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이 행복의 정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가 후쿠오카라고 생각합니다. 후쿠오카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미식의 도시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돈코츠 라멘, 소바, 우동, 모쓰나베, 만쥬의 발상지가 후쿠오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후쿠오카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유독 한국 사람에게 친절하고 인정이 넘칩니다. 제가 후쿠오카에서 만났던 후쿠오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하나씩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후쿠오카는 도시의 편리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콤팩트 도시’이면서 조금만 외곽을 나가도 천혜의 자연, 아름다운 해변과 산, 유수의 온천이 있습니다. 후쿠오카는 알면 알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우리를 ‘먹고 즐기고 움직이게 하는 도시’입니다.
--- p.4
* 후쿠오카는 공항과 도심이 매우 가깝기로 유명한데, 후쿠오카 공항에서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라 불리는 하카타까지 지하철로 단 10분이 걸린다. 여행 때 공항까지 오고 가는 일이 늘 만만치 않은 관문이었는데, 후쿠오카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카타역에서 내려 마주한 후쿠오카는 도쿄보다는 소박하지만, 오사카나 교토가 있는 간사이 지역과는 또 다른 느낌의 번화가면서 일본 소도시보다는 활기찬,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상점마다 빽빽이 놓여 있는 후쿠오카의 명물 멘타이코(명란젓), 아마오우(후쿠오카의 명물 딸기) 관련 상품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명품 브랜드나 의류 매장이 즐비한 다른 일본 번화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 p.14
*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만약 후쿠오카에 짧은 여행을 왔다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포기할지 고민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다 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려 한 달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무언가를 못 해도 나중을 위해 아껴놓는다는 편한 느낌이 들었다.
--- p.25
* 나인아워즈 하카타 스테이션ナインアワ?ズ 博多?은 일본의 고급형 캡슐 호텔 체인으로 평균 1박 2만 5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호텔급 시설, 개인 라커룸, 투숙객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매일 10시부터 2시까지 청소 및 소독 때문에 침실과 라커룸을 이용할 수 없고 객실이 캡슐형이라 잘 때 소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성비 있는 깨끗한 숙소가 1순위였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나인아워즈 하카타는 하카타역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이동하기에도 좋았고, 주변에 음식점이나 카페, 드러그스토어, 편의점 등 없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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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에서 내려다본 후쿠오카는 자로 잰 듯 열을 맞춘 빌딩들이 개발된 계획도시 같으면서도 시원하게 쭉 뻗은 도로 끝에는 하카타만의 푸르른 바다와 산이 보였다. 이렇게 도심 가까이에 바다와 산이 있다니! 저 바다 건너로 한국도 보일 것만 같았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나는 앞으로 어떤 풍경을 더 보게 될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 p.47
* 다이치노 우동大地のうどん은 후쿠오카 사람이라면 1년에 한 번은 꼭 간다는 현지인 우동 맛집이자 후쿠오카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다는 우엉튀김 우동을 후쿠오카에서 처음 유행시킨 가게다. 하지만 나는 우엉튀김 우동이 아닌 다이치노 우동의 또 다른 간판 메뉴인 야채 튀김 붓카케 우동을 주문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깔끔하고 차가운 면 종류가 먹고 싶었다. 붓카케 우동은 국물 없이 면에 간장과 국물을 조금씩 뿌려 먹는 우동으로 면발의 쫀득함과 쯔유의 달달함을 가장 극대화하여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다이치노 우동의 붓카케 우동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하얗고 도톰한 면 위로 피망, 당근, 가지, 우엉, 단호박 등 각종 야채 튀김이 한가득 올라가 있었다. 면 위에 올려진 튀김을 먼저 먹어봤는데 우동 전문점이 아니라 튀김 전문점에 온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바삭거리는 식감에 야채 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다.
--- p.61
* 한국에서는 카이센동을 파는 곳도 많지 않거니와 가격도 비싼 편이라 접하기 힘든 데 비해 일본에서는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카이센동을 쉽게 먹을 수 있다. 카이센동 히노데海鮮? 日の出 역시 내가 찾던 그런 가게 중 하나였다. 가게 안을 들어가니 관광객은 한 명도 없고 일을 마치고 온 정장 차림의 직장인만 몇 명 있었다. 나도 혼자 퇴근한 분위기를 내보며 자리에 앉았다. 혹시 후쿠오카에서만 먹을 수 있는 카이센동이 없을까 하여 하카타동, 고마사바동 등 여러 메뉴를 살펴보다가 뎃카동?火?이라는 메뉴에 꽂혀버렸다. 뎃카동은 마구로(참치) 중에서도 감칠맛이 강한 아카미, 붉은 살만을 올린 마구로동이다.
--- p.75
* 선뜻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내어주는 친절함과 배려심. 이런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후쿠오카 이자카야에서 최고급 호텔 부럽지 않은 환대를 받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욱 즐거웠다. 로바다 넘버샷의 ‘넘버 샷’은 하카타 사투리 ‘난바숏토なんばしょっと’에서 온 단어로 ‘뭐 하고 있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냥 보내기 아쉬운 주말 저녁, 누군가가 ‘뭐 하고 있어?’라고 묻는다면, 가볍게 로바다 넘버 샷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 p.91
* 야끼카레는 굽다의 ‘?き’에 카레의 ‘カレ?’ 가 결합한 ‘구운 카레’라는 뜻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일본의 3대 항구도시로서 번영했던 모지코는 자연스럽게 서양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이 영향으로 당시에 모지코에는 양식 전문 레스토랑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중 한 가게가 팔고 남은 카레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카레 위에 달걀을 올리고 치즈를 올려 그라탱처럼 만들어 먹었던 것이 모지코의 소울푸드, 야끼카레의 시작이었다.
--- p.94
* 사카모토야坂本屋는 1894년에 시작되어 130여 년 동안 4대가 명맥을 이어온 싯포쿠 요리 명가로 외관부터 품격이 느껴졌다. 기모노를 입은 직원이 문 앞까지 인사를 나와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룸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음식이 동그란 원탁 위에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가장 먼저 내 앞에 놓여 있는 스이모노라는 맑은국을 먹어 보았다. 빨간 그릇에 파스텔 톤 모찌의 아름다운 조화만큼 단아한 맛이 났다. 신선한 생선회는 물론 단맛이 매력적인 검정콩 조림, 싯포쿠 요리에 꼭 나온다는 나가사키 명물 중국식 고기 조림 부타가쿠니 등 모든 음식이 나가사키처럼 온화하면서도 이국적이었다.
--- p.134
* 적당한 자연풍경, 넘쳐나는 먹을거리, 느긋한 휴식과 생생한 도시가 공존하는 후쿠오카. 모든 것을 잊고 쉬기 위해 떠나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떠나든 후쿠오카는 그 어떤 시간도 가장 충실히 채울 수 있는 곳이다. 한 달 살기의 절반 이상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남은 시간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답은 간단했다. 그냥 먹고 마시고 놀기! 그게 후쿠오카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살아보는 여행이었다.
--- p.152
* 가게에 오기 전 치카게에게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후쿠오카는 어떤 곳이냐고 물어봤었다. 치카게의 대답은 내 예상과 똑같았다. 맛있는 음식이 많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온천으로 유명한 곳. 정말 그렇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음식 하나를 먹을 때도 이것저것 세심하게 물어봐 주고 처음 보는 사람을 붙잡고 신발 끈이 풀렸다고 말해주고 식당에 가면 먼저 메뉴판을 건네주는 사람들이었다. 싸고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후쿠오카, 자꾸만 더 좋아진다.
--- p.155
* 고풍스러운 멋이 돋보이는 목조 대문을 넘어 조텐지承天寺에 들어갔다. 사람 한 명 없는 깊은 적막과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고목이 내뿜는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범상치 않은 절임을 느끼게 했다. 경내 안쪽으로 들어가 걷다가 나란히 세워진 세 비석을 발견했다. 사실 조텐지에는 이 비석들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텐지는 1242년 송나라 출신의 무역상인 샤코쿠메가 창건하고 쇼이치 국사가 문을 연 ‘일본 식문화에 획을 그은 사찰’로 불리는 곳이다. 그 이유는 일본의 대표 음식 우동, 소바, 만쥬, 양갱을 쇼이치 국사가 처음으로 일본에 전파하였고 이곳 조텐지에 그 역사를 기리기 위한 비석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 p.160
* 멘치카츠를 만든 사람은 분명 한 접시의 모든 음식이 어우러지는 조화를 생각하며 멘치카츠의 양념을 조금 덜어놓았을 것이다. 맛도 비주얼도 모두 훌륭했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브라질레이로의 멘치카츠였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옛 카페의 시간을 만끽한 뒤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추억을 쌓고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다.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절대적 가치는 아니더라도 카페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편안함과 나른함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오랜 시간 후쿠오카 사람들에게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 주었던 브라질레이로. 앞으로도 계속 그 역사와 시간을 이어가 주길!
--- p.167
* 오히로마에 들어오기 전 입구에서 주문했던 젠자이세트를 직원분이 가져와 주셨다. 젠자이는 팥에 설탕, 소금 등을 첨가하여 뭉근하게 끓여낸 일본식 단팥죽으로 우리나라 팥죽보다 조금 더 달달하면서 일본 가정집에서 먹는 듯한 정겨운 맛이 났다. 오히로마에 앉아 아름다운 일본식 정원을 보며 젠자이를 먹는 이 호사스러운 시간을 나 홀로 누리다니,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유센테이의 평화로움과 풍경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한참을 머물렀다.
--- p.176
* 다시 팜비치 더 가든으로 돌아와 젤라토를 하나씩 사서 야외 테라스석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온몸에 따스하게 내려앉는 햇살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한 과일 젤라토, 작은 낙원이 이곳에 있었다. 이토시마는 예로부터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유명했는데, 요즘에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토시마로 이주하는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휙휙 일을 처리 하다가 지치면 언제든 툴툴 털고 천혜의 자연 속으로 뛰어드는 일상…. 누구나 바라는 삶이 아닐까. 이토시마에 산다면 영원한 젊음이 주어질 것만 같다.
--- p.186
* 칸막이가 쳐진 독서실 같은 좌석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 면 삶기 정도, 국물 진함 정도, 매운 정도, 마늘, 파, 차슈, 면 양 등을 체크한 뒤 직원에게 건넸다. 이렇게 내 취향에 맞게 이것저것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이치란 만의 색다른 재미이면서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라멘을 먹을 수 있기에 이치란 라멘이 누구에게나 사랑받게 되지 않았을까? 후쿠오카의 이치란 본점에서 만든 라멘을 먹게 되다니! 이제껏 이치란 라멘을 먹으면서 이렇게 가슴이 떨린 적은 없었다.
--- p.190
* 여행은 어쩌면 조금씩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아닐까. 오늘은 익숙해진 하카타를 떠나 유후인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일본에서 ‘동쪽은 가루이자와, 서쪽은 유후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후인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 맛있는 먹거리로 일본 여성들이 가장 동경하는 온천 휴양지다. 1박 2일 동안 잠시 모든 일을 내려놓고 온천과 힐링으로 나를 가득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 p.195
* 겨울의 후쿠오카는 가히 명란과 딸기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백화점, 상업시설, 음식점, 심지어 편의점까지 공통 테마는 명란과 딸기다. 후쿠오카 딸기로는 아마오우라는 품종이 유명한데 아카이赤い, 빨갛다 마루이まるい, 둥글다 오오키이大きい, 크다 우마이うまい, 맛있다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아마오우 딸기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아마오우 딸기로 만드는 디저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라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아마오우 딸기 전문 디저트 가게 이토킹구伊都きんぐ에 가는 것이다.
--- p.210
* 오전에 먹었던 이토킹구의 딸기 탕후루도 생각났다. 달고 향긋했던 그 맛이 잊히지 않았다. 인생도 항상 그렇게 달달하고 향긋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안다. 캐널시티에서 크레페를 먹으며 분수 쇼를 보고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보냈던 후쿠오카에서의 그 시간이 딸기 탕후루보다 더 달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 p.213
* 그렇게 책을 계속 살펴보다가 ‘토마토 라멘’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후쿠오카에 오기 전, 친한 동생이 요즘 일본에서는 토마토 라멘이 유행이니 후쿠오카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 줬던 기억이 났다. 아무래도 조만간 토마토 라멘을 먹으러 가봐야 할 것 같다. 롯폰마쓰 츠타야에서 후쿠오카 사람들은 어떤 책을 보는지 살펴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좋은 분위기에서 책과 잡지를 보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씨티 팝 관련 책과 엘피판을 일일이 손으로 만지며 롯폰마쓰의 감성을 가득 채웠다.
--- p.217
* 다이호 라멘은 이제껏 먹었던 돈코츠 라멘 중 단연 최고였다. 전통과 원조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당장 구루메로 달려가 라멘 탐방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주문한 갓달걀볶음밥 역시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타카나(갓)를 이렇게 듬뿍 넣은 볶음밥은 어디에서도 먹기 힘들 것이다. 후쿠오카의 중심가 텐진에서 돈코츠 라멘의 원조 구루메 라멘을 먹을 수 있다니! 다음에 후쿠오카에 오면 꼭, 꼭 다시 와서 다른 라멘도 맛보고 싶다.
--- p.225
* 히나마츠리 단을 나와 건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다다미 100조가 깔린 다다미방 오히로마大?間가 나왔다. 연회장 용도로 만든 곳이라고 하며 현재도 결혼식과 피로연, 공연 등이 열린다고 한다. 오히로마 앞에는 쇼토엔松?園이라는 일본 정원이 있다. 오하나 저택의 꽃이라 불리는 쇼토엔은 물, 나무, 바위의 조화가 완벽하여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국가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다. 야나가와의 풍부한 물, 280여 그루의 노송과 1,500여 개의 정원석으로 조성되어 있고 작은 돌 하나까지 의미를 두어 만들었다고 한다. 쇼토엔을 바라보며 오히로마 마루에 걸터앉으니 바람을 따라 들어오는 솔향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 p.233
* 후쿠오카 사람들은 타지역 사람에게 ‘역시 후쿠오카는 맛있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맛집을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그 정도로 후쿠오카는 미식의 도시라는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후쿠오카에서 한 달간 살면서 다양한 후쿠오카의 음식을 맛보았고 일본 음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후쿠오카는 한국 음식과 비슷한 맛도 많아 정겨우면서 계속 더 미식탐방을 하고 싶은 맛있는 도시였다.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일본 음식을 먹을 텐데 그때마다 후쿠오카에서 보낸 날들이 떠오를 것 같다.
--- p.245
* 지옥 찜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 전혀 간이 배어 있지 않은 매우 건강한 맛이었다. 특유의 유황 향도 조금 배어 있었다. 맛보다는 독특한 경험에 더 큰 비중을 두면 좋을 것 같다. 벳푸 찜 요리 기원은 17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자연으로 나오는 온천 증기를 이용해 음식을 쪄 먹을 생각을 하다니! 오로지 벳푸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 p.263
* 후쿠오카 한 달 살기를 하며 즐거웠습니다. 훌륭하고 멋진 인생도 좋지만, 즐거운 인생만큼은 못한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돈이 많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도시 가까이에 산과 바다가 있고 정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후쿠오카를 다녀온 지 벌써 몇 달이 흘렀지만, 바쁜 일상에서 드문드문 후쿠오카를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나카스 강변 거리를 산책하고 이토시마 해변으로 드라이브를 떠나고 유후인 온천에서 힐링하고 오호리 공원에서 산책했던 그날들, 다시 손에 닿을 듯한 그 시간을 꿈꿉니다.
---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