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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진화의 실패작 (큰글자책)

인체, 진화의 실패작 (큰글자책)

: 너덜너덜한 설계도에 숨겨진 5억 년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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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진화의 실패작
[도서] 인체, 진화의 실패작
엔도 히데키 저/김소운 역 여문책
10% 15,300
인체, 진화의 실패작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210*297*17mm
ISBN13 9791187700791
ISBN10 118770079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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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신의 귀가 옛날 동물의 몸에서는 턱 부위였다고 하면 독자의 상당수는 무슨 소린지 의아해할 것이다. 발바닥의 움푹 팬 부분이 지난 500만 년 동안 원숭이류의 역사를 말하는 찬란한 훈장이라는 사실을 아실는지. 여성 독자라면 매달 찾아오는 생리가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유례가 드문 생존 전략의 귀결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신지. 쉬지 않고 톡톡 뛰는 심장이 5억 년도 훨씬 전에는 우렁쉥이의 ‘체강상피體腔上皮’였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리둥절해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인간의 역사를 알아내기 위한 기법으로서 우리는 시체에 많이 의존한다. 남몰래 연구되어온 동물들의 시체가, 실은 우리 신체의 역사를 찾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 책이 1장부터 말하는 많은 사실은 무수한 시체가 있었기에 밝혀진 여러분 자신의 이력이다. --- p.24~25

동물은 기본적 설계를 가진 조상이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 새로운 동물을 창조하는 유일한 길은 그 조상의 설계도를 빌려서 변경하는 방법뿐이다. 따라서 새로운 설계도는 어차피 조상의 설계도 어딘가를 지우개로 지우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뭔가를 첨가하는 방법으로밖에 실현할 수 없다. 이는 인간이 만드는 기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p.54

진화란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동물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설계변경이 자연도태를 당하고 살아남는, 누덕누덕 기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실제 동물 신체의 변천이 즉흥적이라는 느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여간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그런 엉터리 진화가 종족 전체에 대규모 발전을 불러오는 모습이 지구의 역사에서는 자주 눈에 띈다. --- p.70

물론 척추동물의 5억 년 역사 속에서 좌우대칭성을 무너뜨린 사건은 심장 이외에도 무수히 많으리라. 하지만 폐와 심장의 이 불균형한 형태는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역사를 말해준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척추동물이 산소를 섭취하고 혈액을 흐르게 하기 위한 작전은 신체의 좌우대칭성을 파괴하고 누덕누덕 기우며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것이다.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좌우비대칭적 설계변경이다. --- p.118~120

유전자 언어로 신체의 역사성을 말하는 것은 신체의 역사를 밝히는 작업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완성될 신체의 기능을 해명하는 작업을 포함해서 나머지 절반은 실제로 직접 시 체를 봐야만 밝혀지는 내용이다. --- p.127

진화라고 하면 화려한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설계변경과 개조가 되풀이되며 누덕누덕 기운 신체로 다음 시대에 살 방법을 개발하려고 한 것에 불과하다.
사람과의 시작도 실로 그러하다. 직립보행이나 이후에 가속도가 붙은 사람과의 고도화 계획도 백지에 그려진 아름다운 설계도를 기초로 한 것이 아니다. 나무 위로 쫓겨난 수수한 원숭이가 우연히 두 다리로 선 듯하다. --- p.161

월경은 본래 호모사피엔스 여성을 진화적으로 불리하게 하므로 평생에 걸쳐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원시적인 사람과에게는 약점으로 보이는 현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임신하고 젖을 분비하는 주기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월경을 달마다 찾아오는 당연한 사건으로 바꾼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 진화가 상정하는 범위를 넘어서 고도의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 이후다. 달에 홀린 난소. 그 행동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제껏 보았던 단순한 설계변경의 재미와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인간이 차차 신체의 원래 설계에서 벗어난 생활방식을 고안해온, 현대사회의 고도로 진화한 모습을 응축해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p.226~227

요즘 시대의 ‘평가’와 ‘경쟁’이란 진정으로 의의가 깊은 평가와 경쟁과는 천지차이며, 단기간에 동원한 돈, 특허의 양과 발견을 발표하는 자리의 등급 매기기에 의존해 상부에서 설정한 것으로 전락했다. 그것은 이웃나라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소동에서 보았듯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인간을 낳는 그릇된 치세라고 나는 믿는다. 과학자의 마음을 파괴하고 대학을 피폐하게 만드는 책임은 과학자 자신 훨씬 이전에 ‘경쟁’만 부추기는 오늘날 위정자의 본질에 뿌리내리고 있다. --- p.274

동물원과 박물관은 시민 개개인이 성숙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대상이며 문화의 원천이다. 지금 시민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목표는 사회교육을 행정개혁의 대상으로 내놓는 정치와 행정의 안이한 자세다. 동물원과 박물관이 교육기관이고 문화의 장래를 담당하는 이상, 시민이 그에 대해 견지하는 자세는 선거 때의 한 표와 동일한 무게를 갖는다. 정치가에게 맡길, 서비스와 이익을 파생시키는 범주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원에 대한 요구가 서비스와 안락함만이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행위를 금전으로 평가하듯이 동물원과 박물관의 의의를 유흥서비스로서의 성공도로만 측정한다면 거기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이미 사회교육도 행정개혁도 아니다. 물론 문화도 아니다. 그런 것은 원숭이도 할 수 있는 그저 ‘생존행위’의 하나일 뿐이다. 문화발전은 피를 토하더라도 사회가 획득해야 할 내일을 위해 부과된 우리의 책임이다.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사회교육을, 문화가 나아갈 미래를 헐값에 논의해서는 안 된다.
--- p.27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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