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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나라 조선

모자의 나라 조선

: 그 많던 조선의 모자는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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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716g | 176*226*19mm
ISBN13 9788962464924
ISBN10 896246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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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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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딴 세상이었다. 신분 차별이 극심하여 심지어 노비 奴婢를 사고팔았던 인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신분 차별은 옷차림과 쓰개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조선의 관모 冠帽는 신분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기에 조선 사회와 그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조선에서의 모자는 의복의 장식품 또는 장신구의 역할을 넘어 신분과 계급, 직업, 나이, 성별을 상징하고 분별하는 일종의 사회적 코드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교에서 비롯된 상하 간의 예의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젠더)까지 포함하고 있었기에 모자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제1장 모자 왕국의 추억」중에서

조선 말기에 조선을 방문했던 서양인 가운데 몇몇 사람은 조선의 모자가 지닌 독특한 실용성과 창의성을 자세히 관찰하여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모자를 외출용 두식 頭飾 으로만 사용하던 서양인의 눈에는 열 사람이 모이면 아홉이 다른 모자를 쓴 조선의 다채로운 모자 패션이 꽤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자는 정말 새롭고도 흥미로운 신변 장식물이었다. 그들은 이런 이유로 조선을 모자의 나라, 모자 왕국, 모자 천국으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방인이었으며 자신의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관찰하여 서양인의 시각으로 기록했다. 아름답고 독특하게만 여겼던 조선의 모자 뒤에 얼룩진 조선 서민들의 눈물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따라서 서양인의 시각이란 타자에게 우리가 어떻게 비쳤는가? 라는 의문을 풀어주는 답이므로 이를 일부러 과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기록을 읽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의 참모습을 거울을 통해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제2장 파란 눈에 비친 조선의 모자」중에서

조선은 왜 모자 왕국이 되었을까? 역사 연구자들이 의문을 품을만한 주제이지만, 글쓴이의 조사결과 이 의문을 추적한 연구 논문을 찾지 못했다. 조선의 모자를 자못 높이 평가하는 글을 남겼던 서양인들은 그렇다 치고 한국인마저 이 의문에 천착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다. 서양인들의 칭찬이야 물론 듣기에는 좋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그들의 말에 맞장구나 치고 있을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조선에 왔던 서양인들은 그들 눈에 비친 현상만을 기록했다. 조선의 모자가 왜 그렇게 많은가? 라는 의문은 서양인의 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보지 못한 현상의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까?
---「제3장 조선은 왜 모자 왕국이 되었을까?」중에서

관, 건, 입, 모라는 네 가지 형태의 쓰개가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이라는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만들어지고 또 그 기능과 용도에 따라 달리 분화되었으니 그 종류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람들은 사회의 합의와 금제에 따라 각자의 지위와 신분에 맞는 관모를 써야 했으며, 관모를 쓴 자는 관모에 어울리는 합당한 예우를 받았다. 또한, 조선의 모자는 신분제도라는 조선의 엄혹한 환경이 그 모태이기 때문에 조선의 모자와 신분제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일체이다.
---「제4장 조선의 모자와 신분제도 그리고 성리학의 허와 실」중에서

1. 궁중용 관모
▶ 왕실용 관모
· 왕의 관모 : 면류관 冕旒冠, 원유관 遠遊冠, 익선관 翼善冠, 통천관 通天冠, 죽전립 竹戰笠
· 왕비의 관모 : 적관 翟冠, 주취칠적관 珠翠七翟冠
· 왕세자, 왕세손의 관모 : 공정책 空頂?
▶ 궁중 의식용 관모 : 각건 角巾, 진현관 進賢冠, 개책관
介?冠, 아광모 ?光帽, 오관 烏冠, 화화복두 花畵?頭,
가동용 초립 歌童用 草笠
2. 남성용 관모
▶ 공무용 관모
· 문관용 관모: 양관 梁冠, 제관 祭冠, 복두 ?頭, 사모 紗帽, 백사모 白紗帽
· 무관용 관모: 전립 氈笠, 전립 戰笠,
· 무관용 투구: 첨주 ?胄, 원주 圓胄, 면주 綿?, 간주 幹柱, 두석린 豆錫鱗, 두정 豆頂, 등두모 또는 등투구
· 문·무관용 관모: 주립 朱笠, 저모립 ?毛笠
▶ 선비용 관모: 초립 草笠, 흑립 黑笠, 옥로립 玉鷺笠, 백립 白笠, 정자관 程子冠, 동파관 東坡冠, 충정관 沖正冠, 장보관 章甫冠, 상투관, 방관 方冠, 망건, 탕건, 감투, 복 건, 유건 儒巾, 효건 孝巾, 굴건 屈巾, 휘항 揮項, 이엄 耳掩
▶ 중인용 관모 :
· 경아전 京衙前 관모 : 유각평정건, 무각평정건, 오사모 烏紗帽, 조건 ?巾,
· 외아전 外衙前 관모 : 방립 方笠,
3. 여성용 관모
▶ 예장용 관모 : 화관 花冠, 족두리 足頭裏, 가리마, 전모 氈帽
▶ 방한용 관모 : 남바위, 조바위, 아얌, 풍차 風遮, 볼끼
▶ 내외용 관모 : 면사 面紗, 개두 蓋頭, 너울, 장옷, 쓰개 치마, 처네, 삿갓
*4. 아동용 관모 : 굴레, 호건 虎巾, 복건, 볼끼
5. 서민용 관모 : 패랭이, 갈모 葛帽, 남바위
6. 천민계층 관모 : 벙거지, 삿갓, 패랭이
7. 특수계층 관모 : 고깔, 굴립 屈笠, 송낙 松蘿(승려용), 상모 象毛, 무당 관모, 각건 角巾
---「제5장 조선에는 어떤 모자가 있을까?」중에서

갓에는 수많은 원과 직선이 만들어 내는 미묘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이 아름다움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대오리가, 이 일로 평생을 살아온 장인의 손길로 엮여야 만이 비로소 우리의 눈앞에 부드러운 빛의 실체를 드러낸다. 햇빛은 갓의 양태에 새겨진 극히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여 은은하고 아른거리는 색감의 빛으로 재탄생한다. 그 빛은 명암 明暗의 바깥에 존재하는 몽환적인 빛이다. 금방 손으로 잡힐 것만 같은 그 빛의 실체를 은은한 화사미 華奢美라 불러도 좋을성싶다. 어찌 생각하면 서양의 문명은 뚜렷하게 명암만이 존재하는 세계인지라, 밝은 것도 아니며 어두운 것도 아닌, 그렇다고 희뿌연 회색도 아닌, 갓의 은은하고 아른거리는 빛을 수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노련한 장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이 빛을 만들어 내고자 오랜 시간을 들여 원과 직선을 성기게 교직하므로 미세한 구멍을 남겨둔다. 어느 여름날 석양 무렵, 대청마루에 걸린 갈대 발의 성긴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고즈넉이 바라본 적이 있는가? 햇빛이 갓의 양태를 통과하여 만들어 내는 빛의 색감이란 이처럼 조금은 비현실적이다. 그러기에 갓은 착용한 사람의 얼굴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상대방의 시선을 더욱 끌어들이는지도 모르겠다.
---「제6장 갓, 조선 선비의 멋」중에서

갓에 문양이 숨어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까지 숨겨진 비밀이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이 없어서 모를 뿐이지, 이 문양은 갓의 어딘가에 새겨져 갓을 사랑하는 선비의 즐거움이 되었다. 갓을 만드는 사람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문양을 갓의 모정과 은각에 새겨 넣기 때문에 갓장이는 이 문양을 보고 비로소 자신이 만든 갓임을 알게 된다. 이 문양은 갓마다 달라서 갓 주인 혼자만 보고 즐길 수 있는 비밀스러운 기쁨이자, 갓장이와 갓 주인만이 주고받는 침묵의 다빈치 코드일지도 모르겠다.
---「제7장 갓, 숨겨진 비밀」중에서

한반도를 병탄한 일본인은 얄궂게 생긴 학도모자 學徒帽子를 들고 들어왔으며 검은색 일변도의 이 모자는 어느 틈엔가 중, 고등보통학교와 전문학교, 대학교 심지어 심상소학교 학생들의 머리마저 점령하고 말았다. 때로는 학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청장년들도 학도모자를 쓰고 다녔다. 단아한 선비의 갓과 조선의 모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일본의 획일적이고도 천박한 신문화가 똬리를 틀었다. 더구나 볼품없는 일본의 학도모자는 대동아공영을 부르짖던 군국주의가 그 모태였다. 밝고 경쾌한 조선의 모자가 음습한 일본의 모자에 압도당해 버린 문화의 역설적 섭입 현상은 일본의 한반도 강제 병탄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의 침탈 행위는 조선인의 증오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을 폭압적으로 점령했다고 해서 그들의 모자까지 미워할 필요는 없다. 아돌프 히틀러가 개를 사랑한다고 해서 개를 미워할 이유는 없잖은가?
---「제8장 조선의 모자, 조선을 떠나다.」중에서

역사에 대한 자기 연민을 두려워하지만, 조선의 모자를 생각하면 애틋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조선 모자의 애틋함에서 비롯되었다. 이 땅에서 갓과 조선의 모자가 사라지게 된 데에는 크든 작든 일본의 공로를 무시할 수가 없다. 세계사 속에서 35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식민지배로 피지배 민족의 문화와 사상, 말과 글, 이름 심지어 복식과 두식 같은 생활 습속까지 깡그리 파헤쳐 놓은 문화적 제노사이드(Zenocide)를 저질렀던 나라는 일본 말고는 찾아볼 수 없다. 역사의 장점이자 단점은 한번 흘러가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를 통해 미래를 알려주고자 부단히 애를 쓴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가해의 역사를 망각하고, 피해자는 피해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 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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