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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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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30*210*20mm
ISBN13 9791191201468
ISBN10 119120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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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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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더 그리웁게, 아름다운 것은 더 영원하게
- 유성철 시인의 강원도 기행 시조집 발간을 축하하며

유성철 시인이 강원도 찬양의 기행시조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5부에 걸쳐 총 100 편의 주옥같은 시편들을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참으로 아담하고 운치 있게 편집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권의 아름다운 시화첩詩畵帖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때마침 강원도가 2023년 6월 11일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는 경사스러운 시기에 맞춰 이 책이 발간되어 도민축제의 여러 가지 이벤트 중에 가장 멋지고 오래 남을 수 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강원도는 미래의 땅이며, 축복의 고장이다. 동해에서 솟아오르는 해맑은 태양을 태백의 준령 위에 건져 올리는 강원도, 그리하여 가장 먼저 신선한 아침을 맞는 축복의 땅이다. 또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푸른 심장이다. 모두가 공해에 찌들어 힘들어할 때 푸른 산과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의 향기는 막힌 숨통을 트이게도 한다. 생명의 젖줄인 한강과 낙동강이 강원도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흘러내리며 국토를 더욱더 살찌우게 한다. 그러한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숨겨져 왔던 강원도의 저력이 유감없이 표출될 것이다. 이에 유성철 시인의 이 작품집도 강원도 홍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유성철 시인은 시조로 등단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인이지만,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지고 있다. 시조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평소에 갈고 닦은 문학적인 내공, 거기다가 남다른 관찰력과 표현력을 지니고 있어 작품 한 편 한 편이 절창絶唱을 이루고 있다.

해파랑길은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까지 50개 코스로 된 750킬로미터의 여행길로, 떠오르는 해와 바다, 파도소리를 벗하며 걷는 신비神秘와 낭만浪漫이 넘치는 길인데, 유성철 시인은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구간을 걸으면서 각 곳의 절경마다 시조를 썼다. 그 옛날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썼던 그 코스를 걸으며 아름답고 풍류적風流的인 시편들을 쓴 것이다. 아울러 강원도민의 순박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덧입혀 또 다른 감동으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 시집을 다음의 4가지 명제로 나누어 감상해 보고자 한다.

1. 해파랑에 날개를 단 신선神仙의 풍류風流

에메랄드 바닷물이 스며든 송죽松竹 위로
바람도 잠시 쉬어 바닷새가 지저귀면
신선神仙이 부채질하며 흔들바위 흔든다.
- 「41코스 양양 죽도竹島에서」

한밤을 베어 물며 달빛이 다가서자
은비늘 촉촉 젖어 빈 바다로 잠기는데
파도는 바위 끝에서 거문고만 뜯고 있네.
- 「45코스 동명항 영금정에서」

삼우봉 앞을 막아 발 묶는 능선길로
노을이 찾아와서 정적만 서두는데
멀리서 하얀 파도가 안인 항에 불을 켠다.
- 「36코스 안인항에서」

참으로 절창絶唱! 또 절창絶唱이다. 이 표현 위에 또 어찌 무엇을 더하랴. 특히 종장에 대한 처리는 신선神仙의 경지가 아니면 찾아낼 수 없는 말들이다. 송강 정철은 고전적인 풍류로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썼지만, 유성철 시인은 그 풍류風流 위에 날개 하나를 더 달아준 느낌이다. 흔들바위는 눈으로 보면 그냥 바위이다, 그러나 신선이 된 유 시인이 부채질하여 흔들리게 하였다. 또 파도는 그냥 바위를 때리고 있다. 그러나 유 시인은 파도가 되어 거문고를 뜯게 하였다. 안인 항에 등댓불도 시간이 되면 그냥 켜지는 것이지만, 시인의 눈으로 보면 파도가 불을 켜는 것이다. 미국의 시인 「칼 샌드버그」는 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시詩란 바다에 사는 동물이 육지에 올라와 살면서 다시 하늘로 날아 보려는 공상空想의 원본原本이라고….” 유성철 시인의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력 그리고 언어의 조탁彫琢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 사향노루 딛고 간 발자국 같은 향기로운 시심詩心

파도가 옷을 벗어 하얀 속살 들추고서
치마폭 너울지는 모랫가 감겨들면
봄 석 달 파란 내음이 가슴으로 안기네.
- 「청춘의 여울」

대청봉 무릎 베고 / 미리내에 눈 담그자 //
우뚝 선 봉우리들 / 먹물 비쳐 글을 푼다. //
어릴 적 / 별들의 편지 / 오늘에야 읽는다. //
- 「우주에서 온 편지」

시상詩想이 얼마나 깨끗한가. 그리고 또 얼마나 상큼한가. 가만히 음미해 보고 있노라면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파도가 옷을 벗으니 하얀 속살, 치마폭 너울지는 모랫가, 가슴으로 안기는 파란 내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느끼는 감성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 나오는 샘물 같은 시심詩心의 원천源泉이 있기 때문이리라.

대청봉 무릎을 베고 미리내에 눈을 담근다. 그리고 봉우리들이 준비한 먹물로 어릴 적 별들의 편지를 오늘에야 읽는다. 더 무엇을 말하랴. 이런 표현들은 시가 이룰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이며 절창絶唱이 아닐 수 없다. 유성철 시인은 마치 사향노루가 딛고 가는 발자국처럼 그렇게 향내 나는 시들을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3. 흙냄새 물씬 풍기는 향토 사랑의 시편들

둥그런 햇살 굴러/ 샛바람 늘어지자 //
부푸는 밭 한 꼭지/ 새싹이 파릇 올라 //
엄벙뗑 경칩 지나니 밭 갈라고 시위示威다. //
- 「봄날 시위」

이마에 흘린 땀은/ 푹푹 찌는 흙 녹이고 //
단내 나는 가쁜 숨은/ 발등에 피땀 되어 //
무정無情한 곡식 한 톨로/ 인생살이 털고 간다.
- 「농부」

막 씻어 헹군 햇살 모 갈피에 반짝이고
볕내에 숨이 트여 석류가 쩍 갈라지면
훠얼훨 나비 날갯짓 하늘 비쳐 영롱하다.

비늘 뜬 새깃 물에 물빛이 찰랑이고
두둥실 구름 올라 앞산을 동여매면
유유히 마음이 놓여 두 눈 슬금 잠긴다.
- 「햇살에 졸음 비친 하루」

바쁜 농촌의 일상을 시조라는 정형의 틀 속에 재치 있게 심어 놓았다. 글을 읽어보면 농촌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미사여구美辭麗句도 없지만 우리 마음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그 내용과 표현들이 매우 절실하고 순박淳朴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리라. 바쁜 일손 중에서도 망중한忙中閑의 여유로움도 양념같이 살짝 끼워 넣은 것도 유성철 시인의 재간才幹이리라.

4. 자아自我의 성찰省察과 미래에 대한 소망

몸으로 태어나도/ 마음으로 돌아간다 //
몸으로 불리우나/ 마음으로 매겨진다 //
사는 건 몸 일지라도/ 머물 곳은 마음 하나. //

빗자루 하나 들고/ 마음을 쓸자 하나 //
몇 번을 못 하고서 몽당비가 부러진다 //
쓸어도 쓸리지 않는/ 회억回憶의 쓰린 날들. //
- 「마음 쓸기」

글발을 헤매이던 몸통은 어디 가고
지워질 줄 알면서도 한껏 밟은 모래톱에
그것도 흔적이라고 점점 찍힌 발자국.
- 「시조 쓰기」

좋은 작품의 탄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시인의 고뇌를 읽을 수가 있는 것 같다. 산모가 한 생명을 탄생하기 위해서는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하듯이 훌륭한 창작을 위해서도 그러한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성철 시인도 그러한 과정을 순명으로 받아들이며 아픔을 참고 참으면서 이 글을 썼으리라 생각된다.

시조란 무엇인가? 3장 6구 12음보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부족함 없이 표출해야 한다. 12줄 금琴으로도 다 못하는 사연과 50줄 하프로도 다하지 못하는 사랑을 단 3줄 울림 속에 다 담아야 하는 것이 시조의 운명이며 또 아름다운 책무責務가 아니겠는가. 유성철 시인이 시조라는 율격 속에 만들어 낸 이 훌륭한 작품들은 반드시 독자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감흥으로 아로새겨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시 한번 출간을 축하한다. 부디 건필하여 문단에 큰 인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 김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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