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제외하더라도, 이 책 《플래닛 B(Planet B)는 없다》의 초판 출간 이후 2년 동안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다. 2019년과 2020년에 발생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 1퍼센트 이상의 가스를 추가로 내뿜었으며, 3,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뉴질랜드의 하늘까지도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 러시아의 영구동토층에서는 (말 그대로) 메탄가스가 폭발하면서 폭이 50미터에 이르는 구덩이들을 만든다. 그리고 아마존의 건조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상당한 양의 탄소 매장량이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세계가 (또는 최소한 그 일부가) 마침내 지구의 환경 위기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아주 고무적인 징후도 목격하게 되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지난 몇 년에 비하면 나로서는 상당히 희망적인 것이 사실이다.
--- p.19
세계의 먹을거리 공급량은 초과 상태인데, 왜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는가?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사람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구매할 여유가 없거나 선택권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비록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는 먹을거리를 상당히 과다섭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약 8억 명이 (충분한 칼로리를 얻지 못하는) 영양결핍에 시달린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20억 명 이상은 단백질 부족이나 철분, 아연, 비타민A, 요오드와 같은 필수 미량영양소(micronutrient)의 결핍과 같은 형태의 소위 ‘숨은 굶주림(hidden hunger)’으로 고통받는다.
--- p.53
동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항생제가 투여되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항생제의 약 3분의 2를 동물들이 먹어치운다. 실제 수치로 환산하면 매년 63,151톤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육류와 우유를 통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동물들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목적은 주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보다는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 결과 동물들은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균(resistant strain)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런 균이 우리에게까지 옮겨오고 있다.
--- pp.65~66
어떤 먹을거리가 어디에 어떻게 버려지는가? 1인 기준으로 하루에 버려지는 1,320칼로리 중에서 48퍼센트는 곡물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인구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도 충분한 칼로리다. 이러한 전체 손실량의 거의 3분의 2는 수확과정이나 그 직후의 보관과정에서 발생한다. 음식물 낭비와 관련된 문제는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에서는 가정 및 요식업체에서 낭비하는 양이 가장 많다. 아메리카에서는 소비 단계의 폐기 수준은 유럽과 비슷하지만, 수확 단계의 손실이 더 크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가정에서 버려지는 것보다는 수확과 그 뒤의 저장 단계에서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한다. 즉, 소비자들의 부주의함보다는 먹을거리산업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 pp.103~107
먹을거리 실천 요약: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대책이 있을까? ① 생물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농업 방식으로 만들어진 먹을거리를 구입해서 먹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육류와 유제품의 섭취를 줄이고 그중 특히 소고기와 양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 또 낭비를 줄이고, 물고기 섭취는 적당하게 유지해야 하며, 언제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얻은 것을 섭취한다. ② 자신의 먹을거리 공급망을 이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먹는 음식 안에 내재된 탄소, 항생제, 삼림파괴, 노예노동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먹을 걸 삼킬 때마다 그 뒤에 숨어있는 생물다양성과 노동의 질을 극대화해야 한다.
--- pp.132~133
기후 비상사태에 대해서 모든 정치인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14가지 사실은 무엇인가? ‘정치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이라고 쓴 이유는, 이런 14가지 사실을 전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의 자질이 없다는 의미다. ① 현재의 과학으로는 지구의 온도가 2℃ 상승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지만, 1.5℃는 그 위험성이 훨씬 덜 할 것이라고 한다. 파리기후협약(Paris Climate Agreement)에서 그렇게 말한다. 전 세계의 상당수 국가가 여기에 합의했다. 그 이후에 트럼프에 의해 미국이 탈퇴하긴 했지만,(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취임 첫 날인 2021년 1월 20일에 파리기후협약의 재가입 신청서에 서명했고, 한 달 뒤에 승인되었다) 다른 모든 국가는 굳건하게 버틴다. ② 우리가 경험하는 온도 상승은 우리가 지금까지 연소시킨 탄소의 총량과 대략 비례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에게 ‘누적 탄소예산(cumulative carbon budget)’이라는 것이 주어지는데, 우리는 이 예산의 대부분을 이미 지출한 상태다.
--- p.138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하는가? 현재까지 약 90억 톤이 생산되었다. 이 중 54억 톤은 매립지에 버려졌거나 육지나 바다에 흩어졌다. 만약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을 전부 모아서 비닐 랩으로 만든다면, 지구 전체를 두르고도 남는다. 현재 전 세계에서는 매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플라스틱 중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은 3분의 1 미만이고, 소각된 것은 10분의 1 미만이며, 재활용된 것은 7퍼센트에 불과하다. 60퍼센트 정도가 쓰레기의 형태로 어딘가에 돌아다니는 것이다. 매년 약 400만~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결국엔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데, 그런 플라스틱은 세계에서 가장 외딴 해변에서, 대양의 바닥에서, 그리고 새들의 위장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의 먹을거리 유통망으로 되돌아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영국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3분의 1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다.
--- pp.146~147
공기 중의 탄소를 다시 뽑아낼 필요가 있을까? 기온 상승을 2도 이내에서 제한하기 위한 모든 시나리오가 대기 중에서 탄소를 다시 빼내는 것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포집(carbon capture)은 아주 중요하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더욱 자연스러운 해결책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이 정도면 100년 동안 7,5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현재 배출량을 기준으로 20년 분량에 해당한다. 이것은 아주 고무적인 수치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일회적인 조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조성한 숲이 나이가 들게 되면, 탄소포집 능력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 pp.220~221
우리가 기술의 성장을 주도하는가, 아니면 기술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가? 기술이 지금까지는 효율성의 향상을 이끌었지만, 만약 실제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걸 막는다면 어떨까? 그런 기술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슈퍼마켓에서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인간미가 넘치는 따뜻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계산대에 사람들을 배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다른 슈퍼마켓들이 모두 사람을 기계로 대체해서 많은 비용을 절감한다면, 이 슈퍼마켓은 과연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 pp.387~388
우리에게 필요한 저탄소 기술은 훌륭하게 발달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놔둔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먹을거리, 토지, 바다를 살펴보면 기후변화 이외에도 다른 모든 범위에서도 수많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술 그 자체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단, 인구, 평등, 낭비, 그리고 육지와 바다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 등에서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바이오연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 p.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