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박물관, 기록관이라는 명칭에는 모두 ‘관(館)’이라는 글자가 있다. 그러나 영어의 library, museum, archives에는 건물이라는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이며, 기능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library는 책이 있는 장소를 의미하는 라틴어 librarie에서 나온 말이다. 도서관은 독일어로 bibliothek, 프랑스어로 bibliotheque라고 한다. biblio는 ‘책’을 의미하며, thek 또는 theque는 라틴어 theca에서 유래한 말로 ‘물건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영어 및 독일어 museum은 고대 그리스어 ‘무세이온’에서 유래한 말로, 무세이온은 미의 신 무사이(영어로 뮤즈)를 모시는 신전을 뜻한다. archives의 어원 역시 고대 그리스어이며, 행정관의 집무소를 뜻하는 ‘아케이온’에서 유래한다. 이 기관들 모두 동서양을 불문하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을 두는 장소라는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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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외국의 행정이나 정책의 대표사례를 살펴보자. 특히, 유럽연합(EU)이 이 방면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인 통합에서 비롯된 이 공동체가 민족, 언어, 문화의 차이를 넘어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통 인프라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통 인프라 중에서도 1999년부터 시작된 볼로냐 프로세스는 고등교육에서의 학위와 이수학점 호환을 중심으로 한 공통의 틀을 구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화정책에서도 공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고, 그중에는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프로그램으로 MINERVA 프로젝트(MInisterial NEtwoRk for Valorising Activities indigitization, 2002~2008년), Michael 프로젝트(Multilingual Inventory of Cultural Heritage in Europe, 2004~2008년) 등이 각국 정부와의 협력하에 추진되었다. 예를 들면, Michael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컬렉션은 2,500개 기관에서 수집한 것인데, 그중 도서관이 500여 곳, 박물관이 900여 곳, 기록관이 500여 곳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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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0년대 이후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 그동안 개별 도서관마다 처리하고 있던 자료정리 작업이 도서관 시스템과 출판물의 MARC (Machine Readable Catalog, 목록 데이터의 원형) DB의 개발로 줄어들었고, 자관의 오리지널 자료 정리에 한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에는 도서관유통센터(Toshokan Ryutsu Center, TRC)를 비롯한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정리 시스템이 있으며, 대학도서관에는 국립정보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Information, NII)가 제공하는 온라인 자료정리 종합목록시스템이 있으므로 이미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는 전문지식 없이 처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서의 전문성에서 중심에 있던 목록과 분류 지식의 필요성은 필연적으로 축소되었다고 생각된다. 현재 사서의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은 과거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 공공도서관의 경우 자료선정, 참고서비스 등에서 공통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된다. 어린이 서비스는 이전부터 전문 연수가 실시되었으며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 밖에 장애인 서비스, 지역자료(향토자료) 등이 비교적 이전부터 실시되었고, 최근 디지털정보 제공, 비즈니스 지원 등의 영역이 추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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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박물관공학’은 학술연구와 디자인의 통합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시도 중의 하나가 ‘M3’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모바일 뮤지엄’에 ‘모듈 유닛’과 ‘미들 야드’를 더하여 3개의 머리글자 ‘M’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모바일 뮤지엄’의 기본 개념은 유닛화된 한 개 내지 복수의 전시 콘텐츠를 어떤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차례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사업 형태로서는 일종의 교체 게임에 가깝고, 매우 중요한 비용 삭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된다. 당연히 에너지나 자재의 부하를 줄일 수도 있으며 전시의 진부화도 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를 체계화하여 문제해결을 꾀한다는 발상이다.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정한 형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여건(TPO)에 따라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뮤지엄’의 보다 작은 단위는 ‘모듈 유닛’이다. 작은 전시 유닛으로 교체하는 게임과 같다. 그러면 매번 다른 콘텐츠를 제공할 수가 있고, 다양성과 일관성, 연쇄성과 오락성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종합연구박물관에서는 2008년에 ‘모바일 유닛’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상설전시로 『박물관 아라카르트(a la carte)』展을 개최했다. 보관된 조립 키트를 모으기만 해도 되기 때문에 경비가 들지 않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이것은 박물관이 제한된 예산으로 상설전시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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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시에서 도쿄대학이 소장한 고분 4기의 벽화모사 중 쌍영총을 재현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인데, 연출 효과 면에서 ①의 이유가 가장 크다.
① 모사의 양이 가장 많다(전체 71면 중, 52면의 모사가 있음).
② 전실, 후실, 이 둘을 잇는 통로에 세워진 2개의 기둥 등 석실구조가 복잡하다.
③ 90년이란 시간이 경과하면서 일부 채색이 심하게 퇴색되었다.
재현 시에는 실물크기의 석실 모형을 만들어 모사 사진을 붙일 것인지 컴퓨터 이미지로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1997년 실물 모사를 벽에 붙여 강서중묘를 재현했다. 강서중묘는 2단의 평행지송 위에 정석을 올린 비교적 단조로운 천장구조였기 때문에 평행지송은 생략하고 정석의 모사만 천장에 붙였다. 그에 비해 쌍영총의 천장구조는 3단의 평행지송 위에 또 2단의 3각 지송을 올린 복잡한 구조가 특징이므로 생략할 수 없었다. 더욱이 천장 높이는 실측도를 보고 측정했을 때 4.44미터 정도이고 석실 평면의 전체 길이도 9.88미터(후실에서 잔존 연도까지)로 상당히 큰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석실 안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연출효과는 크지만 박물관 전시실에서 장소를 많이 차지하고 종료 후의 해체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 이미지를 이용하여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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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가이드라인으로는 유럽의 문화자원 디지털화에 관한 컨소시엄인 미네르바 프로젝트(MINERVA Project)에서 발행한 『디지털 문화 콘텐츠 창작 프로그램을 위한 가이드라인(Technical Guidelines for Digital Cultural Content Creation Programmes)』이 있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문화자원의 디지털화에 관한 각종 정보의 공유와 기술 협력을 목적으로 유럽의 주요 도서관과 대학 등이 설립한 컨소시엄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디지털화의 단계별로 표준적인 기술규격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영국의 JISC(Joint Information Systems Committee)는 여러 가지 이미지 정보의 디지털화에 관한 정보를 집약한 사이트 TASI(JISC Digital Media)를 공개하여 이미지의 디지털화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의 InterPARES 2 Project는 문화자원 디지털화의 주요 지침을 제시한 『Preserver Guidelines』 및 『Creator Guidelines』를 발행했으며, 그 밖에도 여러 기관에서 가이드라인과 핸드북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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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원 통합 디지털 아카이브에서는 온톨로지에 저장한 각 사물이나 메타데이터에 관한 내용에 실수가 있거나 추가사항이 필요한 경우, 등록제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이 기능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드렉셀 디지털 뮤지엄 프로젝트(The Drexel Digital Museum Project)가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복식 이미지를 저장한 아카이브에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여 각 자료에 대한 코멘트를 쓸 수 있다. 이런 기능을 가진 디지털 아카이브는 세계적으로 아직 사례가 드물다. 1차 자료 중에 그림, 사진자료 등은 추후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문자자료도 잘못된 번각이 나중에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메타데이터에 관한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의 피드백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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