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드디어 솔직해졌기에 하는 말이지만, 마음이란 솔직히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주어지면 받는 것이다. 마음은 설득하고 꾀고 바꾸고 진정시키고 훔치고 단련하고 뺏을 수 없다. 하물며 얻어낼 수는 없다.
--- p.12
모든 게 변했던 때가 콕 집어 언제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수년간, 그러니까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삶의 중심에 있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남자애들 다음엔 남자들에 대해, 데이트 다음엔 섹스에 대해, 연애 다음엔 사랑에 대해.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각자의 연애는 우정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연애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 알아서 걸러 말했다. 중요한 사건이나 새로운 소식은 공유되기보다는 자동으로 생략되었다.
--- pp.47~48
첫째로 알아야 할 것은, 거짓말은 단지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꾸며낸 허구다. 둘째는, 정말 이상하고 정말 터무니없는 거짓말도 때로 완벽한 진실처럼, 완벽하게 개연성을 띤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믿고 싶어한다. 셋째는, 따라서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늘어놓는다 해서 그게 무슨 대단한 재주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며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는 스스로의 거짓말에 면역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강조할 지점을 변경하고 긴장감을 증대시키고 사건을 과장함으로써 이야기를 수정한다. 이 수정된 이야기를 매번 발화할 때마다 발전시키면서, 결국은 스스로도 믿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야기뿐 아니라 기억까지 수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창조하고 상상한 순간들, 즉 우리의 허구가 점점 실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너는 수정된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럴듯하게 펼쳐지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거짓말인지 알 수 없게 된다.
--- pp.142~143
언젠가 누군가 네게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마치 문제인 듯 말할 것이다. 실은 해결 방법인데.
--- p.149
마니는 나의 두번째 위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이제 난 그녀마저 잃은 느낌이었다. 이건 매우 다른 종류의 상실이었다. 조너선은 일순간 사라졌다. 반면 마니는 썰물처럼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변함없이 단단하게 그 자리에 붙박인 모래사장이었다. 마니는 바다였다. 우리 둘보다 센 어떤 힘에 의해, 나로부터 빨려나가 다른 곳으로 흘러들었다. (…) 어떤 자연재해는 너무 강력해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하다.
--- pp.158~159
너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죽음과 함께 살아가게 될 테고 죽음이 네 세상에 늘 존재하는 일부가 될 텐데, 그러면서 배우게 될 것이 있다. 죽음은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흐르면 점점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이다. 날카로운 날을 잃는다. 깊게 베이지 않으며 따라서 많은 피를 흘리지도 않는다. 어떤 때는 며칠 전에는 울었던 일에 지금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날도 여전히 날이다. 무심코 던져진 말 또는 기념일 때문에 갑자기 날카로워지거나, 행복한 순간들의 기억에 어느 정도는 갈려나간다. 슬픔에 논리나 우리 모두가 따라가야 할 통상적인 길은 없다. 단지 참을 만한 때와 참지 못할 때가 있을 뿐이다.
--- pp.201~202
믿을 수 없는 상실을 겪을 때, 몸 전체에 퍼지는 발작적 떨림을 언어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죽음 자체는 어디에나, 언제나, 모든 기억 속에,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모든 순간마다 있다. 그러나 그것은 슬픔을 받치는 여러 기둥 중 하나일 뿐이다. 전체로서의 슬픔은 한 사람의 상실 이상이다. 삶의 상실이다.
--- p.221
하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가장 이상해 보이는 허구도 충분히 진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게 무슨 대단한 재주는 아니다. 그것은 훌륭한 이야기였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 p.238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사랑을 찾아 최고의 사랑을 희생하니까.
--- p.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