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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494g | 130*190*30mm
ISBN13 9791167373595
ISBN10 116737359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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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기이하고 서글픈 단편소설 마을에서
남명현 소설/시/희곡 PD (mhyeon_0707@yes24.com)
2023-11-09
뛰어난 문체와 구성에서부터 상상의 나래도 갈래도 무궁무진한 만능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 그의 서늘하게 명멸하는 아홉 편의 소설이 담긴 『밤, 네온』은, 나에게는 단편소설'집'이라기보다 단편소설'마을' 같은 책이었다. 보통 한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읽으면 하나의 '집' 안에 색다른 인테리어의 여러 '작품의 방'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작품마다 특색의 차이가 커서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갈 때 마치 벽돌집에서 아파트로, 이글루에서 모래성으로 건너가는 듯했다.

각각의 '작품의 집'에 사는 인물은 저마다의 불안과 강박을 품고 있다. 불안정한 화자의 안내대로 작품을 따라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작가는 긴박한 호흡의 문체, 환상적인 장치로 독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품 안에서 헤매는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 '너도 그런 적 있지?' 하며 독자를 작품 깊숙이 유인하는 화법 덕분일까. 마치 방탈출 게임처럼, 미궁 같은 이야기에서 단서를 포착해 각 '작품의 집' 출구를 찾아 나섰다.

가장 강렬한 여운을 남긴 두 작품은 「우회하시오」와 「원한다는 것」이다. 「우회하시오」의 경우 첫 문장을 읽고부터 맹목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하리라 예감했다. "봄에는 너무 이른, 3월 중순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하얀 햇빛이었다."라는 문장 뒤에 어떤 찬란하고 잔혹한 이야기가 이어질지 기대감이 차올랐다. 플롯은 단순해 보인다. '우회하시오'라는 팻말을 따라 운전하다 사고를 당한 한 여성이 우연히 낯선 집에 들어가는 이야기.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점점 강하게 받다가, 이야기의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모든 내용을 의심하게 된다. 이곳이 정말 화자에게 '낯선' 공간일까? 화자가 찾아가려던 '집'은 어디일까, '우회하시오'라는 팻말의 숨은 의미는 무엇일까...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작가가 어떠한 표정으로 퍼즐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원한다는 것」은 이에 비해 조금 더 은밀하고 괴기하다. '원하다'라는 단어의 A부터 Z까지 치밀하게 다루고 있는데, 평범해 보이는 이 단어가 얼마나 변덕스럽고 흉측해질 수 있는지 이 작품은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그 수법이 대단히 교묘해서, 「우회하시오」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나는 작가의 간계(?)에 보기 좋게 말려들었다. 여담인 것 같았던 화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긴장의 탑을 쌓고 있는 작은 돌멩이라는 걸 처음 읽을 땐 알지 못했다. 누군가를 원하는 듯 아닌 듯 불확실한 마음,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세간의 시선, '보통'의 기준에서 멀어질 것 같은 염려, 자신은 공정하고 정당할 것이라는 착각. 작가는 이 모든 것을 노련하게 그려낸다. "추락의 끝에 도달했을 때, 저 끔찍한 '원한다는 것'이 멈췄다." 「우회하시오」에 비해 한층 더 꺼림칙하게 마무리된 이 작품은 마지막 문장이 오래 맴돌았다. 화자에게 저 문장이 축복과 저주 중 어느 쪽에 가까울지 지금도 판단이 어렵다.

파격적인 소재와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작품 속 비운의 인물들이 바라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암묵적인 사회의 잣대에 맞추어 '평범해지는 것'. 절망의 바다에서 잠시 발 디딜 조그마한 자리를 찾는 것. 연민을 품고 바라보게 되는 인물들이 사실 현대 사회의 우리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지는 않은지,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정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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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너무 이른, 3월 중순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하얀 햇빛이었다. 게다가 흙이 녹으며 되살아나는 축축한 냄새, 너무 빠른. 그 결과 애비게일은 현기증을, 비현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진처럼 땅 자체가 흔들리는 감각이 그녀가 운전하는 자동차 바퀴 아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익숙한 길에서 전해지는 듯. 앞을 응시하며 경악했다. 도로를 막고 샛노란 표지판이 서 있었다. ‘우회하시오.’
---「우회하시오」중에서

안녕하세요! 소더비에 어서 와요! 들어오세요. 보다시피 자리는 지정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비공개) 경매는 최고의 수집가들에 한정됩니다. 그리고 나는 제일 중요한 출품작이에요. ‘미스 골든 드림 1949’. 즉 유례를 찾기 힘든, 특별하고 하나뿐인, 3차원의 살아 숨 쉬며 플라스마가 주입된 ‘플라스티플루토늄럭스 미스 골든 드림 1949’. 대량생산된 게 아니고. ‘복제’된 것도 아니며. 그저 나일 뿐. 나의 진짜 DNA에서 (재)창조된.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녀 사진이자 《플레이보이》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보.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로 대중의 칭송을 받는. 의심스러워요, 대디? 연단으로 가까이 와봐요. (아니, 대디, 연단에 올라오지는 말고!) 직접 봐요.
---「미스 골든 드림 1949」중에서

정말 그렇다. 그녀 삶의 큰 약점이 그것이다. ‘원한다는 것’.
---「원한다는 것」중에서

(어쩌면 이 모든 관찰은, 이것이 관찰이라면, 우연의 일치일 뿐인지도 모르지. 네가 우려할 일은 전혀 없고, 혼자 사는 여성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혼자 사는 여성의 걱정일 뿐인지도 모르지. ‘혼자 사는 것’이 뻔뻔하고 여자답지 못한 선택이라도 되는 듯한 세상이지만 선동에 나서는 성향이 아니니, 너는 항변하지 않을 거야.)
---「친밀감」중에서

지옥에서 그들은 함께다. 한때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아름다운 서로의 몸을 문대며, 지옥에서 그들의 아름답고 매끄럽던 젊은 신체가 복원된다. 가장 강렬한 열망이 차갑고 끔찍한 공포로 뒤덮이는 꿈에서처럼 그들은 이를 드러내며 서로를 찢어발기고 그들의 신체가 똬리 튼 뱀들처럼 함께 몸부림칠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향한 욕망의 끝에 결코 도달하지 못하고, 서로에게서 풀려나지도 못할 것이다.
---「고행」중에서

어스름, 가슴 아픈 시간. 강물 위에서 천천히 기울던 빛이 눈처럼 녹아내린다. ‘네온’이 시작되는 시간. 갑작스럽게, 미묘하게. 길고 눈부신 낮 내내 기다린 사람이 아니면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밤, 네온」중에서

그리고 줄리애너에게는 아름답고 신비한 곳, 다가가면 폭포 네온이 나타나는 기러기 주점 같은 곳. 혹은 금빛 간판이 번뜩이는 토끼풀 여관 같은 곳. 붉은 네온, 푸른 네온, 서너 가지 몽환적인 푸른색들의 네온이 있는 곳. 밤, 네온. 서로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둘.
---「밤, 네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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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개인적으로, 또는 이념적으로 붕괴되기 직전에 있는 인간의 삶을 포착한 불안한 스냅숏 같은 아홉 편의 이야기. 조이스 캐럴 오츠 작품 세계의 축소판.
- 가디언
불면의 아홉 밤을 선사하는 완벽한 레시피.
- 커커스리뷰
공포의 본질은 무력감이고, 조이스 캐럴 오츠는 어떤 작가보다도 그 감각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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