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다 씨의 유언에 관한 건인데요.”
“유언?”
“네. 스나다 씨는 계속 독신이셨고, 돌아가신 어머님 외에 다른 형제분도 안 계셨습니다. 유일한 혈육인 두 분, 사쿠마 리오 씨와 사오 씨에게 유산을 상속해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유산. 그 단어를 듣자 심장이 쿵하고 뛰었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금세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으레 하는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는 말이 현실이 될 상황인지라 그 말이 무척 매력적으로 들려온 것은 사실이다.
“그 유산의 내역 말인데요.”
변호사님은 앞에 있는 서류들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현금은 크게 없으시고, 주로 부동산 그리고 사업 관련인데, 상속에 대한 조건도 있어요.”
부동산. 사업. 모두 듣기만 해도 눈이 반짝이는 말들이다 ― 하지만 조건이라니?
“부동산이라는 게 말이죠.” 변호사님은 담담하게 계속 이어나갔다.
“옛날식 공중목욕탕, 흔히 말하는 대중목욕탕 건물과 그 토지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그다지 신식 건물이 아니 고, 입지로 봐도 역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사업이라는 건 그 목욕탕의 경영입니다. 아주 순조롭다고 할 순 없지만, 매우 적기는 해도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업 ― 목욕탕 경영을 가능한 한 계속해나가며, 건물과 현재 근무하는 두 직원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상속 조건에 해당합니다.”
--- p.22
“우리 손자 말이야. 남자애고 두 살인데.”
오오니시 씨와 따님, 아직 어린 손자, 이렇게 셋이서 살 고 있다고 한다. 따님은 회사원, 손자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오오니시 씨가 거의 매일 등 하원을 시키고 있다. (...)
“예쁘장해. 눈이 초롱초롱하고 애가 어른스럽다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통 못 보네. 무슨 일 있나? 참, 우리 손자 얘 기하고 있었지. 이름은 타쿠토라고 하는데, 순한 편이라 손이 많이 가진 않아. 내가 등 하원을 시키고 저녁도 먹이는데, 목욕은 꼭 딸이 시켜. 그래서 저녁 8시나 늦어도 8시 반쯤 에 퇴근을 하거든. 하루는 밤에 타쿠토가 잠든 다음 딸이랑 얘기를 하는데 타쿠토가 목욕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거야. 두 살이면 말을 배우는 속도가 다르니까 빨리 배우는 애들은 어른처럼 말을 하고, 늦는 애들은 거의 말수가 없어서 꽤 차이가 나거든. 우리 손주는 늦는 편인데,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말을 했다는 거야. ‘청개구리가 웃었습니다’라고.”
“청개구리가 웃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소리일까.
“딸도 깜짝 놀랐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도 전혀 모르겠다는 거야. 개구리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욕조에 개구리 장난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때는 뭐 어디서 들은 말인가 했지. 그랬는데 그저께 밤에도 그랬다는 거야.”
“또 똑같이요?”
“머리를 감겨주고 있는데 ‘청개구리가 웃었습니다’라고 하더래. 발음도 정확하고 단조음처럼 희한한 톤으로. 좀 묘하지 않아? ‘청개구리’라는 것도 가뜩이나 이상한데 그게 웃는다잖아.”
--- p.64
“세무조사라는 말은 들어보셨죠?”
“네.”
“세무조사라는 건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내고 있는 세금이 매우 적다’, 즉 탈세가 의심될 때 보통 진행됩니다.” 탈세? 우리 목욕탕이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전화할 때는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했는데.
“탈세의 일반적인 패턴은 영업 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실제보다 적게 보이게끔 만드는 것인데요. 다시 말하면 매출을 적게, 또는 경비를 많이 신고하는 거죠. 여기까진 이해되시나요?”
“네.”
“그리고 사쿠마 씨가 물려받으신 ‘폭풍 목욕탕’의 경우에는…….”
나는 긴장이 됐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사실 신고 내용에 미심쩍은 점이 있습니다. 다만…….”
미무라 씨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익이 적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거든요.”
“네?”
“매출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경비가 지나치게 저렴해요. 비슷한 규모의 다른 목욕탕과 비교해서 일단 말도 안 되는 정도죠.”
“그런가요?”
그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깜짝 놀란 내게 미무라 씨는 계속 설명했다.
“신고 내역 상으로는, 적긴 하지만 이익이 발생되고 있다고 확인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하거든요.”
--- p.108
뒷문을 지나 대기실로 들어가자 내 담당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임에도,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감을 한 직후여서 아직 두 사람이 정리하고 있을 텐데 도 묘하게 고요했다. 남탕 탈의실에 들어서자 웬일인지 불이 꺼져 있다. 그렇다고 아주 깜깜하지는 않았다. 유리 미닫이문 너머로 욕탕 에서 불빛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상시의 불빛과는 다르다. 희미하다고 할까, 깜빡인다고 할까. 이런 비슷한 상황을 누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맞다, 고지마 씨다. 목소리가 큰 단골 할아버지 손님. 지금의 나처 럼 깜빡 놓고 간 손목시계를 가지러 왔었다. 미무라 씨의 시계를 금방 찾아낸 나는 앞치마 주머니에 시계를 집어넣고, 욕탕 쪽으로 걸어갔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욕탕에는 낯선 연두색 불빛이 일렁이며 안쪽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타일의 벽화와 함께 사람의 형체도 보인다. 여자가 하나, 그리고 남자가 ― 두, 둘?
---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