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비행』은 일본과 일본의 미래 가능성에 관해 쓴 책이다. 단 절대 일본을 치켜세우고자 쓴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포스트 공업화의 비전 없이 지지부진한 일본이 이제 그만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질책이다. 그런 책을 한국어판으로 출간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한국 독자가 어떻게 읽어줄지 걱정도 되었다. 동시에 깨달은 점도 있었다. 이 책은 공업 입국을 이룬 이후의 동아시아 전체의 비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의 저공비행」중에서
본업이 아닌 활동에는 사실 미래가 잠들어 있다. 당장은 도움이 안 될 것 같아도 몸을 던져 하는 행위에는 일의 본질이 숨어 있다. 분명 지금 ‘나’를 포함한 ‘우리’에게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디자인」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호텔은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주변 경치를 훔치지 않는다. 만약 호텔이 없었다면 풍경도, 경치도, 식문화도, 문화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 땅에 잠재된 매력을 가시화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구상된 미의식과 지혜의 결정체다. 즉 호텔에 머무는 것 자체가 진짜 목적이 된다. 그런 호텔이 전국 도처에 만들어지는 정경을 상상했으면 좋겠다.
---「저공비행, 또 다른 차원의 관광」중에서
‘관광’의 가능성을 미래를 짊어질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상도로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지역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지식의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관광이야말로 21세기 최대 산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제조업으로 전후 부흥을 끌어내 고도성장을 이루며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야기의 제1장은 이미 종반에 접어들어 이제 우리의 전통문화와 풍토를 자원으로 삼는 다음장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호텔이란 무엇인가」중에서
물론 문화란 소비재처럼 사용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문화를 계승하는 사람들의 감성 근간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와 같은 것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재현할 힘을 지닌 유전자와 같다. 건축도, 정원도, 그림이나 의장도, 공예도, 생활 미학도, 메이지 무렵 그 기세가 꺾인 듯했던 일본 문화는 창고 깊숙이 넣어둔 선조의 유산과도 같다. 나는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먼지를 털고 새로운 세계 문맥 안에서 다시 빛을 비추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문화의 다양성에 공헌하고 풍요롭게 빛나게 할 자원을 자국 문화에서 찾아내 미래 자원으로 활용할 때가 도래했다.
---「근간을 바라보는 방법」중에서
일본에는 “깨어 있을 때 다다미 반 장, 잘 때 다다미 한 장起きて半?、?て一?”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 사람은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자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생활공간의 형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본질은 보지 않고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비열한 미래주의나 하는 짓인지 모른다.
---「공간의 다의성」중에서
‘럭셔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순위와 경쟁을 뛰어넘는 최고를 추구하는 성향 혹은 정수라는 표현도 장점만 꼽고 있는지 모른다. 일본에 럭셔리가 있다면 역시 그것은 도가 지나친 사치가 아닌, 자연의 신비를 가치의 원천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자세의 언저리에서 샘솟는 경건한 마음 같은 것이 아닐까?
---「살아 있는 초목을 두다」중에서
홍콩 디자이너 알란 찬Alan Chan과 ‘의식주’ 다음에 올 네 번째 요소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알란은 ‘행行’일 거라고 말했다. 홍콩은 좁아서 홍콩 사람들은 다른 장소에 가는 일을 본능적으로 쾌락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네 번째 요소로 내가 무엇을 말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휴休’라든지 ‘창創’이라든지 그다지 신통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행’은 그럴 수 있겠다고 납득했다. 홍콩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항상 이동을 동경한다.
---「의식주 그리고 행」중에서
‘세토우치’를 ‘인터 로컬 미디어’로 정의하고 회의명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자원과 가치의 가능성은 세토내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숙박, 식문화, 이동, 미디어, 건축, 디자인, 아트가 일본 방방곡곡에 어떤 연계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정부, 지자체, 투자가 혹은 기업이 이것들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바로 지금부터가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
---「세토우치디자인회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