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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 시인들의 생활 풍경을 담은 시와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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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60g | 122*200*12mm
ISBN13 9791189467920
ISBN10 118946792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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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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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리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때문에 선잠을 자느라 나는 현실과 꿈 어딘가에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난 잠결에 백팩을 멘 승문원을 본 것 같다.
--- p.17

나는 이 층의 좁은 복도를 걸으며 유리 전시장 안에 꽂혀 있는 읽을 수 없는 책을 구경했다. 모두 포 르투갈어로 된 서적이어서 한 문장도 읽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 사실이 왠지 위안이 되었다. 읽을 수 없 는 책과 읽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일기 를 쓰고, 세상을 더듬거리는 것이 성 나자로 도서관 이 나에게 준 위로였다.
--- p.34

자칭 ‘개인주의자’인 내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내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봐주고 있다, 라고 느끼게 하는 거였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가여운 예술가를 자신들이 거두어 먹인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늘 자랑스레 떠들었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지금은 코로나가 개인주의자 회사원들을 많이 구원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 p.78

프리랜서의 삶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밀물과 썰물. 그러니까 프리랜서와 디프리랜서. 나는 일반적으로 축복받은 프리랜서의 삶을 살지만 디프리랜서의 삶이 지속되기도 한다.
--- p.90

그날부터 그는 빛과 가까워지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블라인드를 걷는 것이 되었다. 블라인드를 걷을 때면 빛살이 빛발이 되었다. 햇빛과 햇볕, 햇살과 햇발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를 휘감았다. 눈을 떠야 아침이라고 오랫동안 굳게 믿었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횟수가 몰라보게 늘었다. 빛을 일찍 마주하고 싶었다. 몸에서 빠져나간 뭔가를 되찾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밝을 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 p.125

혼자 있을 때는 적당히 숨기거나 적절히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억지로 외면했던 나 자신으로 살아도 되었다. 하루 만에 그는 적당히 게으르고 적절히 자유분방한, 원래의 그로 돌아와 있었다. 10년의 직장 생활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하릴없이 꼿꼿하고 철두철미했던 그가 할 일 없이 느긋하고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그 상태를 한껏 누리고 있었다. 늘어질 때 늘어나는 것은 ‘나로 사는 시간’이었다.
--- p.140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물건들을 더는 쓰게 되지 않았을 때, 그건 다 어디로 갈까.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물건을 언제 어떻게 처분하는 것일까. 내 주변에는 장난감을 물려줄 만한 아이가 있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그 물건들은 그냥 버리는 것일까. 하지만 그냥 버리기엔 멀쩡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잃어버린 것들의 행방을 알지도 못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 p.157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호칭으로 타인을 부르느냐가 아니라 그 호칭을 통해 타인과 어떤 거리 감각을 형성하느냐 하는 것이리라. 일로 만난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서로를 존중하는 느낌이 들고, 이웃을 언니나 형 등의 가족 호칭으로 부르면 한층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호칭은 타인과의 관계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낯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환대할 수 있는 이름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이름을 고민하는 미래가 우리에게 과연 찾아오기는 할까.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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