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나의 나 됨과 우리의 우리 됨을 형성하는 바탕이다. 기억 없이 내가 없고 기억 없이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니체의 말대로 “과거에 대한 구속 없이는 최종적 구속이 가능하지 않다.” 볼프 또한 망각하지 않는 한 진정한 화해와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외쳐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우리의 죄악을 잊기 위해서만 기억하시듯 우리는 용서하기 위해서만 기억해야 한다. 볼프가 말하듯 언젠가는 잊게 될 구속의 소망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상처 입은 피해자와 상처 입힌 가해자 모두에게 올바르게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와, 사랑만이 기억의 종말이자 목적(end)임을 매우 분명하게 가르쳐 줄 볼프의 이 책을 통해 용서와 화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한 걸음 더 깊어지길 바란다.
- 강영안 (미국 칼빈 신학교 철학신학 교수, 『읽는다는 것』 저자)
개인의 아픈 과거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으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일은 모두 기억과 관련이 있다. 기억 자체에 대해, 그리고 기억의 내용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볼프의 논의는 친일 청산에서 세월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여전히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 사안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여러모로 볼프는 우리 한국 사회에 던져진 중요한 화두 같은 인물이다.
-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책을 읽는 내내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떠올랐다. 진상 규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식을, 부모와 형제를 가슴에 묻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잊히지 않는 상처와 포옹’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간이라도 잊어버리지 않으면, 그만큼 고통스럽고 자신조차 용서할 수 없는 증오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반면 섣부른 망각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덮어 버리거나 이기적이거나 심지어 공의에 반하는 죄악이 될 수 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저자의 체험을 신앙으로 녹여 낸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 박종운 (변호사, 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저자인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는 한마디로 “매력 덩어리”다. 그의 시각은 늘 참신하면서 강렬한데, 특히 인간 실존과 사회 구조에 대한 각각의 통찰을 하나로 녹여 내는 솜씨가 정말 일품이다. 우리는 그에게서 신학에 임하는 자세와 방법론을 새롭게 발견한다. 이 책에서도 그는 자신과 이웃의 경험을 토대로 역사 속 불의한 악행을 규명하고 그 아픔과 어두움을 극복하려 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하나님의 손안에 놓여 있지, 비극의 가해자인 그들이나 피해자인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는 고백은 현대 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 벌이는 그의 복음 중심적 사투(死鬪)처럼 여겨져 경건하기까지 하다.
- 변상욱 (전 CBS 대기자)
이 독특한 책은 악행을 당한 사람의 기억이라는 어두운 미로에 빛을 비춘다.…미로슬라브 볼프는 유고슬라비아 군대에서 스파이 혐의로 심문을 받은 몇 달에 대한 자신의 쓰라린 기억과 면밀한 심리학적 통찰과 신학적 사색을 재치 있게 결합해 낸다. 인간미 넘치는 매력적인 문체로 자신과 하나님께 솔직하게 다가간다. 이 책에는 놀랍도록 새로우면서 설득력 있는 통찰들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걸작이다.…이 정도로 흡인력 있는 심리학 책이나 신학 책은 없을 것이다.
- 위르겐 몰트만 (튀빙겐 대학교)
『기억의 종말』은 누군가는 써야 했던 책이다. 오늘날에는 사회 곳곳에서 “당신이 당한 악행을 기억하라”는 외침을 들을 수 있다. 미로슬라브 볼프는 그 외침에 동의하면서도, 악행을 잘못된 방식으로 기억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방대한 학식과 깊이 있는 인문학적 지혜를 바탕으로, 그는 우리에게 가해진 악행을 어떻게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는지 숙고한다. 볼프의 모든 저작에서는 신학이 삶을 조명하고 삶이 신학을 조명한다. 『기억의 종말』은 이 양방향의 조명이 가장 환하게 빛을 발하는 책이다.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예일 대학교, 『정의와 평화가 입맞출 때까지』 저자)
유대교와 기독교 모두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대인들은 출애굽 사건을 기억해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을 기억해야 한다. 미로슬라브 볼프는 지나친 기억의 부정적인 결과, 특히 개인이나 한 집단에 가해진 악행을 지나치게 많이 기억할 때 따라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강조한다. 악행을 잊지 않으면 그것을 용서할 수도 없기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증오가 생겨난다. 하지만 이 책은 때 이른 망각의 위험을 무시하지 않는다. 섣부른 망각은 과도한 기억 못지않게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볼프는 공산주의 국가였던 구(舊)유고슬라비아에서 학대를 당한 경험을 학술적 숙고의 결과물에 솜씨 좋게 짜 넣었다. 흥미롭고 도발적인 저작이다.
- 마이클 와이스코그로드 (뉴욕시립 대학교 바룩 칼리지)
미로슬라브 볼프는 잊을 수 없는 이 자전적 서사에서 학대, 기억, 화해의 문제를 새롭게 검토하고, 기억 자체는 아무리 이리저리 만져 봐야 우리의 상처를 다 진정시켜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올바르게 이해한 망각은 치료제 역할을 한다. 심오함과 지혜를 겸비한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고통에서 우러난 진정성까지 갖추고 있다.
- 세라 코클리 (하버드 대학교)
저자는 파란만장한 20세기 후반을 숙고하면서 갈등 해결이라는 기억의 중요한 역할을 되살린다. 그는 증오의 문제와 씨름하면서 이미 희망의 빛이 바랜 21세기 초두에 종교 간·민족 간의 대화, 신뢰, 관대함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 힐렐 르바인 (중재와 역사적 화해를 위한 국제연구소)
그리스도인은 악행을 당한 기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만약 그 기억이 그저 잊힌다면,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악행이 공동체와 국가 차원에서 행해질 때 화해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 『기억의 종말』에서, 볼프는 현재와 미래 모두를 고려한 깊이 있는 신학적 숙고를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훌륭하게 답하고 있다.
- [크리스채너티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