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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사람

뛰는 사람

: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80년 러닝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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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top2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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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66g | 145*220*15mm
ISBN13 9791155814826
ISBN10 115581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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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평생 달리기를 좋아해온 생물학자가 쓴 이 책은 그저 달리기 예찬론에 그치지 않는다. 생물학적 노화와 아름다운 노년을 어떻게 조화할지에 관한 인생론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달리고 싶어진다. 아름답게,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 손민규 자연과학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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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소한 사건이 꾸준히 쌓여 마침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연의 운영 방식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 사건들은 시간의 끝까지 퍼져나가 막다른 길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간을 창조해 평가하고, 또 새롭게 길을 열어 과거에 한 번도 접하거나 생각지 못한 가능성을 드러낸다. 매일매일이 재앙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 pp.13~14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 비교는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생물학에서는 모든 것이 시간에 의해 제한된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현실은 거의 매 순간 바뀌므로 조건이 다 같을 수는 없다. 생물학은 복잡하며 시간과 무관하게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 중심의 핵물리학이나 천문학과는 다르다.
--- p.100

동료 주자 중에는 눈을 감는 대신 한쪽에 검은 안대를 찬 사람도 있었다. 알고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안대를 착용한 주자는 사실 새와 돌고래의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새와 돌고래는 한쪽 뇌에서 다른 쪽 뇌로 옮겨가며 잠을 잔다. 그래서 돌고래의 경우 자는 동안에도 뇌의 절반은 깨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다를 가르며 계속해서 이동할 수 있다.
--- pp.147~148

분명 달리기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행위다.
--- p.64

나방 번데기의 운동과 비행을 보며 고등학교 시절의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이 생각났다. 달리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나이였던 우리는 어떻게, 왜 달리는지 모르고 달렸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이유는 없었다. 코치가 훈련을 통해 이끌었지만 우리를 진정으로 이끈 건 타고난 욕망이었다. 보상과 결과는 간접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은 채로 미래의 삶까지 멀리 이어질 터였다.
--- p.186

우리는 몸 안팎에서 느껴지는 영향력으로 생체시계의 작용을 알아채는 편이다. 그러나 생체시계의 영향은 마음에도 남는다. 시계는 기억을 남기며 한 단계씩 전진하고,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떠올리며 종종 경외와 경이를 느낀다.
--- p.187

나는 생체시계가 속력을 높여 나를 빨리 늙게 만들어 일찍 죽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내게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알고 싶었고 그걸 알아보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운동과 관련한 노화의 생물학(아마도 생화학)을 공부한 뒤 마지막에 실험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 pp.100~101

이제는 최고 주자들과의 경주가 아닌 시간과의 경주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 p.132

장거리 달리기는 자선단체의 지원, 자연 감상, 건강, 통합과 관용을 포괄하는 차원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과의 조화와 연대, 선행,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 인간으로서의 겸손을 지지하고 촉구한다. 우리가 모든 생명체와 함께하는 공생의 일부라는 점은 그 어떤 생물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건 하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다.
--- p.212

나는 트레일 러닝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게 좋은 출발점이라고 본다. 보편적이고 공정하며 개인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유익한 무언가에 모두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 p.224

그러나 굉장히 사회적인 동물로서 우리가 자연을 숭배하기 전에 한 가지 놓친 게 있는데, 바로 공동으로 참여하는 예식이다. 그 점에 있어서 나는 달리기보다 더 나은 게 생각나지 않는다. 달리기는 영혼의 터전으로서 몸과 마음을 먹여 살린다.
--- pp.226~227

달리기에는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으므로 4분 달리기와 두 시간짜리 마라톤, 어린 소녀와 80세 할머니의 뜀박질이 모두 위대한 성취가 되어 노력을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회적 활동이 된다. 이것은 어떤 게 성취될 수 있는지를 보는 우수함의 아름다움이며, 이는 곧 영감이 되어 몸이 아니더라도 영혼으로 공감하고 동참하는 현실로 자리 잡는다. 올림픽 같은 최고의 대회에서는 우리를 대신해 출전한 선수를 통해 영광스러움을 함께 누리고 즉각 참여하게 해서 모두를 하나로 만든다. 하나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달리기는 소중하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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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하인리히만큼 멋있는 과학자는 많지 않다. 그는 손대는 연구마다 놀라운 결과를 얻어낸 탁월한 생리생태학자다. 우리들은 그저 과학하기만도 벅찬데, 그는 41세에 1.6킬로미터당 평균 6분 38초의 속도로 80킬로미터를 달려 장년부 신기록을 보유한 세계적인 달리기 선수이기도 하다. 서른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캘리포니아주립대 정교수가 되었는데, 3년 만에 모든 걸 내려놓고 고향 메인주에 통나무집을 지어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뼛속까지 과학자인 그는 변변한 실험 기기도 없는 메인주의 숲에서도 지극히 단순한, 그러나 대단히 영리한 실험을 통해 최고 수준의 논문들을 쏟아냈다. 달리기도 그냥 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실험하며 도전적인 자세로 기록을 갱신해왔다. 두 발로 서고 체모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오래 뛸 수 있게 된 우리 인간은 탁월한 사냥꾼이 되었다. ‘뛰는 사람’의 생체시계가 어떻게 개선되거나 노화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그는 여든이 넘은 오늘도 뛰고 있다. 과학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지만 베른트 하인리히는 우리 생물학자들에게 영웅 같은 존재다. 자신이 직접 심고 가꾼 미국밤나무 숲에 좋은 거름이 되고 싶다는 그의 삶을 응원한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인생을 재밌게 사는 사람은 얼핏 봐도 티가 난다. 그 근처에서 얼쩡대다 보면 나까지 신선한 경험에 휘말리곤 하니까.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딱 그런 부류다. 평생 동안 뒤영벌이나 쇠똥구리를 관찰해온 성실한 과학자. 그런데 전혀 어울리지 않게 달리기라니! 그것도 대충 취미생활로 뛰는 게 아니다. 그는 80세가 되는 기념으로 100킬로미터를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야심 찬 러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긴 수염을 휘날리며 달리는 찰스 다윈을 보는 것처럼 이채롭다. 뿐만 아니라 벌과 개미에게 배운 생존 방식을 달리기에 접목해보는 투철한 실험 정신마저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 슬슬 달리기를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건만 70대에도 끄떡없이 젊은이들과 울트라 마라톤을 즐기는 그에게서 희망을 얻었다. 생물학과 달리기와 나이 듦이 어우러진, 세 가지 맛 에너지 음료를 들이켠 기분이랄까. 얼굴도 모르는 여든 살의 ‘뛰는 사람’에게 동지애를 느낄 줄은 진짜 몰랐다.
- 마녀체력(이영미) (『마녀체력』, 『걷기의 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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