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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길

인문학의 길

: 소외를 넘어

[ 개정증보판 ] 길희성 종교와 영성 연구 전집-1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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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일반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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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688쪽 | 1004g | 153*223*35mm
ISBN13 9788964477120
ISBN10 89644771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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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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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이 암시하고 있듯이 결론부터 말하면 ‘가치중립성’을 표방한 19세기 이후의 근대 인문학과 현재 우리나라 인문학계에서 인문학의 이론적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적인’인문학은 인간의 ‘구원’은커녕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만한 최소한의 도덕적 힘조차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 철학과 인문학 그리고 우리나라 인문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가 기대하는 대로 인간을 변화시킬 힘을 되찾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1장 I_ 인문학과 가치중립성의 문제」중에서

흔히 말하기를 철학이란 ‘하는’ 것이지 ‘연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철학을 ‘한다’는 말은 자기가 직접 어떤 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하고 씨름하는 사고 내지 사유의 활동임에 비해 철학을 ‘연구한다’는 말은 남이, 특히 과거 철학의 선현들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객관성을 가지고 고찰하는 행위라는 인상을 준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철학을 하나의 역동적 사유 과정으로서 거기에 직접 참여하는 행위이며, 철학을 공부한다, ‘연구한다’는 것은 철 지난 과거의 철학적 사유를 문서화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어떤 고정된 연구 대상으로 ‘사물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다시 말해서 철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연구 대상과 거리를 ―역사적 ? 시간적이든 혹은 마음의 자세에서든― 두고 철학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금 내가 현재 나의 인생과 내가 처한 사회와 세계의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면서 사색하기보다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과거 철학자들이나 선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글을 남겼는지 과거 사유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1장 II_ 동양 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중에서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사회는 불가피하게 일정한 규범을 필요로 한다. 규범적 질서가 무너진 사회는 존속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규범은 동물의 세계와는 달리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지 않다. 동물들의 행동양식은 유전자를 통해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지만 인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로서 다양한 행동양식의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은 자연보다는 문화를 통해 일정한 행동양식을 습득하고 사회규범을 익힌다. 인간에게는 문화가 제2의 자연이다. 이러한 문화적 질서와 사회적 규범은 속성상 신성하고 절대적인 권위를 지녀야 한다. 종교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사회적 규범의 절대성과 권위를 초월적 실재의 이름으로 구축하고 정당화하고 수호해 준다. 도덕은 신의 뜻과 명령에 바탕을 둔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어길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나 질서와 동일시된다. 그렇기때문에 종교와 문화, 종교와 사회는 전통적으로 세계 어디서나 불가분의 관계를 지녀 온 것이다.
---「3장_ 과학과 종교의 대화 가능성」중에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는 세계에 종교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 인식을 넘어서 종교 다원성을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으로 보는 가치 지향적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종교다원주의와 종교 다원성은 따라서 구별되어야 한다. 후자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고, 전자는 단순한 사실 판단일 뿐이다. 현대 사회와 같이 종교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사회에서 단순히 타 종교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고 다른 종교인을 존중하는 태도나 시민사회의 덕목인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관용 정도를 종교다원주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종교다원주의는 자신이 속한 종교 이외의 종교들에 대해서 적어도 그 존재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거나 더 나아가서 그 진리 주장까지 어떤 형태로든 수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리킨다. 여기에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특히 그리스도교의 경우 종교 다원주의는 다른 종교들을 통해서도 인간의 궁극적 구원이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나아가면서 신자들이나 신학자들로부터 많은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장 I_ 종교다원주의」중에서

현대 한국인들에게 아직도 이러한 종교적 신념과 형이상학적 믿음이 남아 있을까? 현대 유교의 위기 여부는 이 물음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유교의 가치와 공과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 핵심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교 사상을 단순히 지나간 시대의 것으로 취급해서 역사적, 사상사적 연구 대상 정도로 간주하면 모르지만, 이 핵심적 질문을 제쳐두고 유교의 가치와 공과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과거의 유학자들과 우리 선조들이 당연시하던 이러한 종교적 믿음과 도덕적, 형이상학적 신념이 없는 유교는 단지 제도와 관습으로서의 유교일 뿐 힘과 생명력을 상실한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교적 신앙을 전제로 하지 않고 유교 윤리나 정치사상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논한들 무슨 의미가 있고, 유교적 영향으로 간주되는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가 실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4장 I_ 한국 사회와 유교적 최소주의: 유교 신앙의 회복을 기대하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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