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잠과 꿈을 다루는 연구에서 제시된 주목할 만한 신경과학적 아이디어와 최신의 발견을 바탕으로 우리가 왜 꿈을 꾸는지 설명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모델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를 넥스트업(NEXTUP,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 즉 ‘가능성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 탐색 모델’이라 부를 것이다. 쉽게 말해 꿈의 의미와 가능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이론이다. 우리는 넥스트업의 작동 방식을 상세히 살펴보며 인간의 뇌에 왜 꿈이 필요한지 밝히는 한편 꿈은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꿈은 무슨 의미인지, 왜 꿈을 꾸는지 등 4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하려 한다.
--- p.10, 「서문」 중에서
뇌가 꿈을 꿀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이런 가능한 설명을 모두 다루며 이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살펴보려 한다. 정답은 없으며 설명들은 배타적이지도 않다. 때로는 조금 더 유연하게 바라보면 모두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설명은 마지막에 언급한 것처럼 꿈이 기억 처리 과정이라는 접근 방식이다.
--- p.27, 「1장 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프로이트의 생각과 이론은 분명 혁명적이었고 《꿈의 해석》은 꿈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자신의 걸작보다 앞선 꿈 이론과 연구를 경멸하고 선택적으로 설명한 탓에 프로이트 이전 수십 명의 연구자가 이룬 귀중한 공헌은 흐려졌고, 이후 50여 년간 과학적 꿈 연구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 프로이트 이전의 꿈 연구는 점점 쓰레기통으로 밀려나 결국 사람들에게 잊혔다. 그래서 우리는 꿈의 과학으로 가는 여정을 그간 잊힌 꿈 연구의 선구자들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마땅히 인정받을 만한 이들의 공로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 p.36, 「2장 꿈 세계의 초기 탐험가들」 중에서
이 꿈 이론들이 모두 프로이트의 말대로 ‘꿈은 소망의 충족’이라거나 ‘잠의 수호자’라는 주장에 부합할까? 수많은 꿈 연구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이런 꿈 기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는 간단한 결론에 도달했다. 게다가 잠과 꿈을 연구하는 과학자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프로이트의 꿈 개념화를 포기하고 현대 임상 및 신경과학에 뿌리를 둔 간결하고 실험 가능한 모델을 지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이 개인적 의미가 있고, 꿈꾸는 사람이 깨어 있는 동안 지닌 근심을 반영하고, 꿈이 오래된 기억을 참조하거나 꿈 작업이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개념을 현대 꿈 연구자들이 버렸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개념은 모두 혁신적인 연구 주제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프로이트의 꿈 이론 자체와는 거의 관계가 없을 뿐이다.
--- p.58, 「3장 프로이트는 꿈의 비밀을 밝혔는가」 중에서
참가자를 렘수면 중 깨워 얻은 꿈 보고서와 비렘수면 중 깨워 얻은 보고서를 비교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참가자를 비렘수면 중 깨웠을 때 ‘꿈 내용을 일관성 있고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 경우는 7퍼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렘수면 중 깨우면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80퍼센트가 일관성 있는 꿈 보고서를 제출했다. 꿈은 이제 정신의 숨겨진 깊은 곳 어딘가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정신적 현상이 아니었다. 단숨에 꿈은 ‘생물학적 작용’이 되었다.
--- p.68, 「4장 새로운 꿈 과학의 탄생」 중에서
잠은 최근 형성된 기억을 응고화하고 그 기억이 잊히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돕지만 잠의 기능은 그보다 훨씬 많다. ‘기억 진화(memory evolution)’라는 용어는 잠의 수많은 기능은 물론, 기억이 전 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변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 p.95, 「5장 잠은 졸음의 해결책일 뿐인가」 중에서
눈치챘겠지만, 우리는 개가 꿈을 꾸는지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제에 빠져버렸다. 인간 외의 다른 동물에게도 의식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밥은 인간에게 의식이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하며 종종 학생들을 놀라게 한다. 사실이다.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는 “우리는 의식적 경험을 아주 잘 안다고 여기지만 실은 이보다 더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라고 지적한다.
--- p.110, 「6장 “개도 꿈을 꿀까?”」 중에서
2016년, 레본수오 연구진은 꿈을 대안적이고 사회적인 시뮬레이션으로 보는 이론을 밀고 나가 꿈의 기능이 “현실 세계와 관련된 사회적 기술·관계·상호작용·네트워크”를 시뮬레이션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TST 모델과 마찬가지로 꿈의 사회적 시뮬레이션 이론은 꿈에서 본 시뮬레이션이 우리 조상의 생존력과 적응력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 p.133, 「7장 “우리는 왜 꿈을 꿀까?”」 중에서
뇌는 꿈을 꿀 때 가능성을 이해하기 위해 약하게 연관된 네트워크를 탐색한다. 뇌는 깨어 있을 때보다 더 광범위하게 탐색하고, 덜 명확한 연관성을 조사하며, 깨어 있는 동안은 절대 살펴보지 않을 장소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다. 뇌가 주로 새로 입력된 감각을 다루는 데 집중하고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지금 여기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환한 낮 동안에는 새로 파악된 연관성이 유용하거나 ‘옳은지’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뇌가 왜 이런 연관성을 선택하는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꿈을 구축하는 데 쓰인 연관성이 유용한지 아닌지도 알 필요가 없다. 심지어 꿈을 기억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 중요한 작업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꿈꾸는 동안 뇌는 연관성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 연관성 중 일부가 정말 새롭고 창의적이고 유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뇌는 이 연관성을 강화하고 나중에 사용하려고 저장한다.
--- p.150, 「8장 가능성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 탐색」 중에서
클래식 음악과 달리 꿈의 끝부분에는 재현부가 없다. 좋은 소설처럼 대단원이 시작과 연결되지도 않는다. 꿈의 이런 패턴은 타당하다. 꿈은 깔끔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꿈 보고의 가장 흔한 결말은 “그러다 꿈에서 깼어요”다. 꿈꾸는 뇌는 전체 이야기 줄거리를 구성하지 않는다. 사실 8장에서 살펴본 노르아드레날린의 감소 때문에 넥스트업은 오랫동안 하나의 줄거리 내러티브를 유지하지 못한다. 대신 넥스트업은 ‘인접성 원칙’을 지켜 작동하면서 일련의 기억과 네트워크 탐색을 엮는다. 칵테일파티의 대화와 비슷하게 끊임없이 전개되는 내러티브 속에서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옮겨다니면서도 항상 잠재적으로 유용한 새로운 연관성을 찾는다.
--- p.186, 「9장 헤아릴 수 없는 꿈의 내용」 중에서
하지만 뇌는 전날의 사건에서 전체 일화적 기억을 가져와 끼워 넣기보다 사물, 설정, 등장인물, 인상, 순간적인 생각, 짧은 대화 등 일부만 가져온다. 이런 낮의 잔여물 일부는 오래되고 약하게 관련된 기억의 세부사항과 결합해 개인적인 꿈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세부 내용을 이룬다.
--- p.220, 「10장 우리는 무슨 꿈을 꾸는가」 중에서
꿈에서 발견한 진정한 창의성은 연관된 신경 네트워크를 창의적으로 탐색하면서 발생하는데, 뇌는 이 네트워크에서 문제 해결에 중요할 약한 연관성을 찾아낸다. 이런 과정을 진정한 창의성으로 간주할지가 꿈의 창의성을 정의할 때 문제가 된다. 로버트 프랭큰(Robert Franken)은 저서 《인간의 동기(Human Motivation))》에서 창의성을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데 유용한 아이디어나 대안, 가능성을 만들고 인식하는 경향”이라고 정의한다.
--- p.236, 「11장 꿈과 내면의 창의성」 중에서
하지만 우리는 꿈이 단지 해석되기 위해 진화한 메커니즘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생각이 말이 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밤마다 꾸는 꿈을 너무 적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기억하는’ 꿈 중 소위 전문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누구라도 해석할 수 있는 꿈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꿈이 펼쳐지는 동안 ‘생생하게’ 일어나는 꿈의 생물학적·적응적 기능과 깨어난 뒤 기억나는 꿈을 이해할 목적으로 ‘선택’하는 해석이나 창의성, 또는 단순한 즐거움 같은 용도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 p.245, 「12장 꿈 작업」 중에서
하지만 꿈, 더 확장하면 넥스트업의 신경생물학은 너무 복잡해서 성공이나 실패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 성공과 실패의 양극단 사이에는 수면 의존적 기억 진화가 단속적으로 일어나며 다양한 효과를 보이는 넓은 중간 지대가 있다. 예를 들어 외상에 노출된 후 PTSD로 진전된 사람의 90퍼센트는 외상 사건 자체와 여러모로 비슷한 악몽을 보고하지만, 악몽에서 외상 기억을 그대로 재생하는 경우는 절반뿐이다. 대신 외상 후 악몽은 외상 요소를 왜곡해서 드러내거나, 은유적으로 외상 사건을 드러내거나, 실제 외상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외상 당시 경험했던 것과 동일한 공포, 슬픔, 무력감 등의 괴로운 감정을 재생한다.
--- p.267, 「13장 밤에 마주하는 것들」 중에서
많은 사람이 자각몽과 꿈의 통제라는 개념을 혼동한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르다. 두 가지 경험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지각해도 꿈의 방향을 바꿀 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해도 꿈속에서 의도적으로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사물을 바꿀 수도 있다. 게다가 꿈의 통제라는 명칭도 부적절하다. 자각몽자는 꿈에서 행동을 의식적으로 지시할 수 있지만, 대부분 기껏해야 꿈이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이다.
--- p.293, 「14장 깨어 있는 마음, 잠자는 뇌」 중에서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은 꿈의 초연상적 본성과 더불어 꿈 기억이 흐릿하다는 본성(“고양이와 관련된 뭔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때문에 특별한 공통점이 전혀 없는데도(“진짜 슬펐던 느낌이 들었어, 뭔가 잃어버린 것처럼…”) 어떤 꿈이 부모님의 죽음 같은 특정 주제와 관련되었다고 회고적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 p.325, 「15장 텔레파시와 예지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