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성(openness)은 메타버스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콘텐츠와 경험을 얼마나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는지를 뜻한다. 개방성은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속성·동시성·실재감은 완전한 메타버스가 아닌 폐쇄적인 메타버스로 진화하고 있는 서비스도 가질 수 있는 요소이지만, 개방성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완전한 메타버스’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로블록스를 예로 들자면, 사용자가 아바타, 공간을 꾸미고 아이템을 제작하면서 게임을 만들어가는 행위를 개방성이라고 한다. 즉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인 창작활동을 하며 플랫폼이 확장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앙화된 주체가 통제하는 시스템 안에 있지 않은 반면, 사용자가 창작한 콘텐츠나 경험 하나하나에 고유 권한을 포함시킴으로써 플랫폼사나 게임사가 개별 창작물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창작물의 고유 권한을 인정하는 것인데, 창작자는 개인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예로, 로블록스는 로블록스의 통제하에 게임이나 아이템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시컬게임즈(Mythical Games)의 블랑코스 블록 파티(Blankos Block Party)에서 구찌(Gucci)가 만든 샤키B B라는 캐릭터는 게임 제작사인 미시컬게임즈가 변경할 수 없다.
---「1장」 중에서
구루미(Gooroomee)서비스는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카메라를 켜고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일명 ‘캠스터디’). 2022년 2월 기준으로, 2019년 대비 매출이 10배 성장한 것만 봐도 이 현상이 단순히 유행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온라인에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경험 강화도 변화의 한 축이다. 사용자들은 크립토펑크나 BAYC(Bored Ape Yacht Club)의 NFT를 수억 원에 구매하거나 아티팩트(RTFKT)의 가상 운동화를 1억 원 가까운 돈을 주고 구매한다. 모두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아이템을 자랑하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는 더 이상 온라인 가상 공간이 오프라인을 보조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프라인만큼 중요한 공간이며, 우리가 이 두 공간을 넘나들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공간에 대한 경험 강화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경험은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며, 이는 온·오프라인을 이어주고 가상 공간의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메타버스와 맞닿아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메타버스에 접속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늘 거주하면서 오프라인과의 연결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입장이라면, 목적과 상황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2장」 중에서
아바타를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바타의 수정 가능성 유무다. 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전략 방향성에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눈, 코, 입, 눈썹 등 아바타 얼굴 부위나 얼굴형, 체형부터 모든 의상과 액세서리까지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것을 UGC(User Genereated Contents)라고 한다. 얼굴 혹은 의상 일부 등 지정된 범위 내에서 아바타를 편집할 수 있는 것을 PGC(Professionally Generated Contents)라고 한다.
기업에서 아바타 본연의 모습을 해치지 않고자 한다면 대개 PGC의 형태로 제작하면 된다. 이는 기업이 아바타의 체형부터 스타일까지 대부분 요소를 내부에서 자체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등 정해진 규칙 속에서 플레이하는 게임 서비스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서비스 내에서 통용되는 아바타는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게임이 주가 되다 보니 아바타 꾸미기는 부수적인 요소이므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꾸밀 수 있는 부분 역시 기업들이 관리한다.
PGC 방식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분명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와 반대로 창작자 생태계를 우선시하는 게 UGC 방식이다. 예로 로블록스를 들 수가 있는데, 창작자가 다양하게 꾸밀 수 있도록 아바타 체형, 그리고 자산을 템플릿화하여 누구나 디자인할 수 있도록 자유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UGC 환경에서 서비스 개발 시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이 인력을 별도로 채용해서 꾸준히 새로운 콘셉트의 아바타 디자인을 업데이트하지 않더라도 창작자가 다양한 아바타를 제작하기 때문에 자체 제작에 대한 부담감은 줄일 수 있는 동시에 기업 내에서 출시하는 디자인의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3장」 중에서
나이키랜드 속 아바타를 조종할 때는 스마트폰의 가속도 센서를 활용한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아바타가 빨리 달리거나 점프하는 등 ‘슈퍼 파워’가 활성화된다.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 및 알파세대가 게임으로 나이키를 즐길 수 있게 한 장치다. 뉴욕에 구축한 ‘NYC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NYC House of Innovation)’은 온·오프라인을 잘 연결한 또 다른 사례다. NYC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에서 고객들은 로블록스의 나이키랜드를 오프라인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 나이키 제품으로 내 아바타를 바꾸거나, AR을 활용해 나이키랜드에서 경험한 미니 게임인 ‘플로어 이즈 라바(Floor is Lava)’를 즐길 수도 있다. 나이키는 이처럼 온·오프라인 체험을 연결하고, 오프라인에서도 각종 기기나 AR 기술을 통해 체험을 연결함으로써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가상 공간을 구축할 때는 타깃 고객에 맞춰 공간과 경험을 설계하고, 아바타와 아이템을 활용해서 온·오프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메타버스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말 것이다.
---「4장」 중에서
많은 회사가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게더타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로블록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말이다. 그런데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왜 메타버스라는 수단을 선택했는지’ 명확한 이유를 아는 것이다. 기업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거나 상품을 기획·마케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전략이나 상품, 마케팅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다. 즉,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고객의 문제와 니즈가 무엇인지 알면 그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그 가치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예로, 게더타운을 들 수 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동료 직원이 지금 바로 연락 가능한 상황인지 알기가 힘들다. 연락을 하기 위해 메신저나 카카오톡으로 물어보고 전화를 한다. 줌이나 구글미트(Google Meet)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여전히 직원들은 연락을 하기가 번거롭고 같이 일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기 힘들다.
이것이 고객들이 느끼는 문제이자 불편함이다. 게더타운은 여타 서비스와 달리 각자의 아바타를 통해 상호작용(소통)이 가능하다. 한 공간에 25명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아바타와 함께 화상회의 화면을 띄울 수 있다. 이런 장치로 비대면 근무의 피로도를 낮춰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어떤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그 전략을 왜 세워야 하는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5장」 중에서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비즈니스에 진출하고자 할 때 로블록스와 같은 플랫폼형을 지향하는데, 이는 인터넷 환경에 대한 익숙함과 예측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웹2.0이라는 개념이 나왔을 때, 누구나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었고 쇼핑몰처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나왔다. 현재는 많은 사람이 ‘쉽게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처럼 ‘가상 공간을 구축하고 교류하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기업이 보다 더 편하게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내고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 신사업으로 가상 공간을 구현하고자 하는 회사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다음 세대와 기존 세대 모두가 가상 공간에 접속하는 순간,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한 것과 비슷한 재미와 경험을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런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분야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게임과 소셜 서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항목들을 직접 구현하는 게 어렵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거나 기업에서 게임화된 공간을 만들어 재미 요소를 끌어내는 것이 지금으로선 성공적인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방법일 것이다.
---「6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