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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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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94g | 135*210*30mm
ISBN13 9788932922522
ISBN10 893292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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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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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나에게는 남동생과 내가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비둘기 수십 마리에게 둘러싸여 있는 옛날 사진이 있다.

공장이나 일반 가정에서 일하기 위해 도시로 이주함으로써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의 표현에 따르면) 집 안의 질서를 〈전복〉하는 여자들보다 비난하기 쉬운 대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여자들이 유급 노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자 그들에게는 약간의 독립성이 생겼지만 자기 가정의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가난한 여자들은 실패한 주부로 묘사되었다.
--- p.13~14

그 말은, 대부분 남자로 이루어진 도시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경제 정책에서부터 주택 설계에까지, 학교 부지 선정에서부터 버스 좌석에까지, 치안 활동에서부터 눈 치우기에까지 이르는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 그 결정이 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심은커녕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음으로써, 여자들이 도시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고 어떤 일상 경험을 하는지를 거의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남성의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뒷받침하고 돕게끔 설계되어 왔다. 이것이 내가 말한 〈남자들의 도시〉의 의미다.
--- p.17

교외는 여자들을 부엌에, 직장 밖에 묶어 두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외 설계의 대전제를 생각해 보면 교외가 다양한 가족 형태와 노동 형태를 능동적으로 (혹은 다른 뭔가를 대신해서)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지리적으로 고립되고, 집이 상대적으로 넓고, 자가용이 여러 대 필요하고, 육아를 위탁할 곳이 없기 때문에 여자는 아예 직장에 다니지 못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살림 및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더 나쁜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오랜 남녀 임금 격차를 감안할 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남자를 희생하는 것은 어차피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교외는 이성애자 가족 내에서, 또 노동 시장에서 특정한 종류의 성 역할을 후원하고 그것이 당연해 보이게 만든다.
--- p.58~59

이러한 불균형의 영향력은 너무나 막강해서 전 세계 도시 엄마의 생활을 바꿔 놓는다. 이를테면 부유한 직장 여성 사이에서 돌보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각국의 여성 이민자가 인력 부족을 채우기 위해 차출되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사 도우미들은 싱가포르가 세계를 선도하는 금융과 미디어의 중심지가 되는 데 싱가포르 여자들이 일조할 수 있게 해준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브렌다 여Brenda Yeoh, 셜리나 황Shirlena Huang, 케이티 윌리스Katie Willis는 다른 많은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의 직장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를 남성 파트너와 동등하게 분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도우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p.72

여성 친화적 도시는 돌봄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돌봄 노동을 계속 여자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돌봄 노동을 보다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여자들이 오래전부터 서로를 돕기 위해 사용해 온 창의적 도구를 활용하는 동시에 그것을 도시 세계의 체제에 편입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 p.87

〈젊은이를 위한 공간〉을 부르짖는 지역 사회가 제안하는 공간은 스케이트장, 농구장, 하키장이다. 바꿔 말하면 사용자를 소년으로 상정한 공간이자 소녀들은 들어가기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안전하다고 느끼기도 어려운 공간이다. 스웨덴의 건축사 사무소 「화이트 아르시텍테르」가 공공장소의 실물 축소 모형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10대 소녀들에게 물어봤더니 소녀들이 내놓은 대답은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곳, 비와 바람이 차단된 곳, 밖에서 들여다보이지 않는 곳, 답답한 느낌 없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에 표시를 남길 수 있는 곳〉이었다.
--- p.102

수십 개 도시에서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의 패턴을 관찰해 보면 버려진 동네가 멋진 동네로 탈바꿈할 때의 시발점이 학생, 예술가, 퀴어 공동체 같은 대안적 공동체의 존재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애초에 그 동네를 〈쿨하게〉 만든 사람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완료되고 나면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레즈비언은 남녀 임금 격차와 유서 깊은 차별 덕에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어서 다른 동네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 p.122

나는 토론토의 아파트 건설 붐에 대해 조사할 때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1년 365일 즐거움과 우정으로 가득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아파트를 홍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광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수입이 여유로워서 자신의 생활 방식을 끌어올리는 데 도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젊은 무자녀 전문직 여성이라는 아주 좁은 특권층뿐이다.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로서 여자들의 우정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끌어올리고 심지어 거기에 의존하는 도시 계획에 다다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 p.130

그리고 도시 공간의 계급 변동과 도시 공간을 여자들에게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부동산 개발업자, 도시 계획가를 비롯한 〈재활성화〉 지지자들에게 이미 상식이 된 듯했다. 물론 그 중심에 위치한 여성의 이미지는 모든 여성이 아니라 백인 비장애인 중산층 시스젠더 여성으로 한정되었다.
--- p.162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는 화장실을 백화점, 정부 부설 기관, 카페 등 민간 혹은 준민간 주체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이런 공간은 누구나에게 개방된 경우가 거의 없고 보안원이나 정산 기계, 비밀번호를 통해, 출입 가능한 사람과 허용되는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흑인 고객 두 명이 스타벅스에서 겪은 시련은 분명 그들이 아무런 주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장실 열쇠를 달라고 했을 때 시작되었음이 틀림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욕구 중 하나를 해소하기 위한 공간에 들어가는 데 허락을 구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하마터면 두 사람이 죽거나 다칠 뻔한 상황을 초래했다.
--- p.165

여자들은 가능할 때 아이들을 동반함으로써 육아와 정치 운동 간의 균형을 맞춰 왔지만 그럴 때마다 비난을 받았고 항상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해야 했다. 사람들은 묻는다. 「애들한테 위험하지 않아요?」 「애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당신 생각을 그대로 주입하는 거 아닌가요?」 정치와 육아의 엄격한 분리는 사회 운동의 영역 너머까지 확대된다. 2018년에는 재임 중에 임신한 여자들이 각국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은 재임 중에 임신한 극소수의 여성 국가 원수 중 한 명이다. 그녀는 편집증적인 언론 매체들에게 자신이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나는 임신한 것이지, 병에 걸린 게 아니다〉라고 선언해야 했다.
--- p.201

불가능하다. 청소년기는 여자가 성별 때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성적 발달이 그 위험을 현실로 만들 거라는 메시지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기다. (앉는 법, 말하는 법, 걷는 법, 가만있는 법과 같은) 올바른 행동에 관한 지시 또한 단순히 예의에 관한 것이 아님을 뜻하는 절박성을 띤다. 어떤 여자들은 뭔가가 달라졌음을 인식하게 된 순간을 정확히 지목하기도 한다. 그것은 엄마가 당신에게 잠옷 위에 가운을 입고 벨트를 꼭 매라고 말한 날일 수도 있고, 당신이 엄마 화장품을 바르고 하이힐을 신는 것이 귀여운 장난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바뀐 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여자들에게 그 메시지는 링거액처럼 흘러들어 우리 몸 안에 아주 천천히 쌓이기 시작해서 알아차렸을 때에는 혈액에 완전히 녹아 있다. 이미 자연스럽고 상식적이고 타고난 부분이 되어 있는 것이다.
--- p.218~219

이 운동들을 비롯한 수많은 운동들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여성 친화적 도시의 비전이다. 이 비전들은 우리에게 유급 노동, 돌봄 노동, 사회적 재생산을 새롭게 조직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요구한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들을 조직하는 기본 바탕에 이성애 핵가족이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여자가 경제적, 물리적으로 가족이나 남자에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지도 않는다. 물론 각자가 자신만의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들고 키워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인정한다. 여성의 자율성도 인정하지만 동시에 친구들, 지역 사회, 사회 운동과의 연결성 또한 인정한다. 이 비전들은 자기 집에서, 거리에서, 화장실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모든 사람의 연대를 환영한다. 특권과 억압의 여러 시스템에 대한 성 편향적 문제의 교차성을 인정하며 백인 여성 특권층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성공의 표지인 페미니즘을 거부한다.
--- p.26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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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도시 공간이 여성을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조종하는 것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가 아이로서, 어른으로서, 엄마로서 직접 겪은 경험이 적절히 섞인 덕에 가독성 또한 높다. 레슬리 컨은 도시를 충분히 활용하는 〈모든〉 여성의 능력이 도시의 가치를 측정하는 필수 불가결하고 귀중한 지표임을 보여 준다.
- 레즐리 로 (『갈 데가 없다』의 저자)
미투 시대에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우선 어떤 공간을 모두에게 공평하고, 재미있고, 접근하기 쉽고, 안전하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경험과 목소리를 다양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레슬리 컨은 이 책을 통해, 여성 친화적 도시를 발전시켜 온 여자들의 업적을 정확하고 시의적절하게 상찬하고 있다.
- 린 M. 로스 (미국 지역사회 기획자 협회AICP, 페미니스트 도시 계획가)
이 책은 내가 지금껏 기다려 온 차세대 도시주의 서적이다. 이것은 우리의 도시들에 반드시 필요한, 여성 친화적 세계 건설을 위한 포괄적 안내서다. 우리의 도시 환경이 여성적인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모든 도시 계획과 공무원들과 신진 도시학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커트리나 존스턴지머먼 (도시 인류학자, 드렉셀 대학교 린디 도시 개혁 연구소 부교수, 여성 주도 도시 계획 공동 설립자)
레슬리 컨은 현대 도시 생활에 대한 신선하고 명확한 분석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이론과 실제 경험의 완벽한 조합을 통해 페미니스트 지리학이 도시 공간의 이해에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거듭 보여 준다.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다.
- 로런 허드슨 (솔리대리티NYC 회원)
레슬리 컨은 이 책을 통해 2세대 북미 페미니스트 도시 지리학자들 가운데 단연 앞장서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리매김한다. 자신의 개인사와 페미니스트 도시학을 능수능란하면서도 신선하게 버무림으로써, 많은 여성의 일상적인 도시 경험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장벽으로서의 도시]와 [가능성으로서의 도시] 사이의 긴장을 포착한다.
- 다마리스 로즈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국립 과학 연구소 사회 지리학?도시학과 명예 교수)
젊었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가 회상하는 경험들은 일상적, 심지어는 보편적이기까지 하다. 레슬리 컨은 학술적 내용과 대중문화의 사례를 섞어 가며 도시 공간이 성 편향성을 띠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 책을 읽으면 현명한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 위니프리드 커런 (드폴 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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