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꾼 키우기... 언젠가부터 그 말이 거북했고 위화감마저 들어 이제는 쓰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수업인지 모르겠다. 어른들 비위를 맞추려는 이런 식의 표현은 쓰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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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는 ‘지역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했고, 학교는 ‘학생에게 실제 사회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양쪽의 생각을 반영하여 2016년부터 협동 수업과 활동을 전개했다. 2019년에는 공영기숙사를 만들어 다른 지역 학생도 입학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지역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사립고등전문학교를 개교하는 등 마을의 교육환경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 책은 지역과 학교의 관계를 중심으로 2016-2021년까지 활동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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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이들은 다른 지역의 학교에 다녀야 하고, 아이를 등교시키는 데 부담이 가중된 학부모는 아예 지역을 떠나 학교가 있는 곳에서 살려고 할 것이다. 가족 전체가 이사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먼 곳으로 통학한다면 지역에서 지내는 시간은 자연히 줄어든다. 그리고 정체성이 형성되는 그 시기에 자신과 지역의 관계가 형성될 기회도 줄어든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형이나 누나와 소통하는 일도 줄어들고, 자기도 크면 마을을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자 지역 거점이다. 학교로 인해 학부모 연대와 지역주민 관계가 형성된다. 즉, 지역에서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람들의 연대가 희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1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려면 학교 안에서 모의선거를 하는 것보다(그것도 중요하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지역행사를 만드는 경험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경력에 도움되려면 교실에서 교과서를 읽는 것보다(이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회사를 방문하여 어른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풍요로운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되는 행동일 수 있다.
--- p.21
‘지금’이 교재다... “하면 할수록 잘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 p.60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고만 하면 의욕 없는 학생도 있고 질이 떨어지기 쉽잖아요. 유료로 하면서 확실히 하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지적을 안 받게 열심히 하고 자기 행동이 그대로 평가에 반영된다는 걸 알고 책임감을 느끼며 일할 테니까요.
--- p.66
학생의 비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습 토양으로 네 개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도전과 실패를 응원하는 ‘안심·안전한 토양’ ?다름을 받아들이고 북돋는 ‘다양성의 토양’ ?일상적으로 묻고 답하는 ‘대화의 토양’ ·지역과 사회인과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열린 토양’
--- p.82
가미야마교도 이런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미래의 일과 실현하고 싶은 것을 의논할 어른이 있다’, ‘주변 어른들이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는 법을 도와준다’, ‘지역에서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느낀다’, ‘흥미 있는 일을 바로 알려주는 어른이 있다’에 대해 학생 8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 p.82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사는가에 따라 풍경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즉,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을 걸쳐 배양된 것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역다움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 축적된 자연환경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지역다움의 기반이다.
--- pp.93~94
둥그런 형태로 둘러앉은 회의실에서 한 사람씩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꽤 시간이 걸리는 방식이었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반응을 공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 pp.106~107
마을에서 사람들의 활동과 일의 존재 방식은 역사 속에서 계속 변했다. 어떤 시기에나 변화의 계기는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새롭게 조합하여 만든 것이며, 조합의 풍요로움은 ‘사람’의 다양성에서 유래한다.
--- p.124
학과 개편 목표 중 하나는 교육과정을 수정하고 학교의 특징과 학습 내용을 알기 쉽게 하여 중학생이 스스로 가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음식이 좋아서, 자연이 좋아서 이 학교를 선택하는 등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어쨌든 “여기가 좋아서 왔다”고 스스로 정하는 학생이 모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 p.145
많은 부모와 아이들과 만나 보니 부모로서의 역할 의식을 강하게 가진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잘 키워야 한다”거나 “부모는 이런 존재다”라는 의무감을 갑옷처럼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뭔가 잘 닦여진 길을 제공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돈을 내고 시간을 들이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식이죠. 수영 교실을 다니면 무조건 수영을 잘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당연한 생각이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역할 의식, 돌봄, 인도, 가르침, 투자와 회수, 논리, 목적과 성과, 효율 등 육아 외에도 모든 좋은 것을 아이에게 투입하려고만 합니다. 그런 것도 살아갈 때 중요한 것들이지만, 때로는 좀 더 돌아가기도 하고 논리적이지 않아도 적당히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유학을 선택하고 싶어도 아이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으면 불안해서 아이를 보낼 수 없을 것입니다.
--- p.159
마을에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이 미래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다르게 물어본다면 나름대로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 p.181
‘마을 만들기’가 아니라 ‘마을이 자라난다’
---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