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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

: 몸도 마음도 지쳤을 때 나를 위로해준 음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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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48*210*19mm
ISBN13 979116861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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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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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는 특정한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한 음식으로, 그 고장에서 나는 식재료를 그들 방식으로 조리해 먹되, 지역민 모두가 공유하면서 즐거이 상식(常食)하는 음식으로 정의된다. 주로 푸드 마일리지가 짧고 지역의 식재료로 조리하는 로컬푸드가 대상이 되겠다. 이들 음식은 지역의 공동체문화를 내포하고 있기에 일반적인 음식과 함께 분류, 치부할 수가 없다. 돼지국밥, 밀면 등이 부산 소울푸드의 좋은 예가 되겠다. 통영의 볼락, 김해의 뒷고기, 울산 고래고기, 하동의 재첩과 참게, 마산 통술, 언양 소머리국밥, 함안 의령 합천의 장터국밥 등 지역마다 그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법 등으로 무장한 향토음식, 지역 사람들이 사랑하는 소울푸드가 있다는 이야기다.
---「들어가며」중에서

그 대표적인 음식이 ‘시장칼국수’이다. 큰 대접에 한 고봉 채워주는 뜨끈한 시장칼국수는, 싸고 오래도록 든든해 시장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부산의 시장에는 칼국수 집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어떤 시장은 칼국수 집을 중심으로 장이 형성될 정도이다. 그래서 시장칼국수는 시장의 정겨움이 살아 있는 음식이다. 좁은 가게 안, 목로 의자에 낯선 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한 젓가락씩 후후 불어 먹는 음식이다.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서로가 이웃이 되고, 함께 밥을 먹은 식구가 되는 것이다. 부산 영주시장과 서면시장은 40~50년을 훌쩍 넘긴 시장칼국수 집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조리법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 잘 반죽한 밀가루를 넓게 펴고 무심한 듯 숭덩숭덩 썰어 내는 것이 시장칼국수의 특징이다. 그래서 일반 칼국수보다 면발이 굵고 통통하다.
---「소박한 칼국수가 주는 위로」중에서

국을 휘저어 보니 콩나물과 무, 파 등과 함께 토란 줄기도 들어가 있다. 언뜻 보면 육개장 느낌이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슴슴하다. 그래서인지 계속 떠먹으니 개운하다. 함안, 의령과는 달리 뭉텅이 고기가 아닌 자잘하게 토막 낸 고기들이 제법 많은 양으로 들어가 있다. 아마도 소고기를 부위별로 정형하면서 남은 고기를 챙겨두었다가 아낌없이 넣고 끓여내는 듯하다. 소고기 한 점 씹으니 부드럽다. 이가 부실한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살살 으스러지듯 씹힌다. 그리고 고소함이 입안을 감돈다. 뜨끈한 소고기국에 밥을 만다. 그리고 깻잎장아찌를 국밥에 올려 먹는다. 구수한 국밥에 짭조름한 깻잎장아찌가 잘 어우러진다. 이렇게 허벅허벅 금세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만다.
---「노포의 구들방을 차지한 가마솥에서 끓여내는 국밥의 맛이란」중에서

지인과 함께 쫄복국과 도톨복국을 시킨다. ‘파르르~’ 끓는 뚝배기가 앞에 놓인다. 한 숟가락 떠먹는다. 첫술에 뜨거운 국물이 찌르르 목젖을 타고 넘어가며 속을 진하게 훑어 준다. 복국의 진하고 개운함이 콩나물의 시원한 맛과 향긋한 미나리의 향과 서로 어우러진다. 또 한 숟갈 떠먹어 본다. 시원한 맛과 깊은 맛이 ‘극치’를 이룬다. 두 술 세 술 떠먹으면 떠먹을수록 시원한 맛은 배가되고, 깊은 맛은 끝이 없다. 남은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다 모자라 뚝배기째 들고서 후루룩 후루룩 남김없이 마신다. 이독치독(以毒治毒). 전날의 과음으로 쌓여 있던 숙취가 ‘복국 한 그릇’에 환하게 풀려난다. 복국이 풀어주는 해장은 참으로 웅숭깊다. 속을 뜨겁게 파고들면서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 뼛속까지 후련한 맛을 제공한다. 그래, 겨우 뚝배기 복국 한 그릇으로 온몸이 속절없이 시원하게 열린다. 바야흐로 겨울의 길목에서 마음마저 훈훈하고 든든해지는 것이다.
---「뚝배기 한 그릇에 몸도 마음도 스르르 녹는다」중에서

겨울 한 달여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생까시리를 사기 위해 기장시장을 찾았다. 마침 기장시장 입구 노점상에 할머니 한 분이 까시리를 판다. 요즘 까시리와 앙장구알 (말똥성게)을 파신단다. 노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붙인다. “어무이 이 까시리 어디서 뜯었는교?” “기장 용궁사 알제? 그게 동암마을이 있거든. 그서 뜯었다 아이가?” “아이고~ 추블낀데.” “와 아이라~ 매끌매끌한 깜장돌에 까시리가 나이 미끄럽기 하고 파도 치는 데서 뜯을라카이 춥기도 하고… 보통 일이 아이다.” 연세를 여쭈니 여든넷이란다. “연세도 많은데 추블 때는 뜯지 말지예.” “아이다~ 이기 동짓달부터 설까지가 제일 맛나다 아이가. 설 지나면 세서 맛이 없다꼬.” “그래예?” “그래, 요때가 제일 안 맛있나.” “이거 어떻게 해 먹으면 맛있어예?”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포로무리해지거든. 그때 껀지가꼬, 소금, 참기름, 마늘 넣고 조물조물 무치 무도 좋고, 김치 송송 썰어서 국 끼리도 좋고, 된장 풀어가 된장국에 넣어 무우도 좋지.” “어무이, 한 대접만 주이소~!”
---「기장 아지매의 수고로움을 먹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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