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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이데올로기

: 문화 해부학 또는 하이퍼코드의 문제 제기

리뷰 총점9.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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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810g | 152*212*30mm
ISBN13 9788932916248
ISBN10 893291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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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당연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바뀐다. 노예 제도, 연금술, 보쌈 등은 모두 사라졌지만 앞서 나열한 단어들도 세월이 지나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모른다. 왜 그럴까? 인간의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식도 바뀌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눈도 변했다. 이제는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으며, 어딘가에는 블랙홀이 있다. 그러나 모든 건 또 바뀔 것이다. 하지만 세상 자체는 변한 게 전혀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데올로기가 바뀐 것이다. ---pp.16-17, 「제1부 이론」

이데올로기는 집단의 것이자 익명의 사고다. 한 개인의 생각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이들의 생각과 시너지를 발휘해야만 이데올로기로 간주될 수 있다. 집단, 공동체, 사회는 이데올로기의 존재 조건이 되는 셈이다. 한 개인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를 어떤 집단이 채택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생각이 《이미 생각된 것》 속에 스스로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다〉.
---p.20「제1부 이론」

노예 제도가 존재하던 시대에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조차 노예들을 상품으로 간주했고, 그들이 이런 세계관을 가졌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주어진 시대와 문화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끼게 하는지를 보여 주며, 이런 사례들이 인간의 역사를 장식해 왔다. ---p.23「제1부 이론」

어린아이에게 〈벤츠〉나 〈노숙자〉는 각각 〈자동차〉와 〈길거리에서 잠자는 자〉 그 이상이 아니다. 즉 단어들을 지시적 의미로만 받아들일 뿐, 그것들이 내포하는 문화적(또는 상징적) 의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비록 기본적인 문장 구성력을 갖추었을지라도 아이의 언어 활동은 기초적인 지적 욕구 만족을 포함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그치고, 어휘 사용법 역시 가치 중립적인 영역에 머문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이는 더욱 다양한 어휘를 알게 되고, 아이의 언어는 서서히 이데올로기의 색채로 물들여진다. 이 점이 사회생활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다. ---p.77, 「제1부 이론」

지금까지 정리한 바에 따르면 〈탈이데올로기〉는 냉전과 좌파의 정치 혁명적 투쟁의 종식을 의미할 뿐, 문화 이데올로기로서 좌파가 남긴 유산과 관계가 없는 개념이다. 이런 유산이 전혀 없는 이른바 〈완벽하게 탈이데올로기화된 사회〉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사회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돈벌이 경쟁만을 일삼고 심지어 인간까지도 상품적 가치로 평가되는 사회일 것이다. 모든 것이 개발을 위해 움직이는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능력도 오로지 돈을 기준으로 등급화될 것이다. ---p.443, 「제5부 쟁점」

결국 사회가 진화한다면 〈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틀에 박힌 주장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을 뒤덮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데올로기는 나의 몸이자 머리이고, 가족이자 친구이며, 행복이자 일상이며, 무지이며 지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의 한계이자 정체인 셈이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창의적인 역설이자, 인간의 위선이며 위대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pp.460-461, 「제5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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