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이 독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독과 약은 양에 따라 결정된다’, 즉 양에 따라 독도 약도 될 수 있다. 더 자세히 풀어보면 같은 물질이라도 양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독은 사람의 수명을 줄이거나 완전히 목숨을 앗아간다. 똑같이 목숨을 앗아가더라도 벌레나 세균을 죽이는 살충제, 살균제를 일반적으로 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살충제가 독으로 불리는 이유는, 현대의 살충제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살균제는 소독약과 마찬가지로 약으로 취급되기까지 한다.
---「제1장_독과 약은 어떻게 다를까」중에서
항생 물질도 평범하지 않은 과정으로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제1호 항생 물질인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푸른곰팡이가 핀 식품을 먹으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푸른곰팡이의 분비물이 질병을 극적으로 치료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약은 효과만 있으면 충분하므로 그 밖의 정보는 파고들지 않는다. 이후 다른 곰팡이와 균류에서도 유효 성분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예상 속에 전 세계의 곰팡이와 균류를 대대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제2장_독이냐 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중에서
메탄올도 알코올의 일종으로 분자 구조가 에탄올과 비슷하지만, 메탄올은 틀림없는 독극물이다. 약간만 마셔도 눈이 멀고 많은 양을 마시면 죽음에 이른다. 두 물질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생물은 밥이든 술이든 체내에 들어온 유기물을 산화해 영양원으로 만드는데, 이를 ‘대사(Metabolism)’라고 한다. 체내에 들어온 에탄올은 일단 알코올 산화 효소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산화시키고, 이어서 알데하이드 산화 효소가 아세트산으로 산화시킨다. 그리고 아세트산이 다시 산화되면 마지막으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된다.
---「제3장_독은 어떻게 사람을 죽일까?」중에서
보툴리눔 독소는 단백질이므로 가열하면 독성이 사라진다. 그러나 보툴리누스균은 내열성이 있는 포자를 만들어 살아남기 때문에, 열이 식으면 다시 독소를 분비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신경독으로, 신경세포의 축삭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방출되는 작용을 방해한다. 이 방해 효과가 근육의 이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므로 요즘은 사시, 눈꺼풀 경련 치료, 얼굴의 주름 완화 등 미용에 쓰인다. 보툴리누스균은 무시무시한 세균이지만 의외의 용도도 있다.
---「제4장_식물·균류의 독성과 약성」중에서
어패류에는 독이 있는 생물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이 그 동물의 몸속에서 만들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먹이 사슬을 통해 커다란 물고기가 플랑크톤 같은 작은 동물을 먹고 그 독을 농축해 몸속에 담아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패류의 독은 생식 장소나 시기에 따라 독의 양이 크게 변할 수 있다.
---「제5장 동물의 독성과 약성」중에서
일본에서 수은의 유독성이 널리 알려진 시기는 1970년대로,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와 니가타현에서 공해, 미나마타병이 발생하면서부터였다. 미나마타병의 원인은 비료 공장이 합성 반응의 촉매로 사용했던 수은을 분리하지 않고 폐액을 그대로 바다와 하천에 방류했기 때문이다. 이 폐액은 미생물을 거쳐 메틸수은[CH3-Hg-X, X는 염소(Cl)·브롬(Br) 등의 할로젠 원소]으로 바뀐다. 물속의 메틸수은 농도는 낮지만, 생물 농축을 거듭하면서 식탁에 오른 물고기 속의 메틸수은 농도는 몇십만 배로 높아진다.
---「제6장 화학 물질의 독성과 약성」중에서
모든 마약은 구조식이 밝혀진 화학 물질이다. 화학 합성법이 확립되면서 숙련된 화학자라면 이 분자들을 합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자 구조 일부를 간단히 바꿀 수도 있다. 단속 당국이 분자 A를 각성제로 지정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분자 A의 극히 일부를 화학적으로 바꾼 분자 A’는 단속 대상에서 벗어날까? 이 분자 A’ 같은 물질을 디자이너 드러그(Designer Drug)라고 한다.
---「제7장 마약·각성제의 독성을 알아보자」중에서
생체는 생화학 반응으로 에너지를 획득해 생명 활동을 수행한다. 앞에서 생화학 반응을 위해 촉매로 기능하는 효소(금속 원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필수 미량 원소의 활동을 돕는 요소가 비타민과 호르몬 등 필수 미량 물질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과 호르몬은 극소량뿐이다. 하지만 그 필요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생체는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상태, 즉 질병에 걸린다. 그런 의미에서 비타민과 호르몬은 ‘본질적인 의약품’으로 볼 수 있다.
---「제8장 천연물에서 탄생한 의약품」중에서
아스피린은 여러 증상에 효과적인 의약품이다. 한 알로 해결하는 해열진통제라는 말 그대로 아스피린은 열을 내리고 치통, 두통, 신경통, 생리통 등 각종 증상을 완화한다. 그래서 아스피린은 감기약으로 적합한 약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일지도 모르지만, 아스피린에는 세균 같은 미생물이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이는 살상력은 없다. 아스피린은 병원균을 죽이는 약이 아니라 병원균에 시달린 몸의 고통을 완화하고 열을 내려 체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약이다. 이러한 약을 일반적으로 ‘대증요법 치료제’라고 한다.
---「제9장 화학 합성 의약품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