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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적인 관계를 위한 다정한 철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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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40g | 125*205*17mm
ISBN13 9791193235096
ISBN10 11932350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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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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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가치는 감각적 쾌락이나 정서적 만족보다 더 근원적인 차원에 있다. 그것은 무지와 무의미가 뒤섞인 원초적 낙원에서 추방당한 한 존재가 자신과 비슷한 운명에 처한 다른 존재와 함께 거친 세상에 맞서는 여정이다. 너와 내가 함께 그 힘겨운 길을 걸어가며, 혼자서는 결코 깨닫지 못했을 이 세상과 우리 삶의 의미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 p.27, 「1. 추방과 가능성」 중에서

현실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순수한 개인의 자유가 아니다. 언제나 관계 속에서의 자유다. 이기심에 눈먼 사람은 이 관계성을 한계나 구속, 제약으로 느낀다. 무책임한 사람이 사랑에 따르는 관계나 의무를 답답하게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누군가를 책임 있게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관계성과 의무의 토대 위에 설 때 비로소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바라는 것과 상대가 바라는 것이 대립 관계를 이루는 게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룬다.
--- p.43-44, 「2. 사랑은 자유를 구속하는가?」 중에서

쇼펜하우어는 “혼자 있을 때 마음의 그릇이 작은 사람은 자신의 무능과 무가치를 느끼지만,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위대성을 더 뚜렷이 느낀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평범한 우리 대부분은 다소 불편함을 겪더라도 계속해서 남들과 ‘연결’ 상태에 있기를 택한다. 그게 훨씬 더 편리하게, 적당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앞질러 가보는 경험은 그런 비교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우리’에게 주어진 고유의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 p.152-153, 「10. 사랑한다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에서

보부아르는 실패한 사랑의 두 가지 양상으로 나르시시즘과 헌신을 꼽았다. 나르시시즘은 자기만족을 위해 사랑하는 것이다. 반면 헌신은 상대방의 만족만을 위해 사랑하는 것이다. 이 두 사랑은 서로 정반대로 보이지만, 모두 주체성을 지워버린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나르시시스트의 사랑은 상대의 주체성을 지운다. 헌신하는 사랑은 자신의 주체성을 지운다. MBTI 같은 유형화에 대한 현대인들의 강한 관심에는 이 두 가지 실패한 사랑의 혼합을 볼 수 있다.
--- p.165-166, 「11.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중에서

구두쇠, 포르노, 불륜은 모두 대상과 상상으로 관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두쇠는 자기 보물을 실제보다 가치 있게 여긴다. 포르노를 보는 사람은 성적 대상으로서의 면모를 극단적으로 확대한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은 그 관계를 실제보다 더 새롭고 짜릿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상상이 힘을 잃는 순간, 이런 관계들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진실한 사랑은 예상과 다른 상대 모습을 마주하고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상상에 기반한 관계들을 이러한 진실을 마주할 때 실망하고 상대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배신의 주범은 언제나 자신이다. 나의 상상이 나를 배신하는 것이다.
--- p.178, 「12. 구두쇠, 포르노, 불륜의 공통점」 중에서.

우리는 환승이 일인칭 경험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승의 주체는 나다. 이 표현에는 상대를 나와 동등한 주체로 여기지 않는 태도가 포함되어 있다. 두 명의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주체가 되는 경험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그리고 모든 것이 유동적으로 교체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상대를 수단이 아닌 주체로 여기는 능력을 점점 잃어버린다.
--- p.260, 「18. 환승 연애가 흥미진진한 이유」 중에서

영화 〈시티 라이트〉의 바보 같은 떠돌이 캐릭터는 자본주의적 구도에서 벗어난 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는 바보 같기에 사회의 요구를 따를 줄 모른다. 시대적 상식에 맞게 행동하며 이익을 추구할 줄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남들과 다른 사랑을 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에서 자기 행복을 찾는다. 행복은 그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찾아온다. 그는 거래할 줄 모른다. 손해가 뭔지도 모른다. 이 무지 때문에 그는 손해를 피하려는 현대인의 강박적인 불안에서 자유롭다.
--- p.286, 「20. 바보에게서 사랑을 배우는 법」 중에서

우리는 사랑의 다양한 가능성을 지켜내야 한다. 점점 잊혀가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상기하고, 사회 바깥으로 밀려나는 사랑의 현상을 포착해야 한다.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은 실제로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오직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랑만이 실제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어떤 사랑을 꿈꾸겠는가?
--- p.291, 「마치며. 모든 사랑의 가능성이 이루어지기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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