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물을 닮았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그 근원을 알기 어렵다.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같지만, 발효 과학 속에 들어 있는 구조물이다. 집안의 술이 동네 술이 되기도 하고, 동네 술이 집안으로 숨어들기도 한다. 그 집에만 전해 오는 비방 같지만, 눈 밝은 집안 어른이 어디선가 들고 와 이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이 하늘로 솟았다가 땅으로 스며들고, 강을 이루다가 바다에서 함께 노는 것과 같은 이치로, 술도 세상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소통한다.
--- 「어디에서 출발할 것인가?」 중에서
천막 안의 높다랗게 설치된 중앙 무대에서는 즉석 연주 음악에 맞춰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가 끝나면 손님들은 “프로스트!”를 외치면서 무거운 술잔의 두툼한 밑동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술을 마시다가 흥이 오르면, 때로 탁자나 의자 위에 올라가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게 아무 일도 아닌 듯이 행해졌다. 혼자 축제에 참여하더라도 결코 외톨이가 될 일은 없어 보였다.
--- 「생명보험을 깨고 간 옥토버페스트」 중에서
사람의 침 속에는 아밀라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어서 곡물을 당화시킬 수 있다. 누룩이나 발효제가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젊은 여자들이 항아리에 둘러앉아 곡물을 씹어 항아리에 뱉어 담아 두면 천연효모가 안착하여 알코올 발효를 시킨다. 오래 두면 알코올 도수가 제법 나오겠지만, 술을 빚은 지 하루 만에 마셔서 일일주라고 했으니 도수는 아주 낮았으리라. 술 빚어 하루를 두면 당화는 되지만 알코올 발효는 그다지 이뤄지지 않아 독하지 않고 달달한 맛만 띠게 된다. 오키나와에서 지금은 특별한 행사 때만 미인주를 시연하고 있다.
--- 「멸망한 유구국의 슬픈 유산」 중에서
샹그릴라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 전에 치르는 관행 하나가 있다. 술잔을 받으면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 약지에 술을 적셔 튕긴다. 한 번은 하늘을 향해, 또 한 번은 땅을 향해, 그리고 마지막은 마주 앉은 사람을 향해 튕긴다. 내가 술 마시는 것을 하늘에 고하고, 땅에 고하고, 그리고 상대방의 행운을 기원하면서 첫 잔을 들이켠다. 술자리마다 천지인의 조화를 기원하는 것이다. 샹그릴라에 이상향의 술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상향에 걸맞은 음주 문화는 갖고 있었다.
--- 「이상향 샹그릴라에서는 무슨 술을 즐기나?」 중에서
수도원 지하의 펍, 외부 빛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소리가 새 나가지 않는, 바깥세상이 밤인지 낮인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한때는 기도 소리로 가득 찼을 지하 공간에 이제는 술을 마시면서 내는 온갖 소리로 가득 찼다. 기도하면 내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고, 술 마시면 내 잘못을 잊을 수 있는 공간이다.
--- 「잘츠부르크 수도원 지하에서 취하다」 중에서
맥주의 매력은 재료 종류와 제조 비율까지 낱낱이 공개되어 있어 열심히 찾고 모색하면 누구라도 좋은 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맥주는 비밀이나 비법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와인은 생산연도의 기후 조건과 생산지의 토양을 따져 제품의 가치가 결정되지만, 맥주는 좋은 재료, 좋은 제조법을 누구라도 확보할 수 있다.
--- 「맥주를 배우러 슬로베니아로 가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