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계속 감탄하는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으로 넬슨 만델라를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그의 삶이 증명해 주는 가능성에 고무되었고, 그가 자신의 꿈인 정의와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치른 희생에 경외감을 느꼈다. 그야말로 그의 삶은 우리 세계를 너무도 자주 괴롭히는 냉소, 절망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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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장례식에 참석해 템비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없었지만, 그래도 묘지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부모라면 마땅히 있어야 하는 순간인데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일반 재소자의 문제를 생각할 때 살아야 할 긴 형기, 하지 않을 수 없는 고된 노동, 거칠고 맛없는 식사, 모든 재소자에게 엄습하는 지루함, 날마다 똑같은 삶이 반복될 때 인간이 겪는 좌절감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일부는 이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했습니다. 그 경험들은 존재를, 영혼을 너무 깊숙이 갉아먹습니다.
--- p.227
감옥이 자신을 알고 깨우치기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흐름을 냉철하게 규칙적으로 살펴보기에 이상적인 곳임을 발견할지도 모르오. 우리는 자신이 개인으로서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판단할 때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인기, 부, 교육 수준 같은 외적 요소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소. 물론 이런 것들도 물질적 문제에서 자신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때는 중요하고, 많은 사람이 주로 이 모든 것을 성취하려고 애쓰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오. 그러나 자신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평가할 때는 내적 요소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오. 정직하고 성실하고 소박하고 겸손하며 순수하게 너그럽고 허영심이 없고 남을 위해 기꺼이 일하는 것, 이 모두는 누구나 얻기 쉬운 것들이지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바탕을 이루는 자질들이오. 그런데 이런 성질의 문제에서 성장과 발전은 진지한 자기 성찰 없이는, 자신을 알지 못하고는, 자신의 약점과 잘못을 모르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오. 감옥은 다른 것은 몰라도 날마다 자신의 행동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나쁜 것은 극복하고 좋은 것은 무엇이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오. 이 점에서 날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15분 정도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면 아주 알찬 결과를 얻을 수 있소. 처음에는 자신의 삶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정확히 집어내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열 번째에는 알찬 보상을 얻을 수 있다오.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 pp.274~275
우리의 삶에는 나름의 안전장치와 보상책이 있다오. 흔히 말하듯이 성인은 늘 청렴하려고 노력하는 죄인이라오. 어떤 사람이 인생의 3/4을 악한으로 살아도 성인으로 추앙받는 것은 그 사람이 나머지 1/4을 성인으로 살았기 때문이오. 실생활에서 우리가 대하는 것은 신들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오. 모순으로 가득 찬 사람들, 차분하면서도 변덕스럽고 강하면서도 약하고 유명하면서도 악명 높은 사람들, 우리 몸에 흐르는 핏속에서 구더기와 살충제가 매일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 말이오.
--- p.303
사람들은 내가 사람을 너무 좋게만 본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것은 내가 견뎌야 하는 비판이고, 그래서 그동안 비판에 적응하려고 했어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사람을 좋게 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니까. 사람이 성실하고 정직하다 생각하면서 그런 가정하에 행동하는 것이 좋은 점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면 그들도 그렇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누가 개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서 큰 진보를 이루었다면, 기본적으로 자기가 상대하는 이들이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렇게 믿어요.
--- p.336
나는 대중을 선동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대중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를 바라고, 그들에게 화해의 정신을 불어넣고 싶어요. …… 나는 분명히 부드러워졌어요. 젊을 때는 아주 급진적이고, 거창한 말을 쓰고, 모든 사람과 싸우려고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고…… 따라서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은 적절하지 않아요.
--- p.414
이 책은 남길 것이 없는 척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나는…… 시골 소년에게 있을 수 있는 약점과 실수, 과오를 모두 가지고 있었고, 비전과 경험의 폭이 주로 내가 자란 지역과 내가 다닌 대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영향을 받았다. 나는 오만에 기대어 나의 약점을 감추려고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동지들 덕분에 나와 다른 동료 죄수들이 무명의 존재에서 까닭 없이 두려운 존재, 아니면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격상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죄수 가운데 하나라는 아우라도 완전히 걷힌 적이 없지만 말이다. 감옥에서 심히 걱정했던 것 하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바깥세상에 투사한 허상, 내가 성인 聖人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며,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는 세속의 정의를 따르더라도 아니다.
--- pp.515~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