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 2012년 새해 공동사설은 새로 시작된 김정은 시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년 공동사설 준비는 가을부터 시작되어 12월 17일 김정일 총비서 사망이라는 새로운 사태에 직면해 김정은 시대에 맞게 수정이 가해진 공동사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공동사설’에서 강조된 것도 김정은이라는 새로운 영도자에 대한 충성, 김정일 총비서의 ‘유훈관철’이자 당, 군, 인민의 ‘일심단결’이었다. ‘유훈관철’이란 김정일 시대를 ‘계승’하자는 것이었다.
사설은 “새로운 주체100년대의 진군은 백두에서 시작된 혁명적진군의 계속이다. 위대한 수령님 따라 시작하고 장군님 따라 백승떨쳐온 우리 혁명을 김정은동지의 령도따라 영원한 승리로 이어나가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김정은동지의 영도’를 강조했다.
--- p.22~23 「제1장김정일 총비서의 죽음과 김정은 시대 개막」 중에서
그리고 김정은의 ‘4·6 담화’는 “오늘 우리 당과 혁명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영원한 지도사상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나갈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며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주체의 사상, 리론,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이며 주체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혁명사상입니다. 우리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지도적지침으로 하여 당건설과 당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우리 당의 혁명적성격을 고수하고 혁명과 건설을 수령님과 장군님의 사상과 의도대로 전진시켜나가야 합니다”라며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당의 지도사상으로 정식화했다.
--- p.32 「제2장‘김일성-김정일주의’」 중에서
김정은은 2012년 7월 군의 실력자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김정일 시대의 ‘군주도’ 선군 노선에서 ‘당주도’ 선군 노선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시기였다. 아직 ‘선군 노선’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당세포비서대회를 5년 만에 개최한 것은 김정은의 노선을 아래에서부터 철저하게 관철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 p.68 「제4장‘인민대중제일주의’의 맹아」 중에서
확대회의는 “장성택일당은 당의 통일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죄했다.
나아가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척 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행위를 일삼았다”고 했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2013년 6월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확립 10대 원칙’을 개정했을 때 “당의 통일단결을 파괴하고 좀먹는 종파주의, 지방주의, 가족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당적 요소와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현상을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철저히 배격하는’ 대상의 맨 앞에 ‘세도’를 꼽았다는 것이다.
‘10대 원칙’의 개정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숙청을 향한 준비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같은 해 6월 시점에서 주도면밀하게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숙청을 위한 준비 작업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 p.93 「제5장‘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 10대 원칙’에서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 10대 원칙’으로」 중에서
김정은 시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선대나 선선대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첫째, ‘인민생활의 향상’을 보다 명확하게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연설에서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 만난시련을 이겨내며 당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입니다”라며 “우리는 위대한 김정일동지께서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하여 뿌려놓으신 귀중한 씨앗들을 잘 가꾸어 빛나는 현실로 꽃피워나가야 합니다”라고 ‘인민생활의 향상’을 과제로 제시했다. 김정은 시대의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인민생활의 향상’을 실현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김정은 시대에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내세우는 최대 목표가 ‘인민생활의 향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111 「제7장‘인민대중제일주의’」 중에서
이번 규약 개정에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 관련 고유명사를 삭제하고 ‘김정은동지’라는 고유명사도 삭제했으나 ‘당중앙’이라는 말로 바꿨다. 북한은 ‘일반적인 사회주의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내용적으로는 김정은 당 총비서의 개인독재를 강화하면서도 용어 면에서는 일반 사회주의국가의 당규약 스타일로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규약 개정은 조직으로서의 조선노동당의 영도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당 총비서의 영도로 대체되어 김정은 당 총비서의 권한, 권위 강화가 진행되어 김정은 당 총비서에 의한 유일적 영도체계(개인독재)가 더욱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 p.136 「제9장제8차 당대회와 당규약 개정」 중에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가 가진 큰 의미 중 하나는 김정은이 지금까지 ‘영원한 결번’으로 남겨두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같은 ‘당 총비서’ 직책에 취임함으로써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비슷한 지도자의 지위에 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전후하여 김정은은 불과 30대 후반에 ‘수령’의 지위에 앉았다. ‘수령’의 자리에 앉는 것은 ‘새로운 사상’의 틀이 요구된다. 김정은은 당분간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최고 강령을 유지하면서도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양륜으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분간 2026년에 예정된 제9차 당대회까지 이 작업이 어느 정도까지 진척될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은 집권 10년 만에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이라는 절대적인 권력 강화에 성공했다.
--- p.172 「제10장인민적 수령’에의 길과 ‘김정은 혁명사상’의 등장」 중에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이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바뀌기 위해서는 우선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과 ‘주체사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둘째, 당의 지도이념 등에서 사라진, 북한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시기의 사상으로서 과거의 이념으로 역사화되고 있는 ‘선군사상’이나 ‘선군정치’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셋째는 앞서 언급한 김정은 정권의 지난 10년간에 걸쳐 제기해 온 다양한 사상과 노선을 어떻게 정리하고 체계화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아마도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며, 그 핵심적인 사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두 개의 기둥으로 하고 이 사이에 제창해온 사상이나 노선을 이 두 개의 ‘제일주의’ 틀 안에서 체계화해 가는 작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선군사상’, ‘선군정치’는 과거의 이념으로 역사화되어 갈 것이다.
--- p.195 「제11장“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빛나는 계승이며 심화발전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