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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원본 노트 특별판)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 누드 사철 제본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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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876g | 185*245*20mm
ISBN13 9788934951148
ISBN10 893495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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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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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지만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구슬이 되고 수정이 되고 진주가 되는 ‘눈물 한 방울’. 피와 땀을 붙여주는 ‘눈물 한 방울’. 쓸 수 없을 때 쓰는 마지막 ‘눈물 한 방울’.
--- p.7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 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야 본다.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 pp.40~41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갇힌 사람이 딸기의 씨를 온종일 세어보았다는 이야기. 딸기 씨는 왜 밖에 있을까 궁금하게 여긴 사람은 있어도 그 과육에 박힌 작은 씨를 헤아려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다들 바빠서 그런 일을 할 생각부터 해보지 않는다. 그런데 코로나가 딸기 씨를 일일이 세는 사람을 만들어낸 것이다.

알아서 무엇 하나. 이런 질문을 무시하고 딸기 씨를 세어보는 사람들이 과학, 문학, 종교, 형이상학도 형이하학도 모두 만들어냈다. 별과 지구의 거리를 재본 사람, 하늘의 별을 센 사람. 망원경으로 허공을 쳐다본 갈릴레오 갈릴레이 목숨을 걸고 지구는 돈다고 한 일 없는 세상. 당신이 없어도 지구는 돌고 목성은 어둔 하늘에서 빛난다. 평생을 두고 딸기 씨를 세기 위해 방구석에 갇혀 있던 사람, 그것이 바로 나다. 갈릴레오도 셰익스피어도 되지 못한 나다.
--- pp.118~119

아주 사소한 것들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그 재앙은 너무 큽니다. 큰 욕심, 엄청난 것 탐하지 않고 그저 새벽 바람에도 심호흡하고 감사해하는 저 많은 사람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거기에 제 눈물도요. 그들은 눈물이라도 솔직히 흘릴 줄 알지만, 저는 눈물이 부끄러워 울지도 못해요.

감사합니다. 코를 푼 휴지가, 클린샷. 네이트 아치볼트가 던진 농구 볼처럼 휴지통에 들어갔네요. 그래서 기뻤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 pp.140~141

‘아! 살고 싶다. 옛날처럼’ 외치다
눈물 한 방울
벌써 옛날이 되어버린 오늘 하루.

코로나만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한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세상으로.

누구에게나
남을 위해서 흘려줄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
얼음 속에서도 피는 기적의 꽃이
있다. 얼음꽃
--- pp.170~171

많이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멈추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우리가 그처럼 두려워하는 죽음인 게다.
고통이 고마운 까닭이다. 고통이 생명의 일부라는 상식을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게다. 고통이 죽음이라고 말이다.
아니다. 아픔은 생명의 편이다. 가장 강력한 생生의 시그널.
아직 햇빛을 보고 약간의 바람을 느끼고 그게 풀이거나 나무이거나 먼 데서 풍기는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픔을 통해서이다.
생명이 외로운 것이듯 아픔은 더욱 외로운 것.
고통의 무인도에서 생명의 바다를 본다.
그리고 끝없이 되풀이하는 파도의 거품들.
그 많은 죽음을 본다.
--- pp.202~203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자.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자.
한 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자.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
돌멩이, 참새, 구름, 흙 어렸을 때 내가 가지고 놀던 것, 쫓아다니던 것, 물끄러미 바라다본 것.
그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음을 알 때까지
사랑하자.
--- pp.212~213

누구에게나 마지막 남은 말,
사랑이라든가 무슨 별 이름이든가
혹은 고향 이름이든가?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시인들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지상에는 없는 말, 흙으로 된 말이 아니라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 몸이 바로 흙으로 빚어졌기에
나는 그 말을 모른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 pp.23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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