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의 오독으로 인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단어들이 인터넷에서 소개되면서 문해력 저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금일(今日, 오늘)’을 금요일로 알거나, ‘명일(明日, 내일)’의 뜻을 미래로 아는 경우, ‘고지식(융통성이 없고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지칭함)’을 높은(高) 지식으로, ‘무운(武運, 전쟁에서 이기는 운)’을 운이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 외에도 ‘떡을 친다’를 한가지 뜻(성관계의 속된 표현)만 알고 ‘양이나 정도가 충분함’이란 뜻을 알지 못해서 문맥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알려졌다.
--- p.20
교사와 학생의 좋은 수업에 관한 인식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 시기를 겪고 나서 문해력 교육과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특히 강조되었다. 이는 코로나 시기 동안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학습 격차가 심해진 점, 그리고 읽기 학습에 큰 손실이 있었던 상황에서 기인한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기초 문해력 습득은 매우 중요한데 그 시기에 기초 문해력을 습득하지 못하면 평생을 통해 읽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p.26
사실 청소년 시기에 갑자기 문해력이 부족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초 문해력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기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서 성장할수록 격차가 더욱 커지는데, 청소년 시기에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동기 이래 문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필요한 지도를 받지 못하고 청소년 시기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이는 청년기가 되어도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평생 기초 문해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산다는 것을 말한다. 주지하다시피 디지털 세대라고 기초 문해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디지털의 문자 정보를 읽고 이해하는 데 역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 p.27
심리학자 키이스 스타노비치는 어린 시절의 읽기 경험이 독자로서의 정체성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풍부한 읽기 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독립적 독자가 된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과 긍정적으로 상 호작용하게 된다. 반면 읽기 경험을 통한 독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한 이들은 환경의 제약에 구속되게 된다(조병량, 2021). 어린 시절의 책읽기는 이렇듯 독자 정체성 형성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위기 극복 역량에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p.31
읽고 이해하는 기초 문해력은 디지털 문해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디지털 문해력이란 디지털 환경에서도 문해력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말할 때, 능력 발달을 위해서도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거나 한 편의 글을 읽고 글쓴이의 논리 구조를 이해하는 읽기 방식이 중요하다. 이에 더해 사이버의 정보 홍수 속에서 허위조작 정보를 가려낼 수 있고 상황과 목적에 맞는 정보를 적절하게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 p.36~37
뉴스를 구성하는 팩트가 사실인지, 팩트의 조합은 논리적이고 상식적으로 합당한 지, 뉴스가 취재원이나 기자의 어떤 의도에 의해서 편향되거나 오염되거나 조작되지 않았는지, 뉴스가 종합적인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한 번쯤 의심의 눈을 가져보는 게 좋다. 이렇게 의심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뉴스를 이해하는 것이 뉴스 문해력 향상의 기본이다.
--- p.71~72
시사 칼럼을 읽으면 무지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왜 중요한지 안다. 나아가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과 관점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통해 비판적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다. 시사 칼럼은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과 세상에 대한 비전과 안목을 제공한다. 신문은 매일 수많은 뉴스를 내보내지만, 그 가운데서도 시사 칼럼은 특별히 세상의 창(窓)을 보여주는 뉴스 장르의 하나이다. 칼럼을 읽는 행위는 곧 세상을 읽는 행위이다. 칼럼은 그날의 중요한 이슈나 최근의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서부터 문화, 과학, 환경, 건강, 역사,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다양한 식견과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다.
--- p.89
시사 칼럼은 전문가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의제를 선택해 다양한 시각에서, 그리고 비판적 관점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시사 칼럼은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펼쳐지는 여러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의 복잡한 풍경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해석해 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 p.90
우리는 AI에 의해 진짜 정보보다 가짜 정보가 더 범람하는 무서운 세상에 산다. AI가 세상을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는 AI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전개될 ‘가짜 현실 (fake reality)’에 대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사람의 뇌가 미지의 영역이듯이 AI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 발전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는 뉴스 리터러시, 특히 전문가가 쓴 칼럼 읽기를 통해 AI가 만들어 내는 허위 정보나 뉴스에 대한 분별력과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
--- p.95~96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공교육은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 초, 중, 고등학교(K-12)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의 80%는 자신들의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 p.176
하지만 복잡한 미디어 환경에서 일상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정보나 뉴스를 적절하게 이용하기 위한 기본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뉴스 리터러시의 교육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논의에 서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개인의 적절한 정보 능력(capacity)을 개선 하는 것이 주요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Buckingham, 2019).
--- p.181~182
학생들이 자신의 지식이나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담당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는 수업에서 일방적인 지식 전달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학습 내용의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의 조력자 또한 배운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조언자 혹은 상담사의 역할도 해야 한다. 배운 지식 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학습하기 위해 학생들은 지식이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제공받고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 p.190~191
이 문제를 연구한 메카토르 연구소의 소장 미하엘 베커-무로체크는 미디어가 읽고 쓰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디어 사용 빈도와 미디어를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언급 하고 있다. 게임과 같은 오락적인 용도에 쓴다면 문해력 향상에 부정적일 것이고 학습에 사용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미디어를 어떤 목적에 사용하냐에 따라 문해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로 이메일을 보내고 검색하거나 학습에 사용한다면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오락을 하는 데만 사용한다면 당연히 문해력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p.240~241
앱을 사용하면 예를 들어 어린이가 설명을 여러 번 듣거나 수업 시간 동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저장해서 다시 질문할 수 있다. 수업하는 것 이외에도 앱을 통해서 게시판 및 학교 메신저를 사 용할 수 있다. 이 앱을 통해 부가적으로 학교 라디오에 음악 요청을 할 수 있고 도서를 추천할 수 있고 또 설문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 p.252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독립적이자 자발적으로 공부하거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더욱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생용 앱도 많이 있지만 가정 학습을 위한 다양한 앱도 있다. 이 부분도 적극 활용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장소에 관계없이 학생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하는 원격 시스템이 필요하다. 원격 학습 시스템에서 비디오를 통해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또 학생 개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화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므로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다.
--- p.255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학생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퀴즈, 토론 포럼, 그룹프로젝트, 학생과 교사와 커뮤니케이션 등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p.255~256
디지털 미디어는 현대를 사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이것을 통해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고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다.
--- p.256
문해력 향상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독서 습관이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어휘와 배경지식을 접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문장·정보의 이해력’에 국한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의 바탕이 된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과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해력은 학교 공부나 사회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초 요소라 할 수 있다.
--- p.263~264
영유아기에는 그림책 읽어주기, 초·중학생 때는 독서를 권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고민거리에 대해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 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권한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이용은 최소화하고, 신체 감각기관을 활용하는 놀이를 통해 다양한 직접 체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녀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과 탐구심이 길러지며 ‘능동적으로 배우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 p.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