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 이후 데이터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 도처에 편재하고 무료로 취할 수 있다. 어디에나 있고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치가 높지 않다. 스토리텔링은 데이터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방식 중의 하나다. 데이터를 원인과 결과로 연결하고 통합해서 시간 속에 꿰어 놓는다. 어지럽고 무의미한 데이터의 세계에서 의미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서론: 스토리텔링에 관한 여섯 가지 물음”」중에서
스토리텔링에서 이야기하는 행위의 현장성과 상호작용성은 텍스트의 구조나 서사의 체계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으로 이행한다. 스토리텔링의 청자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이끌어 가는 데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들은 이야기를 변형하고 재구성하여 다른 청자에게 다시 이야기하는 화자의 자리에 서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은 이처럼 이야기를 생성·변형·재창조하면서 향유하고 유통시키는 전 과정을 포괄하는 용어로서, 화자와 청자의 구분을 해체할 뿐 아니라 권위 있고 종결 가능한 서사의 닫힌 체계를 거부한다.
---「"01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중에서
‘캐릭터 동기화’란 등장인물이 스토리의 맥락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택과 실천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캐릭터 동기화’의 결정적 순간에는 스토리의 흐름에 질적 차이를 만드는 심리적 전환 혹은 결단이 전제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캐릭터 동기화 이론’이란 캐릭터의 유형을 입체적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성격적 특성을 밝히는 작업을 넘어선다. 캐릭터 유형을 구별 짓는 동인으로 등장인물의 심리적 토대, 추구(활용) 가치, 부정적 태도, 방어 기제, 일상적 행동 패턴, 의식 경향, 자기 인식 왜곡 양상, 그림자의 발현 양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05 캐릭터, 스토리의 필수 요소”」중에서
서사 창작 도구가 데이터베이스 활용의 논리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사례 기반 추론 모델(CBR)이다. 이 모델은 인간이 장기기억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프로세스를 모방한 것으로, 과거의 유사한 사례로부터 추론하여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CBR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 도구는 창작 과정을 하나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보고 과거의 사례, 즉 기존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도출해 낸다.
---「"09 디지털 서사 창작 도구”」중에서
서사적 측면에서 BTS는 하위 모방 양식의 캐릭터를 재현하며 문제적 현실을 반영하는 대리자로 형상화된다. 이러한 재현 방식은 사용자를 서사에 몰입시키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사용자는 문제적 현실로부터 형성된 불안을 해소한다. 두 콘텐츠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파편화된 서사를 제공한다. 팬덤은 이야기 파편을 적극 연결해 서사를 완성시키며, 아이돌 콘텐츠의 스토리월드를 구축하고 확장한다.
---「"11 한국 아이돌 콘텐츠의 트랜스미디어”」중에서
감독은 기택이 사는 반지하 집과 동익이 사는 고급 주택 두 세계를 연결시켜 자본주의의 패착인 신계급주의 권력 구도를 가시화했다. 이때 영화 속 계급 구도는 자본의 소유 정도로 구분되는 정형화된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다. 감독은 인물들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세상에는 절대 선과 악이 없으며, 누구든지 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감독의 특기인 ‘결론 뒤집기’, ‘시공간의 대조적 묘사’, ‘낯설지만 친숙한 장소 활용’이라는 서사 전략이 드러난다.
---「"12 봉준호 장르”」중에서
이 드라마는 소설의 관찰자적 시점같이 카메라의 시점에 의존한 드라마 스토리텔링을 넘어, 전지적 작가 시점과 유사한 360도 촬영 등의 재현 전략을 통해 증강현실의 풍경을 화려하게 펼쳐 놓는다.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는 인간의 의식 속에 내재한 ‘폭력’의 문제이며, 그 폭력으로 인해 ‘버그’를 일으킨 삶과 인간관계의 문제다. 중세의 기사처럼 기술의 마법이 만든 가상현실 속으로 모험길을 떠나는 뉴칼라의 이야기가 중세 로망스문학의 온상이었던 ‘알함브라 궁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16 증강현실과 K-드라마의 모험”」중에서
칸이 단이나 면에서 차지하는 구성적 위치나 배열이 만화 속 이야기의 흐름, 등장인물의 성격, 사건의 분위기나 상황 등을 규정한다. 일상의 평범한 공간을 대표하는 사각형 칸이나 다른 칸과 뚜렷이 구분되는 선으로 분리된 칸이 주는 느낌은 선이 없이 구성된 칸이나 지면의 끝까지 닿아 있는 칸, 그리고 삼각형, 혹은 마름모 형태 칸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동일한 모양의 칸이라 하더라도 크기나 그 안에 그려진 컷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혹은 칸이 면의 어디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작가의 의도나 독자의 반응이 달라진다.
---「"18 만화의 공간과 상상력”」중에서
‘대도서관TV’ 채널은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과 녹화 방송으로 구분된다. 특히 녹화된 방송에서는-고프먼이 말한-관객과 만나는 ‘앞무대’가 확장되면서, 실시간 방송 시청자가 방송팀 구성원의 일부로 참여한다. ‘스트리머’, ‘게임 참여자’, ‘실시간 방송의 시청자’는 역할의 층위가 조정되면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게임 방송 서사를 집단 창작한다. 여기서 스트리머는 주요 이야기꾼이자 앞무대 진행자로서, 중심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며 방송의 정체성을 정의한다.
---「"21 유튜브 이야기꾼과 우리”」중에서
드라마의 흥미성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데서 창출된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가 시간의 순서대로 사건이 제시되는 것이라면, 플롯은 사건을 재배치하면서 이야기가 구성되는 것이다. 작가는 플롯을 만들고 관객은 작품을 보는 과정에서 전체 스토리를 재구성해 낸다. 그런데 수용자가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야기의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서사 장치가 필요하다.
---「"23 OTT 드라마의 몰아보기 전략”」중에서
가능세계 이론이란 텍스트에서 재현된 세계가 현실세계와 독립된 나름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 가능세계가 모방의 대상인 현실세계와 관련해서 기호작용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능세계 속에서 지시 기능을 가진다고 본다. 때문에 가능세계 이론에서는 실제세계와 텍스트 실제세계의 관계뿐 아니라 이때 텍스트 지시세계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데 이는 메타버스 논의에서 더 큰 함의를 지닌다.
---「"26 메타버스”」중에서
TMC는 사용자가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기 때문에 트랜스의 의미를 구현하고, 넘나드는 행위가 미디어와의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 참여·공유·연결이 활성화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액션을 특징으로 한다. 즉 TMC의 수용자는 단순한 독자나 관람자도 되었다가, 이용자 혹은 플레이어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커뮤니티나 콘텐츠 창작에 직접 참여하는 창작자가 되는 등 미디어를 넘나들며 다양하고 적극적인 역할의 트랜스와 함께 경험의 트랜스가 일어나 사용자 다층 구조를 형성한다.
---「"29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중에서
허천은 친숙함의 즐거움에 대해 ---「"아이가 똑같은 자장가를 듣거나 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 느끼는 기쁨을 떠올려 보라. 이런 종류의 반복은 의례와 마찬가지로 안정감, 충분한 이해, 다음에 벌어질 일을 알 것 같다는 느낌에서 오는 자신감 등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반복이 주는 ---「"기발함”도 물론 있다. 반복은 대개 매체 혹은 장르가 전환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각색자는 기호 표현의 등가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30 크로스미디어와 트랜스미디어”」중에서
코드 블록이 단어이고 블록을 배열하는 것이 쓰기라면, 의미는 쓰기를 마친 후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순간에 현행화된다. 플레이 전까지 어떠한 의미도 지니지 못했던 코드 블록은 바로 그 순간 특별한 의미를 생성하게 된다. 즉 게임 플레이가 일종의 말하기 과정이라면 코드 블록을 배열하는 쓰기의 완료와 게임을 플레이하는 말하기가 중첩되어 현행화되면서 그 의미를 생성시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 작가의 글쓰기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32 코딩 교육과 글쓰기”」중에서
내러티브 치료가 내러티브의 치료적 활용으로서 주로 내담자 내면의 이야기들을 치료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라면, 스토리텔링 치료는 이뿐만 아니라 문학·예술 내러티브를 포함한 다양한 내러티브를 여러 매체를 통해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실제 내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문학과 영화, 그림책, 만화 등의 여러 매체를 통한 스토리텔링도 서사학과 텍스트 해석학 등의 관점에서 활용하는 치료다.
---「"34 이야기 치료”」중에서
브랜드의 의미는 물리적·기능적·이성적 측면에 의해 의식의 차원에서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잠재적·상징적·은유적·암시적 요소들에 의해 무의식의 차원에서 창출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암시적 속성·요소들은 소비자의 무의식 속 내면의 욕구와 갈망 등에 상응하여 형성하게 되는데, 이 속에서 인간의 정신세계 속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원형이 인간의 행동을 이끌고 다소 구체화하는 본능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35 신화적 상상력과 브랜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