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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마음

리뷰 총점9.7 리뷰 11건 | 판매지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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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30g | 135*205*15mm
ISBN13 9791166834608
ISBN10 116683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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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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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에 위치한 마트 앞의 어느 골목은 내가 애인과 함께 장을 보고 산책을 하던 공간이면서 동시에 한 고인이 고립사한 주택이 있는 곳이다. 사무실 근처 아파트 앞의 상가도, 쪽방 입구에 위치한 고시원도, 도심 속 공원과 지하철 역사, 동네 뒷산 등산로, 매일 오가는 거리까지. 생각 없이 지나치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죽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연의 죽음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존재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 죽음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내가 만난 고인들이 손을 들어 일상의 풍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에, 저곳에, 그리고 당신의 지척에서 내가 살다 죽었다고.
--- pp.16~17

무연고사망자 대부분은 빈곤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무연고사망자가 빈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고인이 빈곤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빈곤은 게으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너무도 손쉽게 단정 짓는다.
--- p.59

죽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영아도, 청년도, 노인도 때가 되면 모두 죽는다. 마찬가지로 무연사도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주 이 사실을 간과한다. 무연 고사망자가 당연히 노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사람들은 자신과 동년배이거나 나이가 어린 고인의 위패 앞에서 더욱 숙연해진다. 당연한 반응이다. ‘때 이른 죽음’이라는 생각은 안타까움을 배로 만드니까. 하지만 ‘때 이른 죽음’이 어린 나이에 죽은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에게도 죽음이 때 이르게 찾아올 수 있으니까.
--- pp.67~68

어떤 아이가 우물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면, 아이와 면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단은 달려들어 아이를 구하기 마련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길을 물어보는 이에게 방향을 알려 주고, 아픈 사람에게 앉아 있던 자리를 내어 주듯, 우리 모두에겐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 p.135

무연고사망자를 애도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슬퍼도 된다.’라는 위로를 건네는 일이다. 그 누구도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는 일이 없도록, 상실의 아픔이 일상을 해치지 않도록.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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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것이 일상인 자가
안간힘을 다하며 남긴 눈물과 분투의 기록”

애도하는 것이 일상인 자가 쓴 이 책은 누군가의 마지막을 기리는 것이 다만 일로 그치지 않도록, 한시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실한 순간이자 마음의 가장 깊고 무른 곳까지 이어지는 무엇이 되도록, 안간힘을 다하며 남긴 눈물과 분투의 기록이다. 한 자 한 자 글자를 매만지고 안타까움으로 행간을 읽는 동안, 슬픔으로 마르지 않는 책장을 재우쳐 넘기는 동안, 마음은 두 손을 모아서 간절히 빈다. 이 고귀한 죽음들이 행정 사례 도큐먼트의 종이 한 장으로 붙박여 퇴적하지 않기를,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 다가서는 이 부단하고 숨 가쁜 애도의 발걸음이 그 존재만으로도 삶이 존엄하다는 진실을 밝히는 물러서지 않는 증거가 되기를……. 소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태워 불을 밝히는 자들의 눈이 어둑한 밤길에 별처럼 떠오른다. 축복이여, 세상의 모든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곁에 머물라. 그 눈빛이 우리가 걸어가는 차갑고 이슥한 어둠 속에서 다정한 벗이 되어 주리라.
-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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