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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2권,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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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592쪽 | 128*188*80mm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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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퍼거슨은 아직 다섯 살도 안 된 나이였지만 이미 세상에는 두 개의 영역이 있음을, 눈에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이 있고,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보다 훨씬 더 생생할 수 있음을 이해했다.
--- p.70

맞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일이 한 가지 방식으로 일어났다고 해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었다.
--- p.102

누군가는 키스를 하고, 다른 누군가는 주먹질을 당하고, 혹은 누군가는 1857년 6월 10일 오전 11시에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바로 그 순간 같은 도시 같은 블록의 다른 누군가는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어떤 한 순간의 슬픔이 다른 이의 기쁨과 동시에 벌어지고, 당신이 신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주어진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동시에 벌어지는 그 두 가지 일을 알 수도 없을뿐더러, 슬픔에 빠진 아들이나 웃고 있는 어머니 당사자의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 p.432~433

그러니까 네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지 아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그 모든 사실을 알았어야 하는데, 그 모든 사실을 알 방법은 두 곳에 동시에 있는 것밖에 없고 ― 그건 불가능하잖아.
--- p.436

시간은 양방향으로 움직였는데, 미래로 내딛는 걸음마다 과거의 기억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아직 열다섯 살도 되지 않았지만, 주변 세상이 자기 안의 세상에 따라 계속 모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만큼은 충분히 기억을 쌓아 왔다. 다른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경험하는 세상의 모양 역시 그들 각자의 기억에 따라 결정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공간에 함께 있었지만 시간을 가로지르는 각자의 여정은 모두 달랐고, 그 말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씩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이었다.
--- p.621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변신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애벌레는 아마 자신이 애벌레라는 사실에 꽤 만족하고 있었을 거라는 점이었다. 흙 위를 기어다니는 애벌레는 단 한 번도 다른 무언가가 될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고, 그런 그들에게 더 이상 애벌레로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나비로 새 출발을 하는 건 분명 훨씬 낫고, 완전히 놀라운 일이었다. 나비로서의 삶이 더 위태롭고 가끔은 단 하루만 지속될 뿐이라고 해도 그랬다.
--- p.714

『2권』

그의 목소리에서는 망명 중인 사람에게서 예상되는 원한이나 분노, 혹은 적개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바로 그 점이 퍼거슨이 로즌블룸 씨에게 끌렸던 이유이고, 그와 함께 있는 게 그렇게 즐거웠던 이유이다 ― 그가 고통을 겪었던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고통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p.34

그 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태양은 하늘에 멈춰 있었고, 책 속의 한 장이 사라져 버렸고, 숨을 너무 크게 쉬거나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한 언제나 여름일 것 같았다. 그들은 열아홉 살이었고 마침내, 거의 마침내, 마침내 어쩌면 자신들 앞에는 뭐든 놓여 있을 것 같은 시간들에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 p.147

자신들의 산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던 신들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p.460

그는 선택받은 길과 선택받지 못한 길들을 같은 사람이 같은 시각에 걷고 있다는 그 평행성을 감지하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의 세상은 진짜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느낌, 현실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도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길은 그 어떤 다른 길들보다 더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단 하나의 몸 안에 살아 있는 것의 고통은, 어떤 주어진 순간에 단 하나의 길 위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길을 선택하고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 p.729~730

신은 어디에도 없다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삶은 어디에나 있고, 죽음도 어디에나 있고,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그렇게 합류한다.
--- p.73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소설에 감명받지 않기란 불가능하며, 폴 오스터가 성취한 것에 경외감마저 느낀다. 크나큰 야망과 뛰어난 기교로 탄생한 작품이며, 서로 어깨를 견주는 한편 상호 보완하는 픽션들로 이루어진 기념비적 집합체이고, 수많은 삶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고 진실된 여정을 담아낸 작품.
- NPR
모든 영광과 불명예를 아울러 20세기 미국의 경험을 거침없이 탐구하는 진심 어리고 매력적인 이야기. 의심할 여지 없이 폴 오스터 최고의 걸작이다.
- 토론토 스타
첫 문장부터 독자를 빨아들여 마지막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에 태어나 자란다는 것에 관한 흡입력 있고 세밀한 네 개의 이야기.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폴 오스터는 청춘의 강렬함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밀히 묘사한 네 갈래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 그가 담아내고자 한 것은 우연이나 예상을 벗어난 일뿐 아니라 우리 곁을 떠도는 [만약]들, 즉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사는, 실제 삶과 평행선을 달리는 상상의 삶들이다.
- 가디언
평행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네 개의 삶을 그린 이 놀랍도록 독특한 소설에서는, 한 남자아이가 자라고, 자라고, 또 자란다. (……) 네 퍼거슨 이야기의 내밀한 플롯이 차례로 20세기 중반 미국의 격동적이고 분열된 지형을 가로지름에 따라, 이 돌고 도는 내러티브는 역사의 외적인 힘에 감싸인 내면세계의 정교한 춤으로 진화해 나간다.
- 부커상 후보작 심사평
『4 3 2 1』은 같은 부모, 같은 주변 인물,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동일 인물의 충분히 가능했던 네 개의 삶을 순서대로 오간다. 무한의 가능성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들. 인간은 그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길은 폐기된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하지만 이 우주에서 폐기된 선택지가 새로운 우주를 생성시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몽상가들이다. 소설가는 몽상가에 속한다. 소설가는 이 삶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쓰는 몽상가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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