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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큰글자책)

최재천의 공부 (큰글자책)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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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도서]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안희경 저 김영사
10% 14,850
최재천의 공부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87*266*30mm
ISBN13 9788934942924
ISBN10 893494292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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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위정자들이 힘써 노력해야 하지요. 갈등의 골이 깊으면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p.39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성적을 내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요. 시험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죠. 제가 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험을 안 보는 방법을 택했을까요? 좋은 고등학교에 착실하게 다녔는데도 대학 입시에 두 번 떨어졌던 저의 현실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몇 년을 준비하고 재수까지 했는데, 왜 단 하루 만에 치른 시험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지어질까? 이 시험을 1년 내내 펼쳐서 하면 어떨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이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였습니다. 저는 긴 시간을 주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제법 잘했어요. 우리는 여러 면을 평가할 수 있는데, 기준을 너무 한정시켜 평가합니다. 저는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험을 없애고, 한 학생을 열몇 가지 부분으로 평가해요. 거의 매일 평가해야만 한 학기 전체 총괄 평가가 나옵니다. 교수 생활 내내 악착같이 했어요.
--- p.68

저는 ‘미리 한다’가 습관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1주일을 앞서 끝내고자 결심했는데, 처음엔 잘 안 되더라고요. ‘실제로 1주일이 있다’라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연습하니까 자동 입력이 됐어요.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은 ‘1주일이나 2주일 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됐어요. 미리 다 해놓습니다. 남은 기간 저는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30분 정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그 일을 살펴봅니다.
--- p.102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p.146

제 연구실에서, 또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실수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실수한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라는 철칙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요. 제 경영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 실수를 별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수하면 완전히 그 동네에서 매장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가 제 결론이고요. ‘너무 겁먹지 말고 들이대라’가 제 조언입니다.
--- p.156

제가 통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소통 없이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이제는 대다수가 주변인과 융합해야 한다고 느끼죠.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딴짓밖에 없어요.
--- p.191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 p.233

저는 기숙사 튜터를 하면서 들어주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7년 동안 학생들을 보살폈다기보다는 제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받았죠. 나중에 교수가 되어 큰 도움이 됐어요. 밥을 먹으면서 다짜고짜 ‘너 그러면 안 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했을 리는 없잖아요.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캐내려면 말을 잘 걸어야 하죠. 내가 말을 많이 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자연스럽게 듣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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