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궁금한 것은 침으로 자신의 증상이 낫느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수십 년 된 질환이 어찌 서른 살짜리 한의사의 침 한 방에 낫겠는가! 그 사실은 환자가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래도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한의원을 찾는다. 환자가 원하는 것 은 ‘Yes or No’가 아니라 공감과 위로다. “힘들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좋아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환자들은 의사를 찾는다. 치료가 안 되는 질환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게 의사의 본분이겠지만,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환자들의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면 안 된다. 환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폭풍우를 이겨내는, 같은 배를 탄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면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매일같이 방법을 찾다 보니 저절로 공부가 되었다. 그렇게 하는 공부는 책에서만 보던 죽은 공부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공부였다. 그렇게 환자를 통해 나는 더 배우고 성장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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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환자들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서는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가 원하는 것과 환자가 원하는 것은 다르다. 의사는 ‘어떻게 하면 내가 잘 치료해주지?’라고 생각하나, 환자는 ‘내가 원하는 치료를 어떻게 받지?’라고 생각한다. 간혹 환자들과 상담으로 20~30분 넘게 진맥하고 복진을 하며, 추나를 하고, 이러이러한 치료를 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아, 나는 그냥 침이나 맞고 갈라요”, “오늘은 바빠서 그냥 가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허탈할 때가 많다. 환자 또한 그 경험이 불쾌했을 것이고, 나 또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안 되고, 환자가 원하는 것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후에 나의 의견을 보태야 한다. “환자분은 지금 상태에서 여기가 문제가 있어서 약침과 추나, 한약 치료가 필요한데, 함께 치료해보는 게 어떠신가요?”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환자는 비로소 “아 어떤 치료가 더 필요할까요? 비용은 어떻게 되지요? 얼마나 치료해야 할까요?” 하는 대답을 하고,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에 자신이 결정해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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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부분이지만 직원들을 상대로 한 이벤트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예전에 직원들 회식을 하면서 학교에서처럼 상장을 준비한 적이 있다. 상장을 준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상장 용지를 사서 프린트만 하면 그만이다. 나는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개성 있는 상장 을 수여했다. 눈치가 빠른 직원에게 ‘눈치코치상’, 물건을 잘 고치는 직 원에게 ‘맥가이버상’, 친절한 직원에게 ‘금자씨상’ 등을 주었다. 소정의 상품권과 함께 생각지도 못했던 상장을 받은 직원들은 너무 즐거워하면서도 고마워했다. 이런 방법들은 크게 돈을 들지 않고 직원들의 사기 를 올릴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다이어트 환약인 ‘부슬환’을 출시하면서 다이어트에 어울리는 사진을 직원들에게 공모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공모에서 1등을 한 직원에게는 부상으로 부슬환을 한 상자 주겠다고 하니 많은 직원이 참여했다. 카카오톡 투표에 직원들이 참여해서 공개적으로 1등을 선정했다. 투표를 통해 자신이 참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렇듯 직원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일의 소소한 부분에서 재미를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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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쯤 나도 드디어 처음으로 월 매출 1억 원을 넘게 되었다. 예전 같아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었다. 처음에 혼자서 아등바등하며 망해가는 한의원을 양수해서 운영해왔던 시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직원 2명에서 시작한 한의원은 어느새 20명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입원실을 운영하면서 그만큼 경비도 커졌다. 의료진과 직원의 인건비도 외래만 볼 때와는 규모가 달랐다. 또한 한의원 매출은 늘 꾸준하게 있는 매출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빠질 수 있는 매출이기 때문에 항상 불안했다. 3년 동안 일했던 부원장도 마침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나가는 시기였다. 나는 이 시기를 이겨내고 한의원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영 컨설팅 강의도 신청했다. 컨설팅 과정을 6개월 동안 들으면서 다른 잘되는 한의원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게 되고, 경영에 대해 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패키지 프로그램이라든지, 매출일지 작성, 직원들의 업무 매뉴얼 작성 등 여러 가지 운영 기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컨설팅을 통해 배운 것을 적용해보니 실제 한의원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내용들을 서식화하고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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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책을 통해 나는 경영을 배웠다. 그리고 잘되는 한의원을 찾아가서 실무적인 조언을 얻었다. 그리고 나의 부정적 생각부터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처음과 비교해서 계속 더 좋아지고, 나아지는 한의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바뀌면 말이 바뀌고,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결과가 바뀌고, 결과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앞으로도 나는 더 나아지는 한의원을 만들기 위해 배우고, 행동하며, 나의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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