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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

: 3부 4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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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134*194*35mm
ISBN13 9791130699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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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포를 나온 홍이는 자동차 수리가 끝나기까지 별 할 일이 없고 갈 곳도 없어서 가르쳐준대로 길모퉁이를 돌아 이발관을 들여다본다. 이발관 안은 한산했다. 상길이 의자에 걸터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옛날같이 지쿠 기름을 바른 머리는 반들반들했고 햇볕을 못 보아 창백한 얼굴, 염증을 느끼게 하는 하얀 손, 모두 옛날 그대로였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카페」중에서

변발한 청인을 보고 머리를 반쯤 깎았으니 반 중이 아니겠느냐 했을 때 끼루룩 웃던 기화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살가죽이 늘어지고 이빨은 모조리 거덜이 나서 성한 것이라곤 앞이빨뿐인데, 육십을 넘은 몸이, 인간과의 인연을 버린 몸이 벼랑의 꽃 같은 여자, 이제는 섬진강 푸른 물에 넋을 버린 여자, 그 여자를 중생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혜관. 괴물 같은 혜관의 마음속에 엷은 한 같은 것이 솟는다.
---「번뇌무한」중에서

아랫방의 들창만 열어놓고 장지문을 닫아 건 숙희는 차가운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있다. 동생댁은 장독가에서 김칫거리를 절이고 있었다. 아무리 몸을 뒤쳐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진주의 갑부 양교리댁, 거목처럼 진주 일대에 뿌리를 박고 있는 집안, 권속은 얼마며 그들 밑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숙희는 양소림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손등의 혹도 알고 있다. 바로 그 혹 때문에 정윤을 빼앗긴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배신자」중에서

명빈은 눈앞에서 누이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십 년 가까운 세월, 명희가 조병모 남작댁에 출가하고 자신은 그들이 설립한 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그때부터 명희와 자신은 일종의 박제된 인간으로 존재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슴을 친다. 앙혼(仰婚)이 빚는 관습적인 알력이나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것,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었던,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숨막힐 것만 같았던 세월을 임명빈은 새삼스럽게 통감한다.
---「편지」중에서

결혼할 것을 강압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인실은 단호하게 강경하게 선언하듯 말했던 것이다. 인성은 순간 의아해하는 것 같았으나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섬뜩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오가타가 왔다는 얘기는 저녁때 찾아온 선우신에게 들었다. 일말의 불안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또 오가타가 서울에 왔다면 곧장 자기를 찾아오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그런데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도 마음에 걸리었다. 게다가 인실은 평소와 달리 귀가가 늦었던 것이다.
---「사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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