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출생의 비밀’과 ‘자살’이라는 생의 두 모티브 사이를 바지런히 오가는 10대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일상은 탄생과 죽음이 한데 공유되는 자리인데, 거기서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빛나는 모험의 과정을 겪게 된다. 소설은 주인공의 성격처럼 시종일관 활달하고 힘이 넘친다. 생의 첫 섹스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에피소드는, 이 소설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문학 출판은 소비자의 수준을 탓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산업 분야로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짓말』은 근래의 어떤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말 그대로 가볍지만, 이 정도라면 가벼워도 좋잖아, 하는.
- 백민석 (소설가)
뼈대만 추려놓고 보면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듯한 통속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러나 소설에서 뼈대를 추리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동시에 실감할 수밖에 없다. 세련된 감각으로 응축된 날카로운 문장들이 익숙한 이야기를 팽팽하게 끌고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한 편의 통속극처럼 진부하고 지루하거늘, 오직 빛나는 것은 잘 벼려진 하나의 문장이다”라고 당돌하게 선언하고 있는 소설이다.
- 서영인 (문학평론가)
한은형의 『거짓말』은 살아온 삶과 살고 싶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짓말’은 하나의 서사 속에 두 개의 삶이 겹쳐질 수 있는 공백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현실과 욕망의 팽팽한 긴장, 그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무중력의 서사로 읽힌다. 그곳에서 『거짓말』의 소녀는 현실을 지배하는 노동과 사회의 기율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욕망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하지만 이를 부르주아적 욕망이 만들어낸 백일몽이라고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살아온 삶과는 별개로 살고 싶었던 삶이 인간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 서희원 (문학평론가)
이 책에 담긴 활자들은 응달에서 자라는 콩나물을 떠올리게 한다. 시선을 잠시 거두었을 때 두 배로 자라나는. 그러나 쉽게 가늠하지 마시길. 책을 덮었을 때, 안부를 묻고 싶은 소녀가 생긴 것도 예상 밖이었으니까.
- 윤고은 (소설가)
소설 속 1인칭을 이런 두 가지 성향으로 나눠보면 어떨까? 끊임없이 자신을 말하려는 ‘나’와 끊임없이 타인을 관찰하려는 ‘나’. 전자의 나는 자신을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척한다. 후자의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 소설을 다 읽고 주인공에게 계속 마음이 쓰였는데, 그것은 자신을 말하려는 ‘나’의 태도 때문이었다. “첫 번째 자살 시도는 세 살 때였다고 한다”라는 문장을 태연하게 말하는 아이. 지루한 걸 끔찍해하고, 거짓말하는 순간 통쾌함을 느끼는 아이. 그 이면에는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보인다. 주인공은 수영을 배운다. 발장구 백 번. 수영 강사는 그렇게 말한다. 거짓말이란 것은 이 아이에게 발장구 백 번과 같은 것 아닐까. 물에 뜨기 위해 계속 발장구를 쳤듯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이 필요했으리라.
- 윤성희 (소설가)
『거짓말』의 언어는 독자의 상상을 기분 좋게 미끄러져나간다. 여긴가 싶으면 어느새 저 어딘가로 날아가 있고, 저 너머인가 싶어 머나먼 시선을 던지면 어느새 등잔 밑이 어둡다. “내용과 형식의 착란은 대개 매혹적이지 않나”라고 읊조리는 주인공의 시선처럼, 이 소설은 내용과 형식의 매력적인 불협화음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지극히 탐미적인 형식과 지극히 사색적인 내용이 어우러져 『거짓말』의 멜로디를 풍요롭게 변주한다. 화가의 문체와 철학자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소설이다.
- 정여울 (문학평론가)
『거짓말』에 나오는 여고 1년생 화자의 위악과 당돌함은 의외로 이 소설의 겨냥점이 아닐 수도 있겠다. 오히려 있을 수 있는 위악의 상투성을 거절한 자리에서 투명하게 돌출하는 자기 배려의 순진성이 화자의 이야기에 특별한 감흥의 순간을 만들고, ‘거짓말의 시간’을 사라져갈 인생의 시간과의 관련 속에서 되새기게 한다. 무엇보다 서사의 흐름과 소설의 분위기를 단단하게 장악하고 있는 개성적인 소설 문장, 언어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 정홍수 (문학평론가)
주인공의 자의식은 유난스럽지만 매력적이고, 그것을 묘사하는 작가의 솜씨는 야무지고 잔인하다. 이것은 또한 작가의 자의식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빼어난 지점이 이 부근 어딘가에 있다. 한국문학은 어떤 자의식을 지녔을까, 하는 점에 대해 종종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요즘, 이런 날카로운 자의식의 작가가 만들어갈 새로운 소설의 경지를 기대한다.
- 최인석 (소설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들은 다른 심사위원들께서 충분히 말씀하실 터이니 그건 넘어가고 나는 이 작가가 진일보하여 한국 소설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이루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이도 그렇고 풍겨 나오는 만만찮은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한창훈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