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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이야기

: 인생을 좌우하는 신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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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04g | 130*190*15mm
ISBN13 9791185653976
ISBN10 11856539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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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제1병동. 월요일 8시 15분. 회진이 시작된다. 대부분이 주말에 새로 입원한 환자들이다. 1호실. 베르거 씨가 설명한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꺼졌어요. 텔레비전이 왜 이러냐고 남편에게 물으려는데, 남편도 보이질 않고 주변이 다 깜깜한 거예요. 앞이 안 보인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장난치지 말라며 내 말을 안 믿더라고요. 사실 그전에 종종 그런 장난을 치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진짜라고 다시 말했고 남편은 당장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다시 좋아질까 싶어 좀 기다려보기로 했죠. 정말로 얼마 후 왼쪽에서 환한 점이 나타났어요. 진눈깨비가 내리는 것처럼 모든 것이 이리저리 뒤섞였고 때로는 바람에 나부끼는 커튼 같기도 했죠. 그러더니 퍼즐 조각처럼 작은 그림들이 나타났고 왼쪽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오른쪽은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여요. 지금도 선생님 얼굴이 절반만 보여요. 고개를 돌리고 보면 훨씬 나아요. 더 기다리면 오른쪽도 괜찮아질까 싶어서 그냥 잤는데, 다음 날 아침에도 똑같아서 일단 주치의에게 갔더니, 망막 손상 같다며 안과로 보냈어요. 안과의사는 눈이 아니라 뇌 문제라며 우리를 다시 종합병원으로 보냈죠. 그곳 뇌졸중 병동에서 벌써 여러 검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어제 이곳에 도착했어요.” 환자는 걱정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베르거 씨가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난 역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옆 침대의 오스트 씨가 설명한다. “집에 막 도착해서 장 본 물건을 식탁에 놓고, 아빠가 곧 도착해서 수학숙제를 검사할 테니 얼른 숙제부터 하라고 딸에게 말하려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냥 어버버 거릴 뿐 제대로 단어를 말하지 못했어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해요. 그다음 곧바로 혀가 꼬이고, 마치 개미 떼가 기어가는 것처럼 오른팔과 얼굴이 간지러웠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급차 안에 있더라고요. 입에서 피 맛이 났고, 바지가 젖어있었어요.”

몇 가지를 질문하고 치료 과정을 설명하려는데, 간호사가 끼어든다. “교수님, 3호실 환자가 또 침대에서 내려오려 합니다. 아침 식판을 던지고 약을 침대에 뿌렸어요. 거의 밤새도록 난동을 피워서, 야간근무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었대요.” 나는 오스트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3호실의 쉴러 씨에게 갔다. 쉴러 씨는 66세이고 ‘정신착란과 과잉행동’이 심해져서 지난주에 이곳으로 보내졌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혼자 잘 살았고, 임대주택 집세며 공과금도 실수 없이 처리했다고, 외동딸이 전했다. 쉴러 씨는 침대 난간을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난간 사이로 다리 하나가 나와 있고, 환자복과 시트는 커피와 잼에 흠뻑 젖었다. “쉴러 씨, 지금 뭐 하세요?” 환자의 시선이 나를 통과하여 먼 곳을 향했고, 나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환자는 침대 난간을 서너 번 더 흔들다가, 이름을 묻자 지친 듯 뒤로 풀썩 누웠다. “약을 바꿔야겠어요. 나중에 좀 진정되면 뇌전도 검사를 하고, 금요일에 했던 것처럼 다른 검사들도 진행합시다.” 오늘 회진은 여러 병실을 계속 오가는 지그재그 여행이었고, 소소한 사건과 전화들로 계속 중단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호실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마지막 병실까지 회진을 돌기는 불가능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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