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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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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134*194*30mm
ISBN13 979113069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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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하동땅에서는 삼천리 밖, 두만강 너머 북녘에 있는 남의 땅에는 오월에도 찬서리가 내린다. 서희는 절방 하나를 비워 간신히 하룻밤을 보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뜨락에 끌어다 놓은 짐짝을 의지하고 혹은 서로의 체온을 의지하며 악몽 같은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아왔을 때 공포와 절망 그리고 추위 때문에 사람들 얼굴은 모두 풀빛이었고 고량(高粱)을 섞은 주먹밥으로 아침 요기를 한 뒤에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화재」중에서

해가 뜨기 전에 마차는 용정촌을 출발했다. 용정과 회령 사이는 백삼십 리가 넘는 이정(里程), 신흥평(新興坪)까지의 사십 리 남짓한 길은 비교적 넓고 평탄하여 달리기는 수월할 것이다. 육도천(六道川)을 건너고 강변을 따라 달리고 있다. 강 건너 쪽은 계속하여 들판이요 왼편은 나직한 구릉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날씨는 쾌청하나 바람은 있다. 마차 손님들은 대부분 내지서 온 장사꾼들이다. 그들은 줄곧 용정촌의 불을 화제로 삼고 있었다.
---「가스집」중에서

철새가 무리를 지어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들꽃들이 피어 있는 길섶 곁을 흰 모시 두루마기 입은 길상이 성큼성큼 걸어가고 회색 양복바지에 누리끼한 세루 양복저고리, 역시 누리끼한 여름 모자를 쓴 송장환도 함께 걷는데 길상이보다 키는 약간 낮은 편이다. 이들이 회령에 들어서니 땅거미가 질 무렵, 잡화상 점두(店頭)로부터 비쳐나온 몇 개의 등불은 희미하고 칠월로 접어든 초여름의 저녁 바람이 살랑거린다.
---「밤비」중에서

공노인은 엉거주춤 일어서다 말고 도로 주질러 앉는다. 당황했던 것이다. 억척스런 여편네가 가게에 함께 들겠다고 떼를 쓰면 어쩌나 근심했는데 뜻밖의 결과는 난감하기가 오히려 더하다. 평소 마땅찮게 여기던 용이지만 공노인의 심중 깊이는 그를 멸시하고 있지 않았다. 겉으론 용한 것 같았으나 상당히 깡다리가 있는 사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공노인의 양식」중에서

유하현(柳河縣) 삼원보(三源堡)에서 선배이자 동지요 신민회 회원인 신 모(申某)가 보내온 편지를 앞에 놓고 장환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지출을 줄이려 드는 형과의 암투 때문에 학교 일이 말이 아니어서 우울한 심정을 적어 보낸 서신의 회답이다. 절망적이긴 그쪽도 매한가지였다.
---「뱀은 죽어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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