다. 여전히 천추태후가 사랑에 눈이 먼 감성적인 여인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시원하게 정치 한번 제대로 해보려던 정치인으로 보이는가? 판단은 지금의 우리가 다시 해도 늦지 않다.
---「음탕한 여인에서 뛰어난 여걸이 되기까지」중에서

고려와 몽골의 전쟁이 끝난 국토는 엉망이었다. 많은 백성이 죽어 나갔고, 자연스럽게 인구도 줄었다. (…) 세금을 걷을 수 없었던 고려의 재정은 점점 말라 갔다. 어떻게든 돈을 걷기 위해 유랑민을 정착시켜 개간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려의 시스템은 이미 무너진 상황이었다.

직접 농경지를 개간하기 어렵게 되자, 고려는 권세가들에게 황무지를 나누어 주고 개간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돈과 사람이 풍성했던 권세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개간 사업에 뛰어들었다. (…) 국왕의 측근부터 왕실의 종친들, 이른바 부원 세력으로 불리는 이들까지 국토 빼앗기 경쟁에 혈안이었다. 바로 이런 고려의 현실을 빗대어 “송곳 꽂을 땅도 없다”라고들 수군대기 시작했다.

(…) 물론 나라와 백성을 살리려는 정치인도 일부 있었다. 그들이 바로 신진사대부다. 이들 중에는 ‘뜯어고치는 김에 나라 이름도 바꾸고, 왕도 바꾸자!’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고, ‘왕까지 바꾸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적어도 이들은 고려의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토지)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부동산에서 시작됐다」중에서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5분, A동 전체가 붕괴되는 최악의 참사를 맞았다. 설계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 모든 것이 부실했던 예고된 참사였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강남의 상징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이다.

(…) 이 붕괴는 2년 뒤 불어닥칠 IMF 사태의 예고편이었다. 누구도 대한민국이 쌓아온 부유함이 파산으로 이어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급작스럽고 압축적이었던 성장은 조금 불안했지만, 그뿐이었다. 게다가 IMF 사태가 터지던 1997년은 한국 자본주의 역사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다.

(…) 이런 한국인들에게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욕심 많은 기업주가 돈을 아끼려다가 만든 예외적 참사였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삼풍백화점이 만들어진 과정처럼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은 안에서부터 곪아가고 있었다. IMF 사태 직전 노동부에 신고된 체불 임금만 6,480억 원이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은 도산 위기였지만, 은행이 억지로 도산을 막아주는 모양새였다. 수많은 도산 위기의 기업 중 상당수는 건설 기업이었다. IMF 사태의 출발이 강남 은마아파트를 건설한 한보 그룹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이 무너져 내린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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