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冥想)이란, 일체의 생각을 그치는 것[止]이며, 일체의 생각을 그치려면 의도, 즉 작위(作爲)가 없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얻고자 함이 없어야 하며[無所得],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고 해결하고자 하고 잃지 않고자 하는 일체의 생각을 다 놓아 버려야 합니다. 좋은 것은 집착하며 잡으려 하고, 싫은 것은 외면하고 거부하며 연연해하고, 겁내고 두려워하며 도망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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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버리라고 할 때 잘못 아는 사람들은 몸을 학대하거나 함부로 하거나 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오해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몸은 그릇과 같고 집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릇에 물을 담으면 물그릇이 되고 독을 담으면 독그릇이 되며 비워 버리면 빈 그릇이 되듯이, 마음이 도둑놈 마음이 되면 도둑놈 몸이 되고 중생 마음이 되면 중생 몸이 되고 부처 마음이 되면 부처의 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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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동안 자비의 명상을 하면 한 시간 동안, 하루 동안 하면 하루, 한 달을 하면 한 달 동안 자신의 모든 기운이 자비의 기운으로 바뀌어 호흡을 주고받는 동안은 자기 자신이 자비의 화신(化身)이 되는 것입니다.
--- p.48
명상을 하면 몸과 마음과 삶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며, 자신을 속박하고 괴롭히는 것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집착을 놓음으로써 삶이 자유로워지고, 죽음이 무엇인 줄 알게 되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죽음마저도 즐겁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 p.83
‘야! 병신 같은 놈아!’ 하는 말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이것도 진언이 됩니다. 이 말은 우리의 화나는 마음 때문에 생긴 말인데 이 말을 반복해서 쓰면 화나는 마음이 담겨 화의 진언이 되어서 ‘병신 같은 놈’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 또는 그 상대의 몸과 마음이 주눅 들고 화가 계속되어 병신 같은 놈이 되어 버리게도 합니다.
--- p.131
많이 가느냐, 한 번 가느냐, 많이 먹느냐, 한술 먹느냐에 따라서 많은 거리를 갔느냐, 먹고 나서 배가 부르냐 부르지 않느냐 하는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절도 이와 같지요. 그만큼 절을 많이 하면 할수록 아상(我相)을 조복 받고 번뇌 업식이 더 많이 소멸됩니다.
--- p.160
모든 것을 바쳤다는 것은 절을 하던 몸과 마음을 다 버리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싫다, 좋다, 힘들다, 힘 안 든다’ 하는 일체의 마음과 힘들고 싫은 느낌과 감정이 일어나는 몸마저 끊임없이 알아차리고 그 모든 마음을 버리고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싫다, 힘들다’ 함이 없이 그냥 절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p.164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둘로 나누어서 보는 생각을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선이다 악이다, 있다 없다, 같다 다르다, 부처다 중생이다 하는 모든 생각들은 사람들이 생각으로 지어서 만든 생각이며 개념입니다. 이와 같이 둘로 나누는 모든 생각들을 다 버리시고 오직 일념으로 염불하다 보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일체가 다 염불 자체가 될 것입니다.
--- p.218
명상 중에 금빛 찬란한 부처를 봤다 해도 모양으로 형체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은 참 부처가 아닙니다. 어떤 형상이나 현상도 생각을 내려놓고 살펴보면 모든 것이 다 마음이 지은 환영이고 물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그림자임을 알게 됩니다.
--- p.220
수행은 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몸이 없으면 수행하여 생사 해탈할 기회도 없습니다. 업식이 남아 먹기도 하지만 생사 해탈을 하기 위해서는 육신이 있어야 하기에 곡기를 끊지는 않습니다. 배고픈 몸의 감각과 마음을 알아차리면서 염불해서 참 자기를 깨달을 때까지 정진하고 나아가셔야 합니다.
--- p.224
자신과 자신의 삶을 잘 살펴보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그 행복이라는 것을 살펴봐야 합니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우리가 행복하다고 하는 삶도 사라질 때가 되면 다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 어떤 것도 고정되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없습니다. 잘 나가고 행복할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때임을 알아야 합니다. 좋다고 하는 때가 지나가면 즉시 파란과 곡절이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명상도 때가 왔을 때 해야 합니다.
--- p.240
밥 먹고 나면 그릇을 씻고, 잠자고 나면 이부자리를 개는 일은 누구든지 그날그날 행하는 행일 뿐입니다. 설거지는 그냥 설거지며 밥을 먹는 일은 그냥 밥을 먹는 것일 뿐 그 자체에 시작이니 끝이니 반복이니, 어제 하고 오늘 하고 또 내일도 한다는 말도 개념도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그와 같은 일일 뿐입니다. 명상 또한 이와 같습니다.
--- p.270
화두는 보석을 캐는 도구와 같아서 금을 캐는 사람이 도구를 잃어버리면 금을 캐고 싶어도 금을 캘 수 없듯이 화두를 잊어버리면 참다운 자기 본성을 알 수 없습니다.
--- p.289
먼저 시비하고 집착하는 마음부터 살펴서 이를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탐·진·치 삼독심(三毒心)을 끊어 버리지 않고 화두를 들어 참구하고자 함은, 기름 묻은 손으로 빨래를 하려고 하는 것과 같아서 빨래를 하면 할수록 빨래에 기름이 더 묻는 것과 같습니다.
--- p.329
‘무’자 화두를 잡고 뭔가 나오기를 기대해 보세요. ‘무’자 화두에서 특별히 무엇인가가 나오게 되는지 말입니다. 만약 화두 자체에서 뭔가 나오기를 바라고 참구한다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에서 달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세계가 특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달을 보고서도 달이라는 것은 뭔가 특별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달을 보고서도 달이 아닌 줄 알고 또 다른 달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경우와 같은 이치가 됩니다.
--- p.397~398