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은 시간을 내어 쓰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하는 글쓰기는 어린이들에게 지도를 목적으로 하니 더 힘들 수 있다. 요즘은 일기를 쓰지 않는 학급도 많고, 여러 가지 까닭으로 글을 잘 쓰지 않는 어린이들이 많아서 더 어렵다. 이야기를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고, 그러다 보니 더 주저하게 된다. 결국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기회를 자꾸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마음의 문도 열지 않을 테니까.
글쓰기는 아이와 어른, 아이와 선생님이 소통하고 나누는 통로라 할 수 있다.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지 않거나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소통하기란 쉽지 않다.
--- 「맺힌 마음 풀어내기」 중에서
어린이가 쓴 글은 어른들이 쓴 글보다 서툴거나 표현력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가 쓴 글은 직관으로 떠오른 생각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쓰기에 머리로 꾸미거나 새로 지어내는 어른들의 글과 견주어 훨씬 살아 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의 잣대로 보았을 때 물론 어린이 글이 어른의 글과 견줄 수준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억지로 문장을 꾸미지 않기에 읽는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고, 가치 있는 글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오감(눈, 귀, 입, 코, 손-피부)을 살려 내 생각을 담아서 있는 그대로 쓴다. 그렇게 쓰는 글이 살아 있는 글이다. 특히 어린이가 억지로 강요받거나 꾸며 쓰지 않고, 쓰고 싶은 것을 썼을 때 그 글은 더욱 가치가 있다.
--- 「글쓰기로 토해내는 아이들」 중에서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절로 나오는 글이 있다. 또 위로받기도 하고, 따스해지는 글도 있다. 따스한 시선으로 글을 풀어내면 읽는 사람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어린이 글은 일부러 꾸미거나 지어내지 않고 정직하게 직관으로 풀어내기에 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어린이의 동심은 감정이 풍부하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의 기쁨을 질투하거나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주기도 한다. 때론 잘못을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함께 분노하기도 한다. 이것이 곧 아이들 마음이다. 행여나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어린이가 있다면 모두 어른들에게 잘못 배우거나 물들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 「읽기만 해도 따스해진다」 중에서
줏대 있는 삶, 온전한 내 생각을 제대로 펼치며 사는 사람이 갈수록 귀한 시대다. 모두의 존경을 받을 만한 동시대의 어른도 갈수록 적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옛날의 위인들을 더 찾게 되지만 아이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또 위인을 탐구하다 보면 긍정의 부분도 있지만 위대한 분들은 나하고는 달라, 하고 오히려 자존감을 낮게 할 위험성도 있다. 좋은 사람이 둘레에 있어서 많이 보고 배우면 가장 좋겠지만 흔치 않은 일일 테다. 대안으로 좋은 책,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내 생각을 글쓰기로 표현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글을 제대로 알아주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러면 귀한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내 생각이 귀함을 찾아갈 수 있다.
--- 「내 생각은 귀하다」 중에서
처음부터 다짜고짜 아이들에게 고민과 걱정거리를 풀어내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 눈치를 보거나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하고 당황해한다. 더군다나 바로 글을 쓸 아이들도 거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이 가진 고민거리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본보기글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읽어줄 본보기글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거다. 막상 어떤 주제로 수업하려고 하면 그 주제와 관련된 글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그런 때는 아이들이 고민하는 주제 정도를 여러 가지 말해주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키나 몸무게, 얼굴 생김새, 몸의 흉터, 점에 대해 고민하는 글, 놀리는 친구,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글, 부모님이나 식구 때문에 생기는 고민,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공부나 학원 스트레스도 고민일 수 있다. 아이들 세계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모두 고민이 된다.
교사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좋다. 자라면서 겪었던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먼저 아이들에게 꺼내는 거다. 아, 우리 선생님도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처음에 고민이나 걱정에 대한 내용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자연스레 글을 쓰게 된다.
--- 「자연스럽게 고민 풀어내기」 중에서
모든 시간에 매번 글쓰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주마다 한 번 또는 두 주에 한 번씩 꾸준히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면 좋다. 아이들도 자연스레 이번 시간에는 글을 쓰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쓸지 미리 정하게 되고, 좀 더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앞의 글쓰기 내용처럼 학년 초에 아이들에게 글쓰는 방법을 가르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부터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지도해야 한다.
--- 「나오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