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인터뷰는 ‘사랑의 기록’입니다. 다섯 인터뷰이가 하는 일과 성향, 관심사와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결은 저마다 다르지만, 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는 공통점에서 하나입니다. 물론 그 책 중에는 성경이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인터뷰는 ‘성장의 기록’입니다. 대학생 혹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성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로 성경의 독자로서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차근차근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제도교회의 각종 지표들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신실한 성경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의 징조임이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들은 ‘만남의 기록’입니다. 고등학교 때 만난 선생님, 대학 때 만난 교수님, 실천의 장에서 만난 활동가들, 그리고 숱한 책들… 인터뷰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결코 이전과 같이 살 수 없게 만들었던 소중한 만남들로 빼곡합니다.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담임목사, “서문”」중에서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에 있으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바와 그 문화에 휩쓸려 살아가는 사람밖에 못 되었을 것 같아요.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떠나야 했습니다. 저는 건물로서의 교회보다는 제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을 섬기는 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주변 문화에서 비롯된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기준들, 차나 집을 소유하는 것 등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삽니다.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주신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하나님 앞에서 진짜 나로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권일한」중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말씀에 순종하느냐에 따라서 역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즉 역사는 열려 있다는 것을 예레미야 34장을 묵상하며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유다는 망할 수도 있고 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에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큰 성 바벨론(로마)이 무너지는 것도 박해 시대 성도들이 말씀에 순종한 일이 원인이라고 해석하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저에게 예레미야 34장 묵상은 역사와 성경을 다시 보게 되는 출발점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따르느냐에 따라 이 한반도의 역사, 북미관계 같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역사관이구나. 정해진 것이 아니구나. 지금 여기서 우리가 어떻게 순종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지는구나.’ 이것을 깨닫고 전율했죠.
---「남기업」중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힘써 응답하면 변화가 나타나고 일이 커지는데, 그때 그 역사에 누군가가 몸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 안전한 직장을 포기하게 되면 나중에 일이 잘못될 경우 돌아갈 곳이 없으니 불안하다. 그렇다고 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학교에 머물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돕자니, 하나님 역사가 뻗어가지 않는다.’ 결국 내가 죽느냐 하나님 나라가 죽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지요. 그 선택의 기로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하나님 역사에 몸을 던지게 하는 힘이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로부터 왔습니다. 주님이 열어 주시지 않는데 내 힘으로 ‘내가 죽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더라도 그것은 인간적 용기에 불과하고 후일 어려운 난관 앞에서 힘을 쓸 수 없을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저는 예수의 제자로 생존하기 위해 매일 성경을 붙들며 살고 있습니다.
---「송인수」중에서
계속해서 성경을 읽어 오면서 느끼는 바는 성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라는 거예요. 성경이란 하나님이 우리 인류를 구원해 가시는 거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전체적인 성경의 맥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쭉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아,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계획 속에서 내가 성경을 읽고, 그런 나를 그분의 계획에 참여시키시는구나. 나를 부르시는구나.’ 그래서 어떤 본문을 읽더라도, 현재 내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큰 그림 속에서 역사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며 어떤 든든한 느낌을 가지게 돼요. 그분이 내 안에 거하신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그분이 만들어 가시는 역사 안에 존재한다는 느낌 말입니다. … 그러면 그 하나님이 오늘 한국 교회 가운데서는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생각해 봤어요. 특히 이스라엘의 부패한 역사를 보면서 그 불순종의 모습이 한국 교회의 맥락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놓지 않고 계속 일을 하시는 겁니다. 그런 모습들이 기윤실 대표로 사역할 때 큰 도움이 되었죠. 하나님은 보이지 않게 일하고 계신다는 그런 믿음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정병오」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성경은 룻기입니다. 성경에서 환대의 해석학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전형적인 텍스트이거든요. 룻기의 시대적 배경은 사사기인데,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던 어두운 시대였죠. 특히 필리스 트리블이 ‘공포의 본문’이라 명명했던 마지막 장들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룻기를 보면 그 험악한 사회에서도 베들레헴이라는 촌락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은 한 과부와 이방인 며느리가 보아스 같은 신실한 가부장 남성들의 도움으로 축복 속에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이방인에게서 난 아들은 이스라엘 민족 최고의 영웅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인 다윗 왕의 선조가 되기까지 하죠. 저는 이렇게 환대의 정신과 그 놀라운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룻기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모델을 담고 있는 소우주라고 생각합니다.
---「정한욱」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