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앞서 내가 메타버스를 주제로 작성한 모든 글을 모아 새롭게 검토하고 확장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이 책의 핵심 목적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대해 명확하고 포괄적이며 신뢰할 만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좀 더 욕심을 내본다면, 메타버스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왜 모든 세대가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로 이동해 그 안에서 생활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과 업무, 사고방식을 어떻게 완전히 바꿔놓을지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불러올 가치를 모두 합치면 수십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당신은 이 거대한 물결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가?
---「[시작하며]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트보다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36쪽」중에서
기술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하나의 발명이나 혁신, 또는 개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만 현실적으로 전환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면 사회와 개인 발명가가 이에 대응해 새로운 행동을 취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이는 다시 기초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례로 이어지고 또 다른 조치와 창작을 불러일으키며 이후에도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한다.
---「[2장] 혼란, 파괴의 필수요소, 73쪽」중에서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기본 아키텍처나 프로토콜 스위트를 대체하거나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기존 인터넷 기술을 토대로 독창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인터넷의 ‘현재 상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은 여전히 유선 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 모바일 기기에서 또 다른 모바일 기기로 전송되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인터넷 트래픽은 대부분 수십 년 전에 설계된 표준과 프로토콜, 형식에 따라 실행된다. 표준, 프로토콜, 형식이 모두 이전보다 발전했는데도 실행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초기 인터넷에 맞게 설계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윈도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그 이후로 발전하긴 했지만 대체로 수십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다. 그럼에도 ‘모바일 인터넷 시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지배한 유선 인터넷 시대와는 다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장치(여러 기업이 제조한 장치)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소프트웨어(일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나 웹 브라우저보다는 대부분 앱)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
---「[4장] 인터넷 다음에 오는 것, 135쪽」중에서
이 책의 앞부분에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몬스터 대학교」 제작용으로 픽사가 구축한 슈퍼컴퓨터를 언급한 바 있다. 이 슈퍼컴퓨터는 2만 4000개의 결합 코어를 탑재한 약 2000대의 산업용 컴퓨터를 연결해 만든 것이다. 픽사가 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데 쏟아부은 돈은 수천만 달러에 달해 플레이스테이션 한 대 값을 크게 웃돌았지만, 덕분에 훨씬 용량이 크고, 세밀하고, 더 아름다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12만 개 프레임을 각각 렌더링하는 데 30코어시간이 걸렸다. 이듬해에 픽사는 컴퓨터와 코어 상당수를 더 강력한 성능을 가진 최신 프로세서로 교체했다. 픽사는 향상된 컴퓨터 성능을 활용해서 동일한 장면을 더욱 빠르게 렌더링할 수도 있었지만, 속도를 최적화하기보다 렌더링 작업을 더욱 정교하게 수행하는 길을 택했다. 예를 들어, 픽사가 제작한 2017년 영화 「코코」의 한 장면에는 거의 800만 개의 조명이 개별적 으로 렌더링되었다. 처음에는 이 장면의 모든 프레임을 렌더링하는 데 1000여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다음에는 450시간이 소요되었다. 픽사는 여러 개의 조명을 가로, 세로 20도씩 증분하면서 ‘베이킹(조명 효과와 관련해 미리 계산한 정보를 이미지 텍스처에 기록하면서 렌더링 속도를 향상시키는 작업 ? 옮긴이)’해 부분적으로 시간을 55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즉, 카메라에 대한 응답을 줄인 것이다.
---「[6장] 컴퓨팅: 하나의 사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76쪽」중에서
메타버스의 범위에 대한 팀 스위니의 경고를 다시 떠올려보자. “메타버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하며 훨씬 광범위하게 침투할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기업이 중앙에서 메타버스의 통제권을 거머쥔다면 어떤 정부보다도 강력한 지상의 신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과장처럼 들릴 수 있고, 실제로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업 가치가 각각 수조 달러에 달하는 5대 빅테크 기업이 우리의 디지털 생활을 관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삶의 대부분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벌어진다. 오늘날 수억 명의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를 찾고 아이폰으로 일을 처리하지만, 말 그대로 iOS 내부에서 또는 iOS 콘텐츠를 구축해 모든 작업을 수행하진 않는다. 자녀가 줌으로 학교 수업을 들을 때 아이패드나 맥을 통해 줌과 학교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학교 자체가 iOS 플랫폼 내에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서구권에서 전자상거래가 소매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0~30퍼센트 정도지만, 이러한 지출 대부분은 실제 물리적인 상품을 구매하는 데 소비되며 소매 거래는 전자상거래 경제의 6퍼센트만 차지한다. 우리가 메타버스로 이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기업이 인류가 실재하는 두 번째 차원의 물리학, 부동산, 관세 정책, 화폐, 정부를 운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제 스위니의 경고가 단순히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7장] 가상 세계 엔진: 이 세상은 모두 가짜다, 222쪽」중에서
요컨대, 로블록스는 디지털 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새로운 디지털 제작자로 바꿔놓았지만 손해를 면치 못했다. 로블록스가 모바일 장치에서 100달러의 가치를 실현할 때마다 30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개발자는 순수익으로 25달러(모든 개발 비용을 차감하기 전 금액)를 벌며, 애플은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채 순수익으로만 약 30달러를 챙긴다. 오늘날 로블록스가 개발자의 수익을 늘릴 유일한 방법은 손실을 더 감수하거나 연구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로블록스와 개발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10장] 결제 채널: 우리가 알던 소비의 종말, 333쪽」중에서
나는 메타버스가 ‘신뢰를 쌓기 위한 경쟁’을 불러오길 바라고 있다. 주요 플랫폼들은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플랫폼을 더 간편하고 저렴하고 빨라지게 해 수익성 있는 더 나은 가상 상품과 공간,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배급사나 플랫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음을 정책을 통해 증명할 방법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언제나 훌륭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여겨졌지만, 메타버스 구축에 막대한 투자와 개발자의 신뢰가 필수적인 오늘날에는 가장 우선시되는 중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14장] 승자와 패자, 472쪽」중에서
사람들이 외출도 하지 않고 VR 헤드셋을 쓴 채 집에 틀어박혀 사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는 전후 사정을 무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약 3억 명이 하루 평균 5시간 30분(또는 총 15억 시간) 동안 동영상을 시청한다.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 홀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도 많다. 모두 사교적이지 않은 행동이다. 할리우드에서 흔히 호언장담하듯, 동영상 콘텐츠는 수동적으로 소비된다(편안하게 등을 기대고 시청한다는 뜻에서 업계 용어로 ‘린백 엔터테인먼트’로 부른다). 이러한 시청 시간을 사교적이고 상호작용하며 참여도가 높은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한다면 사람들이 계속 실내에 머물더라도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노인들에게 해당된다. 미국 노인들은 하루 평균 7시간 30분 동안 TV를 시청한다. TV를 보는 데 남은 인생의 절반을 소비하기 위해 은퇴와 장수를 꿈꾸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카리브해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항해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오랜 친구와 함께 가상 요트를 운항하는 즐거움을 대체로 실현할 수 있고, 모든 종류의 디지털 전용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노인들은 정오에 폭스 뉴스 또는 MSNBC를 시청하는 것보다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것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
---「[15장] 메타버스적 존재, 490쪽」중에서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개척자들에게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현재 우리는 메타버스의 시작점에 서 있지만, 마지막으로 지난 컴퓨팅과 네트워킹의 시대를 되돌아보자. 인터넷을 열렬히 신봉한 사람들조차도 수백만 개의 웹 서버에 걸쳐 수십억 개의 웹 페이지가 존재하고, 하루에 3000억 개의 이메일이 전송되고, 매일 수십억 명이 사용하고, 페이스북이라는 단일 네트워크에 매월 30억 명, 매일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가 방문하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는 제품 발표회에서 최초의 아이폰을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개했다. 물론 그의 판단은 옳았다. 하지만 첫 번째 아이폰에는 앱스토어가 없었고 타사 개발자에게 그런 기능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허용할 계획도 없었다. 왜 그랬을까? 잡스는 개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완전한 사파리 엔진은 아이폰 내부에 있습니다. … 따라서 아이폰에 있는 앱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작동하는 근사한 웹 2.0 앱과 에이잭스 앱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아이폰이 공개된 지 10개월 후, 판매에 들어간 지 4개월 만인 2007년 10월, 잡스는 생각을 바꿨다. 2008년 3월에 SDK가 발표되었고, 앱스토어는 그해 7월에 출시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아이폰 소유자는 4000만 명 이상의 아이튠즈 사용자가 다운로드한 음악보다도 30퍼센트 더 많은 앱을 다운로드했다. 잡스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더 이상 예측을 신뢰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애플 역시 이제 이 놀라운 현상을 그저 지켜보는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예측치를 크게 넘어섰거든요.” 메타버스가 나아갈 길도 이와 대체로 비슷할 것이다. 기술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소비자, 개발자, 기업가는 이러한 변화에 반응한다. 휴대전화, 터치스크린, 비디오게임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결국에는 필수품이 되어 사람들이 예측한 방식으로, 그리고 때로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꾼다.
---「[마치며] 모두가 관찰자일 뿐, 511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