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라면 마티니와 맨해튼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텐더가 왜 특정한 레시피에서는 특정한 베르무트를 써야 하고, 비율을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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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세계에 첫 발을 내디딘 사람들에게 칵테일이란 '끝없이 늘어선 병들에 담긴 액체를 섞은 후 과장된 장식을 얹어 작은 잔에 담아 내는 신비의 물약'이다. 연극적인 퍼포먼스를 하는 바텐더 앞에서 당신은 압도당하고 말 것이다. 칵테일의 세계는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당신을 응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겁을 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 당신은 응원을 받고 있는 쪽이라고 치고, 그렇게 쭉 가 보도록 하자. 우리가 뒤를 봐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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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패션드란 무엇인가? 10명의 바텐더에게 물어보면 10개의 서로 다른 ‘유일한 정답’들이 날아올 것이다. 그 레시피들을 눈으로 읽어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입으로 마셔보면 느낌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음악적인 용어를 빌리면, 올드 패션드는 5인조 밴드라기보다는 가벼운 세션을 곁들인 독주회에 가깝다. 핵심 향미를 내는 위스키가 무대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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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만큼 구체적인 주문이 따라오는 칵테일은 없을 것이다. 기주는 무엇인가(진/보드카), 베르무트의 양은 어떻게 할 것인가(드라이/웻), 어떤 제법으로 만들 것인가(셰이크/스터), 가니시는 무엇을
쓸 것인가(올리브에서 피클 어니언을 거쳐 레몬 트위스트에 이르기까지). 마티니 주문은 그 사람에 대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진을 고른 사람은 전통주의자이며, 보드카를 고른 사람은 혁명가다. 레몬 트위스트로 장식한, 베르무트를 충분히 넣은 마티니를 주문하는 사람은 시인이다. 올리브를 곁들인 드라이 마티니를 주문한다면 그는 은행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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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키리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럼의 다양한 세계를 탐험하게 해주는 경이로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근본 레시피에서, 우리는 클래식 레시피에서 방향을 살짝 틀어 가벼운 스페인 스타일 럼에 향미 넘치는 럼 아그리콜 소량을 더한 이중 기주를 사용할 것이다. 시트러스의 향미가 좀 더 분명해지도록 라임 주스도 좀 더 넣을 생각이다. 이 레시피는 충분히 상쾌하면서도 기분 좋은 복합성을 내는 다이키리의 레시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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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키리가 파티에 놀러 온 시끌벅적한 친구라면(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그런 종류의) 사이드카는 크고 두꺼운 양장본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조용조용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친구가 파티에 데리고 온 이국적이고 조용한 외국인이다. 그저 3가지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신비스럽다. 한 모금으로는 잔에 담긴 술이 어떤 것인지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밝은 시트러스의 강렬함으로 시작해 드라이한 청량감이 이어지고, 짧지 않은 피니시가 여운을 남긴다. 복잡한 층위를 가진 이 칵테일은 미지근해지면서 다른 종류의 유쾌한 향미를 내기 시작한다. 미지근해지면 불쾌해지는 다이키리와는 다르다. 날카롭고 건조했던 향미는 풍부하고 묵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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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생각하면 위스키 하이볼은 그냥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은 것뿐이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단순한 것들, 그러니까 독주에다가 탄산음료를 섞은 보드카 소다나 진 토닉, 럼 콕 같은 것들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바에서 제공하는 가장 음료 중에 가장 단순한 음료들인 이 친구들은 얼음처럼 차가운 마티니나 전문적으로 셰이크된 사이드카에 비해 덜 세련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스키 하이볼을 마스터하는 것은 바텐더의 핵심적인 달성 과제다. 위대한 작업은 작업자의 지식, 역량, 기술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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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과 그 친구들보다 더 뻔뻔하고 향락적인 칵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풍요로운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칵테일은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플립은 건전한 영양 같은 건 완전히 무시하는 아주 독자적인 칵테일이다. 플립은 멋들어진 칵테일 바들에서 오랫동안 싸구려 취급을 받아온 초콜릿, 민트, 커피 같은 달콤한 리큐르와 크림으로 무장한, 잔에 담긴 디저트다.
머드슬라이드Mudslide, 화이트 러시안White Russian, 그래스호퍼Grasshopper, 브랜디 알렉산더Brandy Alexander 모두 플립을 뿌리로 둔다. 우리 생각에, 이 칵테일들은 최고급 크래프트 칵테일만큼의 연구와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 실제로 이 풍부한 맛의 칵테일들은 칵테일의 역사에 중요한 유산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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