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인간의 심장 안쪽을 혼자서 들여다보는 격렬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이런 심정에 예외적인 대상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개츠비 씨였다. 그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듯한 사람이었다. 인격이라는 것이 성공적인 제스처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면, 그에게는 멋진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1만 6000킬로미터 바깥의 지진을 감지하는 정교한 기계에 연결된 듯한, 인생의 전망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다. 이런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고 미화되는 흐느적거리는 감수성과는 전혀 다르다. 그것은 내가 다른 누구에게서도 본 적 없는 희망에 대한 각별한 재능, 낭만적 민감성이었다.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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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세상에 대한 내 느낌을 알 수 있을 거야. 아이가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톰은 어디론가 사라졌어. 마취에서 깬 나는 버려졌다는 심정이 들었고, 간호사에게 아들인지 딸인지 물었지. 간호사가 딸이라고 하기에 고개를 돌리고 울다가 말했어. ‘좋아요. 딸이라서 좋네요. 아이가 바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여자한테 최선이에요. 아름다운 바보가 되는 거요.’ 어쨌건 나는 지금 모든 게 끔찍해.
--- p.33
이웃집에서는 여름 내내 밤마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츠비의 파란 정원에는 수많은 남녀가 속삭임과 샴페인과 별들 사이로 부나방처럼 찾아왔다가 떠났다. 오후 만조 때가 되면 손님들은 뗏목 위에 세운 탑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집 앞 해변의 뜨거운 모래밭에서 일광욕을 했고, 그러는 동안 그의 모터보트 두 대는 롱아일랜드해협의 물을 가르며 폭포 같은 거품 위로 수상스키를 끌었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는 버스가 되어 오전 9시부터 자정을 한참 지날 때까지 뉴욕까지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그의 스테이션왜건은 모든 기차 시간에 맞추어 노란 딱정벌레처럼 바쁘게 오갔다.
--- p.61
그 6월 밤에 개츠비가 열망한 것은 별들만이 아니었다. 그는 의미 없는 사치의 자궁에서 갑자기 빠져나와서 나에게 생생한 인물이 되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당신이 조만간 데이지를 당신 집으로 부르고 그날 자기가 거기 방문하도록 해주는 거예요.” 그 소박한 요구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 p.113
작별인사를 하러 갔더니 개츠비의 얼굴에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현재 느끼는 행복감이 얼마나 진정한 것인지 희미한 의구심이 든 것 같았다. 5년 가까운 세월! 그날 오후에조차 데이지가 그의 꿈에 못 미칠 때가 있었을 테지만 그것은 데이지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이 너무도 거대하고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데이지를 초월하고, 모든 것을 초월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거기 뛰어 들어서 계속 그것을 키우고, 자기 앞에 떠도는 아름다운 깃털을 모두 붙잡아서 그것을 장식했다. 어떠한 불길도 신선함도 한 남자가 자신의 창백한 심장 안에 쌓아두는 것에 도전할 수 없다.
--- p.138
그의 심장 속에서는 혼란스러운 폭풍이 그치지 않았다.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잠자리의 그를 괴롭혔다. 시계가 세면대에서 똑딱거리고 달이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축축한 빛으로 적시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현란한 우주가 끝없이 펼쳐졌다. 그는 매일 밤 졸음이 어떤 생생한 장면을 망각의 포옹으로 덮을 때까지 그런 환상의 패턴을 살찌워나갔다. 한동안 이런 몽상은 상상력의 분출구가 되었다. 그것은 현실의 비현실성에 대한 흡족한 암시이자, 세상의 반석이 요정의 날개 위에 튼튼히 세워진다는 약속이었다.
--- p.141
서른 살은 외로운 10년의 약속이다. 이제 알고 지낼 독신 남자의 수는 줄어들고, 열정의 가방도 얇아지고, 머리숱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내 곁에는 데이지와 달리 잊힌 꿈을 기나긴 세월 동안 품고 가기에는 너무도 현명한 조던이 있었다. 어두운 다리를 지나갈 때, 조던의 창백한 얼굴이 내 코트 어깨에 나른하게 얹혔고, 그러자 서른 살의 무시무시한 타격은 조던의 다정한 손길 아래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늘해지는 땅거미를 뚫고 죽음을 향해 달려갔다.
--- p.194
선로가 꺾이면서 기차는 이제 태양을 등진 방향으로 나갔다. 낮아지는 태양은 이제 넓게 펼쳐져서 데이지가 한때 숨을 쉬었던, 저기 멀어지는 도시 위에 축복을 내리려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바람 한 가닥이라도 움켜쥐려는 듯, 데이지로 인해 사랑스러워진 장소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하려는 듯 애타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눈물로 부예진 눈에는 모든 것이 너무도 빨리 지나갔고, 그는 자신이 도시의 그 부분, 가장 생기발랄하고 뛰어난 부분을 영원히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