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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속의 일본 이야기

가면 속의 일본 이야기

: 일본이 말하지 않는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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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618g | 153*224*30mm
ISBN13 9788947529440
ISBN10 894752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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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욱
아가방앤컴퍼니 대표이사. 1944년 경북 출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30대부터 업무관련 출장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미주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먼 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일본에 들를 때면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깝고 외모도 비슷하기 때문인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일본 여행을 하면 할수록 느낌은 처음과 점점 달라졌다. 겪을수록 일본은 우리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점점 궁금해졌다. 50세가 되던 해, 일본인의 생각의 바탕을 들여다보고 싶어 일본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웃인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그들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간 찬찬히 알아보고 이해한 일본의 몇 가지 모습을 통해 비즈니스맨으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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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이방인)을 요괴로 취급해서 원숭이 사위와 같이 없애버리고 자기들은 행복하게 살 수도 있지만 부당한 일을 당한 그 원령은 언젠가 보복이나 해코지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억울한 일을 당한 '이인의 복수에 대한 민속사회의 공포'는 늘 그 구성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이 된다. 1923년, 간토 대지진(?東大震災) 때 6,000명 이상의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한 일본인들의 심리적인 바탕도 같은 맥락에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_37쪽

일본 사회에서 효(孝)란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에 대한 효를 뜻하기보다는 이에를 위한 효를 뜻한다. 따라서 최대의 불효는 가업에 힘쓰지 않아 이에의 재산인 가산을 없애고, 이에의 이름인 가명을 더럽히는 것이다. “결국 가업(家業)에 정진하는 것이 효의 중심”인 셈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친자식이 다른 이에에 종사하게 되면 그는 사실상 친아버지와의 부자 관계가 소원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적이 될 수도 있다. 형제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구조이므로 일본에서는 설령 현재의 가족 구성원이 한 사람도 남지 않게 된 경우에도, 그 이에의 가산과 제사 등을 어딘가 맡겨서 관념적으로 이에를 존속시켰다가 기회가 있으면 다시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 _44쪽

소설이나 시대극에서는 흔히 목숨을 걸고 명예를 지켜내는 무사들의 결연한 모습이 그려진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무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이 옳다는 확고한 신념이나 주군에 대한 의리라기보다는 세상의 평판, 즉 ‘세상에 대한 나의 체면(世間?)’이라는 점이다. 즉 그들은 하려는 일의 옳고 그름보다는 세상 사람들의 이목에 비친 나의 모습을 중시한다.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郞, 1897~1973년)의 소설 [아코 낭사 赤穗浪士]에는 아코 무사들이 원통하게 죽은 주군을 따라 순사를 할 것인지 복수를 할 것인지로 논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원수) 기라(吉良)님은 나이가 많아 우리가 복수를 하기 전에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의 희망은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순사하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여기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일이다. ‘기라를 죽여서 주군의 원수를 갚는 일’은 그것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다. _117쪽

구키 교수에 따르면, 결국 ‘이키’란 오직 일본인만이 간직한 ‘일본인 특유의 의식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일본 씨름꾼의 그 살찐 모습이 다른 민족으로서는 흉내 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 일본식 멋을 보여주는 것처럼 일본에 ‘일본인들만 즐기는 폐쇄적 미의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키’에 해당하는 말이 서양에는 없으므로 서양 문화에는 ‘이키’라는 의식 현상이 자리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결국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일본말로 표현되는 의식 현상을 일본인들과 공유할 수 없다는 뜻인데 동의하기 어렵다. 또 “무사도의 이상주의 및 불교의 비현실성”에 친숙하지 않은 민족은 ‘미태(媚態)로서의 이키의 모습’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말은 ‘이키’라는 말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이나 멋을 오히려 ‘일본인만을 위한 안경’, 즉 다른 민족의 보편적 공감을 얻기 힘든 것으로 만드는 일은 아닐까? _366쪽

이키(?), 와비(侘び), 사비(寂び), 모노노 아와레(物の哀れ) 등 모두 미묘하고 세밀한 관념의 세계까지 정형화하려다가 급기야는 실체가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 곳곳에 그물망처럼 펼쳐놓고 모두가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 잠깐 한눈을 팔다가는 곧 길을 잃고 따돌림을 받게 됨으로 늘 같은 틀에서 서로 동화되려고 노력하고 불만이 있어도 자기최면으로 스스로 만족하게 만드는 사회. ‘아름다운 일본’에 대한 집착으로 어두운 과거는 없던 일처럼 외면하는 사회. 다른 세계의 사람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논리로 ‘일본만(日本ならでは)의 것’을 내세우면서 늘 ‘1등 일본(Japan No.1)’의 강박감에 쫓기는 사회.
‘일본적’이란 이런 폐쇄성 ? 배타성을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일까? 깨끗함, 꼼꼼함, 철저함 등 많은 장점을 가진 일본인들이다. 그러나 객관적 타당성이 없이 모든 면에서 ‘1등 일본’에 집착하는 것은 건강한 태도가 아니다. _389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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