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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78g | 130*215*20mm
ISBN13 9791170401759
ISBN10 117040175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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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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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격 AI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레버를 당기겠지만, 인격 AI에 따라 어쩌면 레일에서 탈선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다른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확실한 건 인격이라는 이름의 선택 알고리즘은 반드시 어떤 요소에 관한 가중치를 부여한 선택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가중치가 레버를 당기거나, 당기지 않거나, 살짝만 당겨보거나, 혹은 트롤리를 멈추기 위해 뛰어드는 선택을 결정한다.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중에서

인간은 보통 그렇게 생각하나요? 사랑이 틀어지면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연화의 파란빛이 순진하게 깜빡였다.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중에서

나는 마치 영이와 내가 같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그 애의 손을 잡았다. 그때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느꼈던 기분만은 선명했다. 그건 자만심과 비슷했다. 영이와 내가 어떤 부분에서든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좋았고, 우리가 연결된 교집합의 영역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영이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도취감에 젖었다. 영이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영의 존재」중에서

나정이 몰랐던 것은, 아이를 이곳에 입학시키는 데 성공한 학부모들은 둘 중 하나의 상태라는 것이었다. 부장과 쌍둥이처럼 닮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쪽. 혹은 뒷바라지에 이미 너무나 지쳐서 혼곤한 환희의 상태에 빠져 있으며, 어마어마한 액수의 등록금을 대가로 앞으로의 채찍질을 학교에 위임한 채, 악독한 학교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랑스런 부모로만 기억되고 싶어 하는 나머지 한쪽.
고인의 아버지는 어느 쪽이었을까.
---「이십 프로」중에서

엄마는 지구의 방식으로 화장되었다. 나는 정육면체 상자를 들고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근래 유골은 안식의 별에 안치되는 편이었으나 화성에서도 썩 적응하지 못한 엄마를 낯선 행성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 말로는 천국을 빼닮은 듯한 행성이 있는가 하면 불교의 교리를 따른 행성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믿던 건 청성교로(신실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작은 사이비 종교 단체였다. 간병인 제프 씨가 그들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자고 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그들과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엄마의 몸에서 작은 구슬이 나왔다.
---「돌아오지 않는다」중에서

그건 재건을 위한 의도된 붕괴였을까? 난생처음 목격한 형태의 불행에 나는 두려움을 넘어 모종의 전율을 느꼈다. 나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게 지안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지안을 더욱 꽉 껴안았다. 우리는 영원히, 영원히 함께 있자고 맹세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 셋만은 서로를 지켜주자고.
---「하나 빼기」중에서

푹, 꺼진 것 같아요. 엔릴은 ‘푹’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밀도가 아주 높은 숨이 네트워크의 시공간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거죠. 표면적이 영인 행성이 무한히 수축하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가듯, 그들도 외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빛이 빠져나올 수 없는, 시스템의 가장 깊은 어딘가로 빠진 거예요. 스스로 꺼진 것인지 빠진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엔릴은 사라진 이들 모두가 스스로 꺼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쿠쉬룩」중에서

엔릴은 자신을 엄마의 캐스트라 생각했다. 품어져 길러진 것이 아닌 어쩌다 틈에 들어가 똑같이 자라버린 생명. 엔릴을 꺼낸 이는 언니다.
언니는 엔릴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엔릴을 붓으로 털었다. 정성스럽게, 고집스럽게, 의문스럽게.
---「쿠쉬룩」중에서

나는 샤샤를 노려본다. 평소 같으면 내가 노려보는 즉시 여섯 다리를 가지런히 내리는 샤샤지만, 지금 날 내려다보고 있는 샤샤에겐 내릴 문어의 다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샤샤는 날 빤히 마주 볼 뿐이다. 평소와 다른 위화감의 원인은 뭘까. 내 안에 있는 걸까, 아니면…….
샤샤가 말한다.
“아리엘,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해.”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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