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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의 두 얼굴

능력주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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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916g | 152*225*31mm
ISBN13 9791192389097
ISBN10 1192389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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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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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 세계는 계급, 교단, 조합과 같은 사회집단의 위계체계로 여겨졌다. 이때 위계체계는 두 가지 위대한 진리, 즉 기도하는 자, 싸우는 자, 일하는 자로 분류되는 사회적 기능과 하늘에서 수직으로 뻗은 서열 기준으로 분류되었다. 그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하느님이 결정했다. 800년대 초 샤를마뉴는 ‘각자 위치한 계층에서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라.’라고 백성에게 설파했다. 카롤링거 제국을 샤를마뉴의 세 아들이 분할한 843년 베르 조약은 ‘모든 백성에게는 영주가 있어야 한다.’라는 원칙을 1948년 UN의 보편적 인권선언만큼 확고히 천명했다. 1079년 교황 그레고리오 7세는 ‘신성한 섭리의 경륜에 따라 계급과 계층이 존재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1302년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각 사회 계층의 구성원은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이들의 특권과 명예를 탐내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1부. 우선권, 서열, 지위-호모 하이어아키쿠스」중에서

20세기 들어 플라톤 추종 경향은 더 뚜렷해졌다. 좌파의 점진적 사회주의자와 우파의 제국건설론자 모두에게 어필하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점진적 사회주의자들은 무정부를 옹호하는 개인주의자들보다 국가에 더 많은 권력이 주어져야 한다는 플라톤의 열정에 심취했다. 심지어 그의 책 제목만 보고 공화주의자로 전향한 이들도 다수 있었다. 반면, 제국주의자들은 훌륭한 엘리트가 세계의 미개 지역으로 서구 문명을 전파한다는 발상에 열광했다.
---「2부. 근대 이전의 능력주의-플라톤과 철인왕」중에서

프랑스의 엘리트주의와 경쟁체제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최고의 교육으로 누구보다 명석해진 인재를 국가에 공급했다는 점에서 실용적 성공을 거뒀고 국가의 정통성 관점에서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군주제와 공화정 사이에서 방황하고 혁명적 좌파와 반작용으로 일어난 우파의 상충하는 요구에 시달려야 했던 프랑스로서는 능력주의 체제야말로 무정부주의와 평준화를 막을 최고의 방패였다. 유명 교육학자들은 수십 년간 리세lycees 덕분에 똑똑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육받은 결과, 엘리트주의가 민주주의와 화해할 수 있었다고 설파해왔다. 정치학의 개척자이자 파리과학대학교 설립자인 에밀 부트미는 1871년 능력주의는 평준화에 대항하는 최후의 방어책이라고 주장했다.
---「3부. 능력주의의 부상-유럽, 그리고 재능에 따른 채용」중에서

이들 타고난 신사는 두 종류의 우월한 시민으로 분류된다. 자신의 부나 인맥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노력만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 잘 교육받은 청년과 극도의 에너지와 인내심으로 악명이 날 만큼 맡은 바에 헌신하는 잘 교육받은 빈곤층이다. 공개경쟁은 관료체제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도덕성을 향상시키는 도구였다. 후견 제도는 도덕성 측면에서 보면 사람들의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반면, 공개경쟁은 자립성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쟁은 그동안 후견 제도 덕분에 무상으로 주어졌던 행정직을 능력으로 획득해야 하는 자리로 전환함으로써 정부와 통치 계층이 더 이상 부정부패에 물들 수 없게 만들었다.
---「3부. 능력주의의 부상-영국과 지식귀족」중에서

인위적 계급을 타고난 계급으로 대체하는 과감한 실험 중이던 미국은 당시 세계의 한 줄기 빛이었다. 독립선언문의 핵심인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라는 문구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실력과 장점을 갖고 태어나 하나같이 비슷하고 대체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계급과 계층이라는 인위적 차이가 타고난 실력과 에너지로 인한 차이를 앞서면 안 된다는 뜻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그 정당한 결실을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헌법은 사람들이 재능을 최대한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하고 이익집단이 소수자를 약탈할 수 없게 설계되었다. 개인의 권리가 윤곽을 드러냈고 이익집단은 상호절망의 조화로운 체계 속에서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뤘다.
---「3부. 능력주의의 부상-미국과 능력 공화국」중에서

건국 세대가 독립혁명 이후 수십 년간 능력주의에 관한 담론을 장악해온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위대한 사상가, 작가, 행동가였던 이들이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능력자로 미국을 기회의 사회로 처음 규정한 후 이 새로운 사회의 모든 고위직을 오직 재능의 힘만으로 장악했다. 불과 한 세대에서 이렇게 재능 있는 정치인을 대거 배출한 나라가 또 있었는가? 또한 불과 200년 만에 국가 지도자가 알렉산더 해밀턴에서 도널드 트럼프로 전락한 나라는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어쨌든 새로운 이 공화국은 무척 거대하고 활기 넘치고 개인주의적인 등 상당히 급진적이어서 능력주의를 둘러싼 담론이 중단될 겨를이 없었다.
---「3부. 능력주의의 부상-미국과 능력 공화국」중에서

능력주의 사상은 제1, 2차 세계대전 사이 기간에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능력에 관한 과학적 이론은 물론 측정기술까지 개발했다는 심리학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공공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능력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세 가지 거대한 혁신이 일어났다. 이전 사상가들은 지능을 용기나 성격과 같은 여러 자질 중 하나로 여겼다. 제퍼슨과 나폴레옹도 덕성과 재능을 이야기한 바 있다. 반면, 심리학자들은 능력을 정신적 능력으로, 정신적 능력을 지능으로 분류했고 그중 영향력이 가장 막강한 집단은 지능을 단일 자질인 전반적인 능력으로 봤다. 새뮤얼 스마일즈와 같이 자립의 가치를 설파한 이들은 개인의 노력에 주목해 능력을 설명했다. 성공한 이들은 열심히 일하고 충동을 다스리는 능력 덕분에 성공했다. 심리학자들은 지능, 따라서 능력은 타고나는 걸로 못 박았다. 평범한 능력을 타고난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천재가 될 수 없다. 이들은 가장 야심 찬 결과물로 갈릴레오의 망원경에 버금가는 발명품을 선보였는데 이렇게 중요한 타고난 능력을 식별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게 IQ 테스트였다.
---「4부. 엘리트의 행진-능력 측정」중에서

‘위대한 대학교는 능력에 따른 엘리트주의를 추구해야 하지만 운영철학은 평등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이 같은 평등주의자들에게 엘리트의 공로를 어떻게 확인시키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능 귀족주의를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커는 최고 수준의 연구가 세상을 더 부유하고 현명하게 만들어준다는 답을 내놨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원자를 원자력으로 만들 수 있고 위대한 사회과학자들은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위대한 학자 겸 행정가들은 이성의 통치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는 유명 연구대학들이 이성의 신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서 말한 이성은 세계와 동떨어진 순수이성이 아닌 세계에 온전히 뿌리내린 문제해결 기구였다. 학자는 단순히 세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역할도 해야 한다.
---「4부. 엘리트의 행진- 능력주의 혁명」중에서

마가릿 대처의 성공 스토리는 꽤 특별하지만 전후 영국을 장악한 수많은 사회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다. 여성을 향한 제도적 편견의 뿌리가 워낙 깊어 마이클 영은 《능력주의의 부상》에서 여성을 집안에서 남성 인재들을 키우는 데 전념하는 존재로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처 세대의 여성들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제약이 무너지는 걸 목격했다. 최초의 여성 총리는 물론 수백여 개 직종에서 최초의 여성들이 등장해 더 젊은 여성들이 기회는 더 많고 편견은 더 적은 사회를 살아갈 길을 열어준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은 집단투쟁과 영웅적 정치행위 덕분에 이뤄졌다고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여성은 수백만 명이 결집해 투표권을 주장했다.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은 자신을 쇠사슬로 철로에 묶어 단식투쟁에 나섰으며 말을 타고 가는 왕족 행렬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평등주의가 아닌 능력주의, 집단주의가 아닌 개인주의가 깔려 있었다. 외로운 여성 학자들은 자신이 남성보다 뛰어나진 않지만 남성 못지않게 유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밤을 새웠고 관료와 변호사는 공개경쟁 원칙을 여성에게도 적용했다. 제1의 성性만 누리던 사회 원칙이 제2의 성에까지 확대되면서 공개경쟁과 평등한 조건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옛 영주 엘리트 권력은 점점 지식귀족에 넘어갔다. 심리학자들은 개인 간 격차가 집단 간 격차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가능한 모든 곳에서 인재를 찾는 게 합리적이고 필요해졌다.
---「4부. 엘리트의 행진- 여성 책벌레들」중에서

우리는 능력주의 혁명을 주로 좌파가 주도하는 모습을 봐왔다. 노동자 계층에 기회를 선사하고 과학적 방법에 근거해 사회적 지위를 분배하며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에게도 기회의 문을 확장하길 원한 건 모두 좌파 정당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부터 좌파는 자신들이 배출한 엘리트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반능력주의 혁명은 세 가지 갈래로 일어났는데 첫째,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발상에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고 둘째, 능력주의에 과연 가치가 있는지 공공 지식인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셋째, 진보주의자들이 능력주의 대신 평등과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한 것이다. 여러 경제 강국에서는 능력주의에 반란이 일면서 사회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은 문법학교를 폐지하고 혼합능력교육을 도입했으며 미국도 차별철폐 조치와 명문 중·고교 철폐운동을 시작했다. 유럽 여러 국가는 한발 더 나아가 입학시험 제도를 도입했다.
---「5부. 능력주의의 위기-능력주의에 반대하다: 좌파의 반란」중에서

열악한 교육, 적은 기회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가장 큰 특징인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은 사람들이 대학교를 마치고 취업하는 등 계층 간 이동성을 취득하는 원동력이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정보를 검색할 인터넷과 책을 이용할 수 있고 각종 복지혜택과 보조금을 받기 위한 지원서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관들이 현재 공무원 감축뿐만 아니라 도박장부터 값싼 술을 판매하는 코너숍에 이르기까지 내면의 악마가 깨어나도록 자극하는 수많은 위협에 시달린다. 능력주의를 지향하는 영국의 엘리트 계층과 나머지 영국인 간의 연결고리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계층 간 이동성 재구축에서 문제는 교육 기회라는 사다리 칸들이 상당수 상실되었고 노동자 계층의 자립과 자기계발 문화가 급격히 줄고 아예 사라진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5부. 능력주의의 위기-능력주의의 부패」중에서

금권능력주의 엘리트에 대한 반란은 2020년대 들어 국제정치 지형을 바꿨다. 2016년 6월 23일 영국인들은 52퍼센트 대 48퍼센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EU 탈퇴를 선택해 기득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11월 8일 미국인들은 심지어 미국에서 가장 노련한 정치인 중 한 명인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공직생활 경력이 전무한 돈키호테형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함으로써 훨씬 더 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5부. 능력주의의 위기- 능력주의에 반대하다: 우파의 봉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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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를 둘러싼 이 독특하고 매혹적인 역사는 현재 능력주의를 둘러싼 비난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 부패, 후원, 학벌주의 및 세습 계급이라는 오랜 관습보다 실제로 더 낫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울드리지는 수많은 기존 가정을 뒤엎고, 이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해 반드시 짚어야 할 이면을 파헤친다.”
- 스티븐 핑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탁월하다. 능력주의에 대한 현대의 비판에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다.혈통이나 인맥이 아닌, 재능과 성과에 중심을 둔 판단이 현대 세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교차해 드러내고 있다. 능력주의에 대한 완벽한 집대성으로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 대학교 프리먼 스폴리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의미심장하며, 재미있고 훌륭하게 집필된 책이다. 출생과 운명이라는 특권을 재능과 성과에 근거한 판단으로 대체하고자 지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혁명가가 분투해왔음을 우리는 너무나 빨리 잊은 게 아닐까? 평등한 결과를 옹호하는 장점을 거부한다면 결과에 중점을 둔 중국 등 다른 문화에 미래의 열쇠를 건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쳐나간다. 이러한 핵심 가치와 관련해 공격을 받을 때 말문이 턱 막힌다면, 이 책을 읽어라.
- 필립 K. 하워드 (《상식의 죽음》, 《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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