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외친다. 정부마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관료주의를,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호도로 교사 개혁을, 교육을 자본주의 시장에 빗대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원활한 자본주의 인력 시장으로의 전환이 교육개혁이었다. 그런교육개혁이 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을까? 아니다!
교육개혁이 학교에 도달하면 사업이 된다. 그 사업으로 새로운 학교 종사자가 생기고, 학교는 새로운 학교 종사자의 인건비부터 관리라는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며, 그 새로운 일거리를 누가 하느냐로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그리고 분명히 같은 일을 하는데 직종이 달라서 학생 교육도 차이 난다.
--- p.12, 「선생님만 있다?」 중에서
초등학교 수업일 수는 190일 이상이다. 365일 중 수업일 190일은 토요 휴업일을 감안하면 적은 일수가 아니다. 190일만 해도 되지만 보통은 2~3일의 여유를 둬서 190~193일 정도를 계획한다. 학년 중에 임시공휴일, 천재지변에 의한 학교장 재량휴업일, 대체공휴일 등으로 수업일이 줄면 방학을 줄여서 수업일을 확보해야만 한다. 국가가 인정하는 정말 특별한 경우가 생겨서 줄이는 비율을 국가가 변경하지 않는 한, 수업일은 반드시 190일 이상을 확보해야만 하는 게 현행 법령이다.
수업일 190일 이상이 교원과 학생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며 이 제한된 시간으로 공부할 교실, 운동장, 학교 밖 등의 물리적인 공간이 정해진다.
--- p.38, 「뛰어놀 수 없는 운동장」 중에서
지금 교원은 단일호봉이다. 교감이 된다고, 교장이 된다고 별도의 호봉을 적용받지 않는다. 교사 초임 호봉이 보통은 9호봉이고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호봉 승급이 한 번 있다. 경력에 따라 호봉이 올라가서 오랜 경력의 교원, 호봉 높은 교원의 임금이 많다. 교감이 된 시점에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월급 올라가서 좋겠네.”였다. “아니요! 나보다 경력 많은, 호봉 높은 교사가 월급 더 많아요.”를 여러 번 말했다.
1급 정교사 자격증, 교감 자격증, 교장 자격증에 따라 별도의 호봉을 적용하면 좋겠다. 1급 정교사 1호봉, 교감 1호봉, 교장 1호봉이 다르면 좋겠다.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으나 책무성의 무게만큼 월급 체계가 다르면 좋겠다.
--- p.111, 「명확하지 않은 임금체계」 중에서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권 침해는 각각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의 직접적인 행위가 이 세 가지를 유발하기보다 발생한 하나의 문제를 법령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다른 법령을 끌어와서는, 법정에서 학교의 법령 준수 여부와 법리해석으로 해결하려는 복합적인 문제로 변질시킨다. 법정의 복합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 복합적인 갈등을 조정하는 화해와 치유로 작용하지 않고, 당사자를 대리한 변호사들이 죄의 유무를 공방하고 판사가 판정하면 당사자는 그 결과를 법적으로 이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과에 따라 항소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중재나 조정의 역할을 전혀 할 수 없고, 오직 당사자들이 의심하며 제기하는 법령 위반 여부를 아슬아슬 위태롭게 방어만
할 수 있다. 그래서 학교는 이 세 문제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법령이 정한 대로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는, 오직 학교만이 책임져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권침해라는 말 세 마리가 학교를 낭떠러지로 끌고 가는 형국이다.
--- p.133,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권침해라는 삼두마차」 중에서
지금은 인구 소멸의 위험을 느끼지 않는, 덜 느끼는 학교가 있다. 그런 학교는 적정 학급을 유지하거나 과밀로 불편을 겪는 학교이다. 그러나 그런 학교마저 인구 소멸에 의한 중간단계를 거치고 있을 뿐이다.
적정 학급을 유지하는 학교는 학생 한두 명 차이로 학급 편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명만 전학을 가도 학급이 줄어들어 학급 당 학생 수는 늘어난다. 인구 소멸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학급 당 학생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불편을 겪는다. 구도시 지역의 학생은 인구 소멸로 신입생이 줄어듦과 동시에 신도시로 전학 가는 학생이 급속히 늘어나는 도시 공동화의 심화로 폐교한다. 이젠 도시 학교의 폐교가 현실이 되었다.
--- p..224, 「학교가 없어진다. 그러면 우리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