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지요.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 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을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출 필요도 없어요.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잘 봐주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보는 연습을 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거울 보기’(32쪽)를 알려드렸는데요, 거울 보기를 통해서도 우리는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도도 이야기를 해볼게요. 도도는 자기 자신을 못생긴 아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은 “속상함”이었고요. 도도는 이 깨달음에서 멈추지 않고 ‘휴지통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휴지통 노트는 말 그대로 버리고 싶은 감정, 버려도 좋을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는 노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노트에 쓰는데요, 분량을 정해두기보다는 1분이나 3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기감정을 털어놓은 뒤에는 그것을 아예 들추어 보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야 하고요. 이런 원칙이 지켜져야만 자기 자신도 모르는 감정들을 다 적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욕을 쓸 수도 있고, 때로는 비난을 퍼붓게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감정을 털어놓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은 우물과 같이 깊어서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게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 「나에게 친절하기_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나」 중에서
우혁이에게 태진이는 외로울 때 다가와준 고마운 친구였지만, 폭력을 일으켜서 불편한 친구이기도 했어요.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면 “그래 알았어, 이젠 안 싸울게.”라고 말했지만 태진이는 싸움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지금 우혁이는 태진이와의 관계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저는 우혁이에게 “미래에 어른이 되었을 때 자녀가 태진이 같은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우혁이는 눈을 크게 뜨며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거리를 두라고 말해줄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더니, 많이 힘들겠지만 차츰 태진이와 거리를 두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검은 것을 가까이하면 나 또한 검게 되고, 흰 것을 가까이하면 나 역시 하얗게 된다.”라는 뜻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어떤 친구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면, 내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는 말도 있지요? 함께 어울려 지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친구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람은 대개 자기랑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걸 한마디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하지요. 저는 우혁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친한 친구 다섯 명을 떠올리라.”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의 장단점을 세 가지 정도씩 떠올리면서 미래의 내 자녀들이 그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바라게 될지 다시 물어봅니다. 그러면 열 명 중 여덟아홉 명은 우혁이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친구들과는 거리를 두게 하겠다고 표현했어요. 무슨 뜻일까요? 지금 당장의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보다는 나에게 선한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친구를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는 뜻이겠지요?
--- 「친구와의 안전거리_나에게 좋은 친구는?」 중에서
반대의 경우, 내가 누군가를 괴롭혔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게 괴롭겠지요. 나쁜 악당 같은 존재는 아닌데 다들 그렇게 보니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위에서는 자꾸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라고 합니다.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과’니 ‘용서’와 같은 단어가 너무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용서는 “과거의 일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이때 비로소 괴로웠던 나 자신이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서가 일어나기 전에는 자기가 저지른 실수나 행동을 비난하게 됩니다. 이것은 폭력을 당한 사람도 폭력을 행한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 자책하면서 죄책감에 빠지게 될 수 있지요. 그런데 우리가 명심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용서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자기용서라고 해요.
자기용서는 자신의 행동이나 말(잘못)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요?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입니다. 과거에 사로잡혀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나요? 용서는 새로운 미래를 구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용서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미운 마음, 서럽고 억울한 마음을 잘 추스르고 돌이켜 세워야 하니까요. 내가 내 마음 하나 바꾸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설령 내가 누군가를 용서했다고 해도 그가 바뀌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더 힘든 거예요. 누군가가 나를 변화시킬 수도 없고, 내가 남을 변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지구상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 자신뿐입니다.
--- 「용서하지 않을 권리_용서는 나를 위한 선택」 중에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동안 내가 원하는 연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등학생으로 자칭 ‘연애 상담전문가’인 수정이가 들려주는 ‘탁월한 연애’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수정이는 중학교 때부터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의 상담을 도맡았다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연애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도 생겼다고 해요. 수정이는 탁월한 연애란 각자 책임을 질 수 있는 한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사귀는 것을 의미한다 고 합니다. 수정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행동을 한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요. 본인이 몰입하고 싶은 것―공부, 연기, 예체능―이 있어서, 연애를 보류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별 고민 없이 신나게 연애에 몰입하는 친구들도 있었대요.
연애하면서 매일 싸우고 지내는 데도 만족하며 생활하는 친구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비밀연애를 하는 친구도 있고, 연애 중이라는 티를 한껏 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친구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 경우 중 이렇게 티를 내는 친구는 다들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도 속으로는 영 불편해한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연애 상담전문가 수정이는 연애할 때는 자신들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면서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한쪽은 깊은 감정을 느끼지만, 상대는 아닐 수도 있지요. 가령 나는 마음을 다해 뽀뽀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호기심에 뽀뽀했을 수도 있지요.
나는 진심으로 상대에게 다가갔는데, 상대는 어떤 감정도 없는 상태에서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말이지요.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던 사람이 내 기대와 전혀 다른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어요. 또한 같은 행동이어도 사람마다 매기는 의미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나는 좋아한다고 ‘뽀뽀’를 했어요. 상대는 좋아한다는 마음보다는 자신에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뽀뽀’를 했을 수도 있겠지요. 상대방이 내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겠지요.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서는 사소한 말이나 행동도 상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더 큰 상처를 남기지요. 그만큼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묻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좋아한다”라고 하는 같은 말을 해도 그 의미는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답게 하는 연애_뽀뽀해도 돼?〉 중에서
우울감은 단절된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다양한 중독 증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이나 마약 같은 심각한 중독부터 스마트폰 중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중독은 ‘관계 단절’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일명 ‘쥐공원 실험’이 있습니다. ‘쥐공원 실험’은 캐나다 벤쿠버의 브루스 알렉산더(Bruce K. Alexander) 교수님이 하셨어요. 교수님은 이 실험을 통해 중독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알려주었습니다. 과거에는 많은 학자가 중독되는 물질이 무조건 위험하다고만 말했는데 말이에요. 자, 브루스 교수님의 실험을 소개할게요. 실험 상자 안에 중독성이 강한 약이 담긴 물병과 그냥 물만 담긴 물병을 넣어두었어요. 많은 쥐가 실험 상자 안에 든 약에 중독되어 죽었습니다. 중독성이 있는 약은 위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지요. 그런데 브루스 알렉산더 교수님은 이 실험에 의문을 제기했어요.
상자 안에 달랑 물병들만 있으니까 쥐들이 결국 물을 먹고 죽은 건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상자에 과거 실험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물병 두 개를 넣고, 쥐들이 좋아하는 치즈도 집어넣고, 미끄럼틀 같은 놀이터도 함께 만들어 넣어주었대요. 쥐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지요. 그러자 쥐들은 중독성이 강한 물을 마시긴 했으나 또다시 그 물을 마시지는 않았기에 중독은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중독된 물을 마시는 것보다, 맛있게 먹을 간식이 있었고, 충분한 놀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이지요. 쥐들에게는 즐겁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있었어요. 이 실험은 중독성 있는 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물밖에는 마실 게 없는 환경 때문에 쥐가 더 쉽게 중독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 「스마트폰을 절제하는 환경 만들기_스마트폰과 중독」 중에서
다양한 이슈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있어요. 그중 법 제정을 시도했던 청소년들도 있는데요. 2019년 팬데믹 이후에는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려 놀 수가 없었어요.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미 모두에게 익숙해진 탓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외로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늘어났습니다. 때마침 신문에도 코로나로 인해 고립감을 경험한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어났다는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어른들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그저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군산에서 조례를 바꾼 청소년들이 있었어요. ‘조례’는 시의 법률입니다. 조례가 지정되면 그에 맞춰서 시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자치연구소 ‘달그락달그락’에서 당사자들이 모여 청소년의 외로움에 관하여 공부도 하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러고는 그 결과를 「군산시 청소년 외로움 치유와 행복을 위한 조례」로 만들었고, 국회의원들에게 조례 내용을 제출하였습니다.* 조례안은 외로움에 대한 정의, 대상 연령, 지원 방법, 운영위원회 운영에 대한 내용 등으로 구성되었어요. 2021년 11월, 마침내 국회의원들의 만장일치로 그 안건이 통과되었어요. 국회의원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1인 가구로서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까지 범위를 확대하여 조례를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내놓았습니다. 멋지지 않나요? 전국 최초로 고등학생들이 조례를 제안하였고 통과되다니요! 조례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예산 책정 내용까지 들어가 있었는데요,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논의하여 결국 법을 만들고, 그 법이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큰일을 해낸 것입니다.
청소년 외로움 방지 조례 추진 위원회 조민성 부팀장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어요. “최초는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것을 도전하는 용기와 힘이 필요하기에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동양과 서양에서 시도해본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어요. 똑같은 시험문제를 주고, 결과를 알려주고, 어떤 시험문제를 풀고 싶은지 물었대요. 서양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려운 시험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잘 풀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해서 풀겠다고 응답했다 합니다. 반면 동양 사람들은 자기가 풀어내지 못했던 시험문제를 다시 풀면서 무엇을 놓쳤는지, 어느 부분을 몰랐는지 알아간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고, 동양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여 강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못하는 부분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더 강화해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자신감이 쌓여서 언젠가는 자신이 없었던 면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될 거예요.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_나의 무한 가능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